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 제국 속으로

페루 쿠스코

by 시옹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보이는 안데스 산맥

페루 와라즈에서 페루 쿠스코까지 거리는 약 1,500km로, 한국을 세 번 종단하는 거리와 맞먹는다.

직행으로 가는 방법이 없는 고행길이었다. 나는 와라즈에서 리마(Lima, 페루의 수도)까지 8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음,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비행기를 탔다. 밤 10시에 와라즈에서 출발해 다음날 오후 2시에 겨우 쿠스코에 도착하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페루의 매력에 푹 빠져서인지,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안데스 산맥에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참 많은 비행기를 타봤지만 이렇게 뚜렷이 보이는 산맥은 난생처음 봤다. 일반적인 여객기가 순항할 때 고도가 약 9,000~ 10,000m 정도인데, 안데스의 고봉들은 6,000m가 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KakaoTalk_20200706_102854388_05.jpg 쿠스코의 경사

쿠스코는 주변이 높은 안데스 산맥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 한가운데가 쏙 들어간 분지지역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래서 쿠스코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이 가운데 있고, 광장을 둘러싼 언덕에 주택가들이 있다. 덕분에 숙소 체크인을 위해서 캐리어를 낑낑 끌고 10분 정도 경사를 올라가야 했다. 시내에 가까울수록 숙소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가난한 여행자인 나에겐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가장 낮은 중심지조차 해발고도 3400m로, 백두산 정상(2,744m) 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도 숨이 헐떡거려졌다. 하지만 높은 지대에 숙소 덕분에 쿠스코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똑같은 색깔의 나지막한 지붕들, 그리고 돈은 없지만 느긋하고 여유 있는 시민들.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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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의 마지막 황제였던 '투팍 아마루 2세' 동상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은 잉카 제국 시절부터 쿠스코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스페인 식민 지배 이후에는 식민지 스타일의 건물들로 둘러싸인 광장으로 재탄생되었다. 그래서인지 건물들만 보면 흡사 유럽과 같았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인 것 같기도 해서 좀 씁쓸하기도 했다. 그냥 비슷한 과거를 가진 한국인이라서 괜스레 더 의식됐나 보다.

하지만 생경한 고산지대의 공기와 페루의 전통 망토인 판초(Poncho)를 두른 로컬들이 여긴 유럽이 아닌 남미, 생에 두 번은 오기 힘든 곳임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스페인은 비행기 직항이라도 있지, 한국에서 페루 쿠스코를 다시 온다면? 적어도 하루는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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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골목과 알파카 털 스웨터

쿠스코는 페루여행의 꽃인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리게 되는 마을이다.

그래서 페루 여행 중 가장 많은 관광객들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 그런 만큼 기념품도 다양했다. 알파카 털로 만든 스웨터부터 알파카 인형, 모자까지. 귀여운 알파카 인형은 약 7천 원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여행 필수품으로도 가득 찬 캐리어에 도저히 담아갈 자신이 없어 사지 못했다. 한국에서 돌아와서도 거의 똑같이 생긴 알파카 인형을 판매하는 가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가격 차이가 어마무시했던 기억이 난다. 아쉽다.

고민 고민 하다가 끝내 알파카 털 스웨터를 하나 골랐다.

따뜻하고 보드라워서 남미 여행 내내 잘 입고 다녔다.




산 페드로 시장(Mercado Central de San Ped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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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스 광장 다음으로 쿠스코에 가볼 만한 곳은 산 페드로 시장(Mercado Central de San Pedro)이다.

쿠스코에서 가장 활기차고 '날 것' 그대로의 페루를 만날 수 있는, 쿠스코의 문화가 반짝이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행사가 한창이었는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안데스의 다양한 감자들과 알록달록한 옥수수, 그리고 생소한 열대 과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소머리나 돼지머리가 그대로 걸려 있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시장 뒤편으로 가면 푸드코트와 같은 포장마차들이 줄지어있는데, 그곳에서 단돈 2500원으로 맛있는 로컬음식을 점심으로 먹었다. 볶은 채소와 양념된 고기, 계란프라이에 밥까지 주는데 2500원이라니. 행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산 페드로 시장 푸드코트에 대해 알았으면 해서 남미여행 오픈채팅방에 사진을 올렸더니, 먹으면 배 아프게 생겼다, 먹다 남은 음식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백번 양보해서 민감한 사람들은 먹고 배 아플 수 있겠지만, 그건 남미 어딜 가나 마찬가지 아닐까. 현지인들은 일상처럼 먹는 음식인데 비하하는 것 같아 내가 괜히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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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마추픽추와 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 1박 2일 투어를 신청하기 위해 투어사에 들렀다.

한국인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한국인 전문' 투어사였다. 투어사 사무실에서 만난 매니저도 한국어를 꽤나 할 줄 알았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여행을 가서도 잘 알아보고 뭉치는 걸까. 인종 특성 같은 걸까.

나와 동행들이 투어 예약을 위해 방문하니, 매니저는 친절하게 한국어로 우리를 맞이하며 준비사항이 적힌 자료를 보여줬다. 투어 장소들에서는 물이 비싸니 물을 챙기라는 세심함부터 그리고 마지막에 "파이팅!"이라고 적힌 것까지 완벽했다.

투어사 매니저는 봉투에 깔끔하게 필요한 서류들을 모두 넣어서 주셨다. 그간 한국인을 상대로 투어를 진행한 내력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사무실에는 창고가 있었는데, 소주부터 봉지라면, 햇반, 김 등 한식이 그리운 사람들이 탐낼만한 물품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다시 언덕을 올라 숙소로 돌아왔더니 창문 밖으로 쿠스코 마을의 은하수가 보였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하였나. 보이는 불빛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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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드디어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를 보기 위한 여정에 올랐다.

남미여행 15일 만에 이윽고 잉카 제국의 가장 유명한 유적지를 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Cusco, Peru_Key words
-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 판초(Poncho)
- 산 페드로 시장(Mercado Central de San Pedro)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