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첩 반상
이제 22개월이 된 손주 대박이는 자기 전용 식판에 밥과 반찬을 놓아먹는다. 식탁의자에 앉아 이유식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엄마 아빠로부터 배운 식습관이다. 식탁의 자기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일은 우리 딸 때부터 지켜 온 식사 예절이다. 손주가 자주 오니 우리 집에도 대박이 전용 식판이 있고, 늘 같은 자리에 식판을 놓아둔다.
며칠 전 저녁 식사를 하려고 손주 의자를 펴서 어른들의 식탁에 붙여 놓으니, 손주가 냉큼 자기 식판을 꺼내 든다. 이제 이 정도쯤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의기양양함이 묻어난다. “와, 네 식판을 꺼냈어?” 하고 알은체를 해 주고는, 손주를 의자에 앉히고 식판을 놓아 주었다. 그 날 밥은 새우두부덮밥이어서 새로 한 따뜻한 밥 위에 소스를 얹어 주고, 오이 냉국도 반찬 한 칸에 덜어주었다. 덮밥에 새우, 두부, 달걀이 골고루 섞여 있기에 다른 반찬은 안 주어도 괜찮겠거니 했다. 웬걸... 손주는 남은 2칸의 반찬 칸을 손가락으로 가리켜며 다른 반찬을 더 놔 달라고 나를 쳐다보는 거였다. 내가“반찬이 더 있어야 돼?” 라고 웃으며, 어른 식탁에 있던 콩자반과 고사리나물을 조금씩 덜어 주었다. 그제서야 손주는 숟가락을 들어 밥을 떠먹기 시작했다.
낮 시간에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이 잦아진 내 식사 태도를 잠시 돌이켜 보았다. 배우자든 다른 가족이 있었다면 뭐라도 하나 더 요리(조리)해서 식탁을 풍요롭게 꾸리려 애쓰면서, 혼자 먹을 때는 김치(오이지나 깻잎 김치 등)에 김 정도만 꺼내 대충 때우는 식으로 식사를 하곤 했다.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장년층 여성이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담겨 있구나를 새삼 발견했다.
3가지 반찬 이상을 챙겨서 먹는 손주의 식습관을 보면서 (물론 우리 딸이 챙겨서 먹이는 것이지만), 나 역시 혼자 식사할 때에도 적어도 3첩 반상으로 차려 먹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손주가 다 알아 듣든 못 알아 듣든, 반찬 골고루 챙겨서 먹는 일은 손주에게서 배운 거라고도 이야기해 주어야 겠다. 나 자신을 보살피는 일에서 오늘 선택한 것은 식사 잘 챙기기다.
2023년 7월 7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