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밀실 철학 01화

잊을까 기억할까

망각이라는 선물?

by 김윤후

정신없이 1년을 달려오다보니 자꾸만 가졌던 느낌이, 항상 무언가를 유보한 상태로 지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딜레이의 감각과 더불어 근원을 알 수 없는 강렬한 느낌과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항상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마구 흔든 탄산음료의 페트병 위로 계속 탄산음료가 뿜어져 나오지만 중력 때문에 어느 높이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내 정신 속에서 무언가 말하고 싶은게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또는 어떻게 실현해야할지 몰라서 그저 터지기만 하는 무언가가 죽지 않고 계속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제 현실에 집중하려고 하면, 이 생각들 없이 나는, 앞으로 나아갈 힘도 이유도 잃어버린다.

내가 나에게 남긴 이 16년의 정신적 유산은 나만의 강력한 삶의 마법같은 동기였지만 이제는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정신없게 만드는데에만 일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정말 다 잊고 정상인처럼 살아가고 싶다.

망각하자!


그러나 또 그러기에는 망설여진다. 내가 겪은 이 정신나간 내면적 체험을 그냥 버리자니, 너무 아까운 것이다.

그 속에는 더러운 것들과 더불어 깨달음도 있다. 문제는 그 깨달음이 나를 옥죄인다는 것이지만.


그래서! 나는 다시는 보지 않을 나의 역사서를 집필하려고 한다. 내가 지나온 보이지않는 내면적 여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조명해서 담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내 인생과 머리를 깨끗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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