오아시스 마을

페루 와카치나

by 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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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속 오아시스'

비유로만 들어본 말이다. 실제로 내가 오아시스를 가게 될 거란 상상도 못 해봤다. 그런데 그 기회가 페루여행에서 생겼다. 와카치나는 페루 남서부 이카(Ica) 주에 위치한 천연 오아시스 마을이다.

2019년 5월, 페루 리마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4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이카에 도착했다. 남미는 철도/기차가 없는 대신 고속버스가 매우 잘되어있다. 그중 크루즈 델 수르(Cruz Del Sur)는 남미여행을 검색하다 보면 계속 마주치는 대표적인 고속버스 회사다. 시간표도 많고 체계도 잡혀있는 안전한 남미 이동수단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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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에서 3천 원짜리 택시를 타고 도착한 와카치나.

와카치나는 작은 오아시스를 둘러싸고 있는 작은 마을이라 숙소도 몇 곳 없다. 그중 내가 고른 숙소는 역시나 다인실 도미토리였다. 소박하지만 작은 수영장도 있고 바(Bar)도 있고, 공용 샤워실도 있는, 소박한 여행자인 나를 닮은 숙소였다. 우뚝 솟아있는 선인장과 이름 모를 붉은 꽃이 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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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치나는 거대한 모래 언덕에 둘러싸인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비현실적인 풍광으로 '남미의 보석'이라 불린다. 끝도 없이 펼쳐진 황금빛 모래 언덕 한가운데 야자수와 호수가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모래사막에 뿌리를 박고 꼿꼿이 서있는 야자수들도 신기하고, 이런 황무지에 다국적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처음엔 카메라 셔터를 누를 생각조차 못했다. 호수 위를 천천히 거니는 작고 하얀 배가 햇살을 가로지르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 믿기지 않는 풍경을 손가락질 한 번으로 영원히 남길 수 있다니, 현대 기술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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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을 계획하면서 알게 된 동행들과 피자와 맥주를 마셨다.

남미음식은 참 매력적이다. 고수(cilantro)를 많이 써서 고수 향과 맞지 않은 사람은 조금 힘들 수 있겠다. 2017년에 친구와 함께 베트남 여행을 갔을 때는 나도 고수를 질책했었는데, 어느새 고명으로 나온 고수를 씹어먹고 있었다. 여행은 이렇게 사람의 입맛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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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보딩(Sandboarding)
버기 카(Buggy Car) 투어

페루 와카치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버기 카(Buggy Car) 투어와 샌드보딩(Sandboarding).

해지기 전 버기 카를 타고 모래사막을 올라갔다.

샌드보딩은 내 키만 한 샌드 보드에 누워서 모래 언덕 아래로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액티비티인데, 겁이 없었던 나는 너무도 재밌었다. 모래 위에서 눈썰매를 타는 느낌이었다. 언덕을 모두 내려가고 나면 알아서 샌드보드를 가지고 다시 언덕을 두 다리로 올라가서 다시 쏜살같이 보드를 타고 내려왔다. 힘든 줄도 모르고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버기 카 위에 올라가서 보는 와카치나 사막의 일몰은 '자유'라는 단어의 정의와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기분 좋게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살갗을 간질이는 모래. 여행과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해가 모두 지면 와카치나 마을에는 불빛이 들어온다.

호수를 가운데 두고 동그랗게 가로등이 빛난다. 동행들과 나는 분홍빛에서 보랏빛으로 변하는 하늘에 취해있다가, 급격히 쌀쌀해지는 날씨에 마을로 총총 걸어 내려갔다.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젠가 여길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니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이걸 매일 볼 수 있다면 그 소중함에 무뎌질지도 몰라. 이 순간을 머릿속에 영원히 기억하자. 그리고 기록하자. 그리고 감사하자.

고작 23살이었던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와카치나였다.



Huacachina, Peru_ Key Words
- 크루즈 델 수르(Cruz Del Sur)
- 이카(Ica)
- 버기 카(Buggy Car) 투어
- 샌드보딩(Sandboa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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