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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Oct 21. 2021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할까?> 크리스텔 프티콜렝

   아이 삶을 좀먹는 심리 조종자 부모 퇴치 프로젝트

모든 아이는 대가 없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부모 자격이 없으면서 자기가 그렇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부모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음험한 학대를 저지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쪽이 아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획득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심리 조종자들.

일상 속에서 자기를 조종하는 그 인간.

입으로는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차갑고 명철한 증오를 품는다.


 심리 조종자를 파악하고 그들의 수작을 저지하는 방법.


심리 조종자를 쉽게 알아보고 일단 기본을 파악하면 그다음부터는 본능적으로 그들의 그릇된 행동을 눈치챌 수 있다. 수작질을 간파할 수 있다.

자신의 전능함을 과시하거나 좌절을 분풀이할 심산으로 누군가를 말려 죽일 작정을 한다.

싹수를 자르고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몰고 가는 재주가 뛰어난 심리 조종자들은 곧잘 거울 속 타자를 비난한다.


병리학적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관계.


이런 상황을 일상적으로 겪고 사는 사람들은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는 황당하고 기막힌 이야기가 가정마다 한 보따리는 된다.

원만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가정들에 숨어 있는 비밀. 

심리 조종자들의 어두운 영혼. 가학성, 아둔함.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심리적 미사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실에만 입각해 말하는 반조종 기법 구사. 

심리 조종자들은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므로 증인 노릇을 할 수 있는 제삼자의 대동이 필요하다.


 부모 가면을 쓴 심술쟁이들.

번지르르한 가면 뒤에 숨은 못된 코흘리개.

남을 희생시켜 자기 급한 것을 해결하고 의 활력을 빨아먹고 고질적인 욕구불만을 에게 푼다는 그 목표는 변함이 없다. 간단하면서도 정교한 그들의 수법은 언제나 기막힌 효과를 발휘한다.


 남들 앞에서만 달라지는 그 인간.

일단 심리 조종자는 얼굴이 두 개다. 대외적으로는 호감형 얼굴이다. 침울하고 잔인한 다른 얼굴은 피해자밖에 모른다.

심리 조종자는 대개 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다.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심리 조종자만큼 괜찮은 사람도 없다. 심리 조종자가 대외적 평판이 좋기 때문에 피해자는 더욱더 남들이 자기 얘기를 믿어 줄 거라는 자신이 없어진다.  모두들 그렇게 훌륭한 남편과 갈라서고 싶어 하는 내가 이상한 여자라고 했어요.


 심리 조종자는 늘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 말로는 더 이상 완벽할 수가 없다.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도 만족할 줄 모르는 당신이 문제란다. 그리고 어쨌거나 당신 하고는 대화가 안 된다나.

그들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 너그럽게 구는 법이 없다. 이기적이고 무심하고 잔인하고 심보가 못됐다.

그래도 워낙 엉큼하게 굴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하는 사람조차 그들이 일부러 자기를 괴롭힌다는 현실을 믿지 못한다. 번지르르한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실제로 하는 짓을 보면 틀림이 없다. 심리 조종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인간, 심보가 글러먹은 인간이지만 그들의 행동을 해독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는 전혀 의심을 사지 않는다. 남들이 알아보고 단속하지 않는 한 심리 조종자는 뭔 짓을 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 덕분에 자기가 전능하다는 착각이 더욱더 심해진다.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그러나 배우자는 자기 소행을 알고 괴로워할 것을 완전히 의식하고 그 사실을 즐기면서 아이들을 가학적으로 지배한다. 그런데도 상대편은 자기나 아이들이 하는 말을 누가 믿어줄지 자신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고발하지 못한다.


 심리 조종자들은 유혹, 피해자 행세, 위협, 죄의식 조장이라는 네 가지 끄나풀을 능숙하게 다룬다.


 유혹  상대를 손아귀에 넣기 전까지는 매력적으로 친절하게 굴 줄 안다. 그러다가 상대가 드디어 걸려들었구나 싶으면 이제 필요 없어진 근사한 가면을 벗어던진다. 그들은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귀찮고 짜증 나고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보는 눈들이 있을 때만 혹은 당신이 지배에서 벗어나려 할 때만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 것이다.


 피해자 행세 ㅡ 심리 조종자들은 피해자 행세하는 데 전문가들이다. 천연덕스럽게 불쌍한 척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연약하고 상처 받기 쉬운 줄 알지만 사실 이 인간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독종이고 언제나 상황을 잘 모면한다. 심리 조종자가 워낙 동정심을 잘 자극하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진짜 피해자가 누구인지 깜빡 잊곤 한다.


 위협 ㅡ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이 자기 생각만큼 연민을 자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은 기꺼이 당신을 압박하고 직접적으로든 잠재의식적으로든 위협을 가할 것이다. 위협과 협박은 그들의 특기다. 사람을 고역스럽게 하든 잔인하게 대하든 보복은 각양각색이다. 피해자는 보복을 겁내기 시작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골치 아픈 일을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죄의식 조장 ㅡ 심리 조종자들은 상황 뒤집기의 귀재들이다. 뻔뻔하게도 자기들이 일으킨 일을 두고 당신을 비난할 것이다. 다 당신 잘못이다. 어쨌거나 당신은 절대로 그들의 까다로운 요구를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당신은 그에게는 항상 최악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심리 조종 피해자는 항상 욕을 먹고 비판에 시달리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죄의식에 찌들어 산다.

 심리 조종자는 이렇게 네 가지 끄나풀만으로 여러분을 꼭두각시 다루듯 할 것이다.


 심리 조종을 좌우하는 열쇠 세 개가 바로 의심, 두려움, 죄의식이다. 이 셋 중 하나만 먹혀도 악순환이 시작되고 피해자는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스톡홀름 증후군ㅡ 지친 나머지 그 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깨닫기를 포기하고 심리 조종자의 왜곡된 사고방식을 따르게 되는 것.

 상대가 또 멀쩡한 사람 붙들고 생난리를 치는 상황만 피하고 싶어서 좀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복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절대 그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신적 폭력이란 일단 시작되면 절대로 멈추지 않고 갈수록 더 심해지기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자신의 전능함에 취하고 자신의 미움을 주체 못 해 날뛰다가 제 못된 짓거리에 중독된다.


 겉은 어른, 속은 잔인하고 제멋대로인 어린아이.

요컨대 심리 조종자는 미성숙한 사람이다. 그냥 엉큼하고 심보가 못됐고 버릇없고 제대로 생각할 줄 모르는 애새끼가 내 말을 지지리 안 듣는구나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자기 중심성, 잔인함, 제멋대로인 태도, 충동과 변덕은 전부 미성숙으로 설명이 된다.

 나이만 먹은 어린애, 편협하고 질투심과 소유욕이 유난한 어린애들이다. 그 어린애들이 당신 옷자락에 매달려 오로지 자기만 봐 달라고 언제 어디서나 자기만 어르고 달래 달라고 떼를 쓴다. 심리 조종자들은 자기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치기 어린 환상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심리 조종자들을 다음 그림처럼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라.


 코흘리개. 그들은 자기 자식들보다 정신연령이 낮은 사람이다. 정상적인 다른 쪽 부모 배우자를 말려 죽이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걔들은 그저 단속하는 수밖에 없고 가급적 확실하게 잡고 살아야 한다.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 인생을 골치 아프게 만든다. 이 사람을 잘 모르거나 아주 피상적으로만 아는 이들은 제법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사적으로 친해진 사람들이나 직장동료들은 오래지 않아 피곤해한다. 가족들은 그 만만찮은 성질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 변덕, 욕심, 이기심을 다 참고 받아 준다.

모두 그 사람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많은 줄 알면서도 그 인간이 일부러 갈등을 일으킬 만큼 혼란과 불화에 환장하리라고는 상상을 못 한다.


 참 별나고 별난 한 쌍.

심리 조종자는 성별이 다른 부모와 불건전하고 병적인 관계를 맺는다. 묘하게 근친상간적인 한 쌍을 이룬다고나 할까. 겉으로는 사랑이 드러나지만 속으로는 미움을 키우는 관계, 외적으로는 복종하지만 사나운 반항이 도사리고 있는 관계다. 심리 조종자의 부모는 대개 그 자신도 심리 조종자다. 자기 어머니의 공격성을 부정하거나 축소하고 내 아내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고 비난한다. 근친상간이 도착증을 설명하는 핵심이다. 심리 조종자 남성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뭔가 부담스럽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는다.


 당신은 왜 애만 예뻐해? 나는?

자기 엄마와 언제나 전쟁 중인 겉 늙은이 어린애가 일반적인 여자와 건전하고 보람찬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심리 조종자 남성들은 자기 어머니와 청산하지 못한 문제를 아내와 청산한다. 그들은 자기가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는 아내, 자기를 잘 챙겨 줄 아내를 원하기 때문에 정 많고 어머니 같은 여성을 선택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불만을 품기도 한다.  아내가 보이는 상냥함, 헌신, 인내, 이해심을 참을 수가 없다. 어쩌면 그런 애정이 너무 늦게 찾아와 돌이킬 수 없는 어린 시절의 결핍을 자극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심리 조종자에게 상냥함이란 잠시 꿍꿍이가 있어서 보이는 모습, 혹은 약한 모습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잘해줄수록 심리 조종자 남편의 피해망상은 커진다. 아무 이유 없이 상냥하게 대해주는 일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없는 동안 뻔뻔하게 아내의 모성적 본능을 이용해 먹고 그러면서도 그토록 자기를 극진히 보살펴주는 아내를 경멸할 것이다. 아내가 드디어 밉살스럽고 꺼림칙한 위치, 다시 말해 어머니 위치에 오르면 부부관계는 끝장이다. 그때부터 아내는 쓰러뜨려야 할 원수가 된다. 자기가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려워하고 미워한다는 이유로 아내가 아이를 가지면 그때부터 못되게 군다


 통찰력 있는 어른들이 버릇을 제대로 가르쳐 줄 수도 있었겠지만 대개는 나서기가 힘들다. 아내가 엄마가 되면 100% 남편을 위해 움직여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힘, 대담성, 자기 능력을 키운다. 따라서 심리 조종자 남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내가 엄마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어른 모양새를 한 나이 든 어린이. 

그들은 다른 어른들과 맺는 관계가 두려움과 유혹으로 점철되어 있다. 심리 조종자는 늘 돋보이려고 한다. 또 가면이 벗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늘 지나친 통제 상태에 있다. 흠잡을 데 없는 자기 이미지에 집착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수집하고 주위 사람들을 테스트해서 쓸모 있는 사람, 쓸모없는 사람, 중요한 사람, 위험한 사람 등으로 분류한다. 쓸모없는 사람들 앞에서는 유혹자 가면을 쓸 필요조차도 없다.


 사랑이란 남들에게 받는 것이고 남들에게 책임을  떠 안기기 위해 이용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심리 조종자는 당신을 떠받들던 처음 그때부터 당신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계산했다. 처음부터 당신만 진심이었던 것이다. 심리 조종자는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 자기가 쓴 가면 너머를 꿰뚫어 보는 사람을 무엇보다 두려워한다. 그런 사람들은 약점을 찾아서 마음껏 조종할 수가 없다. 늘 그렇듯 심리 조종자는 얼굴이 두 개다. 호감 가는 가면을 뒤집어쓴 유혹자의 얼굴을 대하여 한 점 의심도 품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사람들이 상상도 못 할 만큼 파괴적이고 흉포한 얼굴, 즉 심리 조종자의 진짜 얼굴을 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를 고문하다시피 괴롭히던 그 사람이 누구 앞에만 가면 충성스러운 개가 된다. 그 누구는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친구, 동업자, 가까이 지내는 이웃일 수도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속기도 쉽고 지배당하기도 쉬운 사람들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랑, 정, 감탄, 연민, 공감이 거의 없고 감정이입은 더욱더 힘들다. 살아가는 기쁨에도 무디기만 하다.

 

 심리 조종자에게는 그저 세 가지 감정밖에 없다. 현실이 전능성에 대한 환상을 부추길 때 느끼는 사악한 희열감, 반대로 현실이 전능성에 대한 환상을 거스를 때 치미는 분노, 행동으로 부응해야만 할 때 느끼는 자기 연민 말이다.

심리 조종자가 지닌 뿌리 깊은 악의, 배타적이고 강한 소유욕.  


 심리 조종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타고 난 이해심이나 호의가 있다. 그래서 배우자가 다소 상식 밖의 행동을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서 온 트라우마 때문에 그러려니 헤아려 주고 참아주는 편이다. 집안을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고 백 번 양보하고 한없이 너그럽게 군다. 그러는 동안 자신이 좋은 부모로서 행동할 여력을 배우자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부모는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허구한 날 트집 잡히고 욕을 먹는다.

 좌절 관리 능력이 없는 심리 조종자 부모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인다. 게다가 어른에게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의 처지를 이용해 심한 정서적 협박을 일삼는다. 고함을 지르고 손찌검을 하고 실제로 아이를 버리는 시늉까지 한다. 아이는 점점 더 불안해져서 부모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런 식으로 아이는 차차 심리 조종자 부모의 기대를 예측하는 법을 배우고 최대한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심리 조종자 부모는 일탈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아이에게 욕을 가르쳐 주면서 시시덕거리고 아이의 방종을 은근히 조장하며 아이를 이용해 모두의 부아를 치밀게 한다. 주위 사람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것이야말로 심리 조종자가 추구하는 주된 즐거움 중 하나다. 자기 계발 과정에서 자기 욕망을 모조리 차단당하고 살아왔음을 뒤늦게 깨닫는 성인남녀들. 그들은 뭔가를 원할 때마다 심리 조종자 부모에게 거부당했다. 심리 조종자는 자기 자식을 위험한 라이벌로 보고 냉혹하게 대한다. 안타깝게도 다른 쪽 부모는 이 상황을 어이없어하면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면치 못한다. 아이는 부모 노릇을 하는 그 순간부터 심히 위축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본능적으로 부모의 미숙함을 포착하면 저도 모르게 부모를 보호하고 돌보는 습관이 된다.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부모를 사랑한다. 충분한 거리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를 비판하거나 자기가 받는 교육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부모 노릇 담당하고 있는 아이는 돼먹지 못한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를 두려워하고 불만도 있지만 그래도 자기 부모라고 감싸고 보호한다. 이 아이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면 계속 현실을 부정하면서 성질 나쁜 부모를 보살피리라. 그 부모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증스러운 어른일 뿐이라는 명백한 현실을 자식은 깨닫지 못한다.


 심리 조종자 부모는 게을러 빠져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가급적 일찍부터 자식에게 시킨다.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저런 집안일을 어린아이에게 맡긴다. 심리 조종자들은 자식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나아가 온갖 불행을 토로할 수 있는 심리상담사로 취급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못난 짓거리, 심각한 좌절, 피해망상적인 자세를 자식 앞에서 자제하지 않는다. 그들은 허구한 날 불평하고 원한을 쏟아 놓는다. 주위 사람들, 특히 배우자 때문에 자기가 이 모양 이 꼴로 살게 된다는 얘기가 단골 레퍼토리다. 아이는 부모에 대한 연민 때문에 구원자 노릇을 하면서 한 치 물러섬 없이 부모를 감싸고 보호한다. 무방비 상태인 어린아이가 어른을 보호하는 격이다.


 잘 훈련된 부모 돌보미가 맞는 미래


 돌보미설득당하는 아이들은 자기를 잊게끔 훈련받는다. 자기를 부정하면서까지 남들을, 특히 못된 사람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이 아이들은 드라마 삼각형에 빠져든다. 이 삼각형이란 피해자, 가해자, 구원자라는 색깔이 있다. 피해자 역할은 심리 조종자 부모가 독점한다. 아이는 가해자 역할을 맡게 되는 죄책감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자기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 구원자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


 돌보미는 자기를 부정하는 사람이다. 심리 조종자는 파렴치한이다. 알면서도 못된 짓을 하는 인간이다. 구제불능이다.


 첫째, 본인들이 변화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대단히 만족하고 각자는 자부심마저 있다.


 둘째, 그들의 사고 체계는 자기비판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자기는 늘 완벽하기 때문이다.


 셋째, 심리 전문가를 자기를 엿 먹이는 사람, 혹은 몹쓸 이로 여기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하다. 약아빠진 남편들은 신체적 폭력을 쓰지 않는 대신에 높은 정신적 폭력을 쓴다. 이런 폭력은 그토록 표가 잘 나지 않지만 신체적 폭력 못지않게 아내와 아이들을 망가뜨린다. 이 경우 아내는 남편 손에 맞아 죽진 않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걸고 싶어질 것이다. 차마 생각할 수 없는 일에 대한 심리적 방어로 분노가 일기도 한다.


 부모 노릇을 하는 아이가, 가엾은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부모가 사실은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파렴치한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얼마나 충격을 받는지.

 자기 자신이 어린 시절 내내 부모에게 의도적으로 이용당하고 속았다 생각하면 굴욕적이다 못해 치가 떨린다. 부모가 스스로 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자기가 그 모진 괴로움을 겪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기막히고 불쾌한 사기가 따로 없다. 이러한 무의식적 이유들 때문에 부모 노릇하는 아이에게 심리 조종자 부모는 차라리 피해자로 영원히 존재한다. 자기 사연을 그렇게 소화하지 않으면 더럽고 비참해서 견딜 수 없으므로ᆢ


 배우자가 자신을 계산적으로 선택했을 뿐 진심으로 사랑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한다. 주위 사람들은 심리 조종자가 뒤집어쓴 가면에 속아 칭송하기 바쁘다. 민낯을 아는 사람은 피해자밖에 없다. 피해자는 아무도 자기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거라고 체념하고 자기가 보고 느낀 것조차 의심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피해자의 두서없는 말과 행동에 깔려있는 감정은 공포다. 억압된 공포. 만약 이혼을 하면 상대가 자기를 가만두지 않을 것을 피해자는 본능적으로 안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을 권리, 세밀하게 개인적인 것으로 남을 수 있는 영역을 누릴 권리를 일깨워 준다.

 심리 조종자는 피해자의 자연스러운 자기 방어를 허락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 찍 소리도 못하고 성적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다 받아낸다. 가정폭력의 가장 비극적인 면이 여기에 있다.


 피해자는 심리 조종자를 항상 감시해야 하고 그가 엉뚱한 짓을 할 때마다 버릇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여 주는 것이 자신에게도 이롭다. 그렇다고 진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버릇 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은 상대가 자기와 같은 어른이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믿는다. 상대의 진심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표현이 서툴러서 그러려니 생각한다. 상대의 미성숙한 모습에 깜짝 놀라고 나서는 어린 시절에 상처가 많아서 그러려니 한다. 그런 이유로 피해자의 연민은 더 깊어지고 가해자의 심리적 지배는 더욱 강력해진다. 적절한 자기 방어 없이 잘못을 시인하는 자세로 변명하기 바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심리 지배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못한다.


 한쪽에는 폭력과 악착같은 증오가 있고 다른 쪽에는 타협하려는 시도와 자식들을 편히 살게 하려는 마음이 있다.


 명심하라,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저 잠잠해지기를 바라는 정도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문제를 직시해 보아야 한다.


 팽팽한 심리적 긴장은 일상이 되었다. 알고 지내는 동네 엄마들조차 없이 완전히 고립된 후로 남편은 마음대로 나를 못살게 굴고 욕보일 수 있게 되었다.


 당신이 설설 기고 사죄하고 애원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래서 당신의 복종을 확인하기 위해서 이혼이라는 협박을 한다. 당신이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그 사람이 지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미움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이혼하고 싶다는 말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나가라고 고함지르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집을 나가지 않는다면 그는 내심 안도감과 승리감을 느낄 것이다. 그동안 만만했던 피해자가 환골탈태해서 자기가 더 이상 조종할 수 없게 된 경우 피해자가 이제 자기 기대만큼 돌봄을 제공하지 않고 자기를 외동아이처럼 애지중지하지도 않으니 같이 살기가 녹록지 않다. 플랜 B가 없다면 당신이 계속 돌봄을 제공하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 그는 분명히 착취를 그만둘 마음이 없을 테니까. 그는 당신에게 퍼붓는 심술에 중독되었다. 당신의 고통을 마약 삼아 자기에게 주사를 놓는다. 해독치료는 그의 계획에 없다. 당신이 정말로 해방되고 싶다면 주도적으로 나서서 이혼절차를 밟아야 한다.


 피해자가 심리적으로는 아직 지배당하고 있으면서 몸만 빠져나갔다면 어차피 심리 조종자 손바닥 안에 남게 된다. 이혼이 도리어 피해자의 피를 말리는 함정이 된다. 심리 조종자는 오랫동안 복수를 위해 가고 그 계획을 끝까지 단호하게 밀고 나간다.


 독이 되는 관계


 이 각박하고 차가운 세상에서 당신 혼자 돈도 없고 힘도 없이 고생해야 한다. 반드시 상대를 망가뜨리고 완전히 벗겨 먹겠다는 속셈은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다가 서서히 드러난다. 피해자는 상대를 달래려고 많은 것을 심하게 양보한다. 피해자가 양보할수록 심리 조종자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는 피해자가 땡전 한 푼 없는 외톨이가 되기 전까지 한 발짝도 물러설 마음이 없다. 그 후에도 피해자가 계속 비참하게 지내는지 감시는 할 것이다.


 저는 그동안 말도 안 되게 그 사람 편을 들면서 사느라 가족과 친구도 등지다시피 했고 이제 철저히 외톨이입니다. 저는 정말로 전남편이 쓴 가면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게 가면이었다고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듭니다.


 전략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꼴이 되고 말았다.  심리 조종자가 제일 못 견디는 일은 피해자가 자기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다. 활기차고 즐겁고 친절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당신과 함께 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분노, 발작은 주로 당신이 기분 좋을 때 일어난다. 그는 여지가 보인다 싶으면 다시 당신을 공략할 것이다. 그러니 손톱만한 여지도 주면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아오게 하겠어.

 상대에 대한 지배를 회복하려 한다.


 첫째 기술은 유혹이다.

 심리 조종자는 자기 행동을 단속하고 드디어 배우자가 오랫동안 바라던 모습대로 살아가는 척한다. 피해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한다. 심리 조종자는 폭력과 괴롭힘에 거리낌이 없고 상대가 거의 죽을 지경까지 명령, 비난, 위협을 지치지도 않고 퍼붓는다. 꼴도 보기 싫은 못된 꼬마가 자기가 이 바닥에서 밀려날까 봐 당신 치맛자락을 악착같이 붙들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항상 분명하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무슨 일이 닥쳐도 뒷걸음질은 안 된다. 절대 그 사람에게 돌아가면 안 된다. 돌아가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당신은 처절하게 응징당한다. 그의 지배와 통제는 전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심리 조종자는 싸움에서 힘을 얻는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시비를 건다.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면서 피해자가 지켜 달라고 요구한 선을 자꾸 넘어온다. 그는 현실 부정 기제를 발동시켜 자기가 지켜야 할 사항들을 깡그리 무시한다. 자기애적 변태 성격자이다. 심리 조종자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적당한 거리를 취함으로써 이 덩치만 자란 악동이 파제끼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심리 조종자도 버릇을 잘 들이면 잠잠해질 수 있다. 알았어, 얌전히 굴지 않으면 혼쭐이 난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그들이 끼치는 해악이 줄어들 것이다.


 심술쟁이 손에 들린 심리 조종 무기


 어머니들에 대한 집단적 기대와 믿음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함정을 만든다. 엄마는 무슨 일을 하든 비판당한다. 엄마 노릇을 보람이 별로 없는 일처럼 제시하며 실제로 엄마들을 무시한다. 그러면서도 한편 틀림없는 헌신과 모성본능을 기대한다. 바르게 양육하는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살았다는 확신이 평생을 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그런 확신은 평생 건실한 안정감을 준다. 엄마가 자식에게 그런 확신을 주려면 엄마부터 존중, 물질적 지원, 정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엄마 스스로 정말로 도움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버지는 경쟁자나 적이 아니라 조력자이자 지지자 입장에 서야 할 것이다. 아버지는 어머니만큼 본능과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어설프게 어머니 흉내를 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호환 가능하지 않다. 아버지 역할과 어머니 역할은 대신할 수 있지만 아버지 노릇과 어머니 노릇은 대신할 수 없다.


 인간은 연약하고 다치기 쉽다. 따라서 아이는 반드시 성인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한다. 인간 아이는 만 6세까지 질 높은 양육과 자기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기댈 수 있는 주요한 애착 대상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이 지닌 연약하고 다치기 쉬운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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