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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Aug 18. 2021

 THINK AGAIN

 다시 생각하기, 모르는 것을 아는 힘.

  

 다른 사람이 어떤 주장을 펼치면서 자기를 공격할 때 우리는 재빠르게 상대방 주장의 약점을 찾아낸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기주장의 허점이다.

ㅡ Elizabeth Kolbert.


 외출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툭'하고 걸리는 게 있다. 택배 포장 책이다. 귀가하여 포장을 뜯었다.

<THINK AGAIN>

 다시 생각하기, 모르는 것을 아는 힘.

 아들이 보낸 책이다.

 저자는 와튼 스쿨의 조직 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 7년 연속 최고 등급 평가를 받은 최연소 종신 교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경영 사상가 열 명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한다.


 쉽지 않은 아빠의 보호자 역할을 맡아 있는 엄마인 나에 대해 아이들의 걱정이 많다. 둘만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24시간 혼자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다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은 며느리와의 상의 끝에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 후 와서 자고 가겠다고 한다. 딸들은 주말에 한 번씩은 우리를  방문하려고 애를 쓴다. 외식 나들이 동참을 제안하고 간혹 밖에서 따로 만나 티타임을 갖기도 한다.


 "엄마, 상대방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될 때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배워야 해요."


 " '옳다, 그르다'를 떠나 피할 수 없는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줄이려면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어요."


 "엄마, 한번 배워 보세요."


 이런 이유로 강력하게 추천하며 구입해 준 책이다.  엄마, 아빠용으로 아예 두 권을 마련해 주었다.


 하루 세 끼 식사 그리고 간식 두 끼, 다섯 번의 환자 먹거리 챙기는 마음가짐부터 바꾸라고 충고한다. 일일이 재료를 구입해서 장만하는 힘든 노동과 완벽하게 이것저것 준비하려는 시간과 노력을 확 줄이고 그냥 쉽게 꺼내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제품 식품들을 구입해서 간단하고 합리적으로 준비하라는 것이다.


 "하루 대여섯 끼 준비해야 하는 노동력을 줄이세요. 육체가 덜 피곤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어요."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어요."


 그러면서 다양한 종류의 죽이랑 샐러드, 수프, 푸딩 등 완제품 먹거리들과 주스류, 과일들을 새벽 배송으로 주문 배달시켜 다.

 딸들도 인터넷을 뒤져서 샐러드나 환자식을 주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신청해 준다.


 딸이 보내 준 헬스 조선 뉴스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ㅡ 암 환자 가족도 힘들다. 주 1회는 개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암 환자에게 가족은 큰 지원군이다. 사회 정신적 지지는 물론 건강 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작 암 환자 가족은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암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환자 관리에 신경 쓰느라 자신의 건강을 챙길 시간이 잘 나지 않아서이다.

 암 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은 그렇지 않은 가족 구성원보다 우울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1.6 배 높다.                  

전문가는 암 환자 가족은 환자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과 심리상태도 관리해야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암 환자 가족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알아보자.


 환자의 투정을 무조건 받아 주면 안 된다. 투정을 계속 받아주기만 하면 답답함이 쌓이고 스트레스 해소가 안 되면서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행동이 도움된다. 감정을 표출할 수 있어서다. 감정을 표출하다 보면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이 왜 답답하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환자는 무슨 마음인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답답한 점이 있다면 환자와 직접 대화해도 좋다.ㅡ


 <THINK AGAIN>을 읽어 나가면서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구태의연한 가치관을 좀 많이 갖고 있는 편이다. 반찬은 재료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야 하고 음식은 절대 버리면 안 되고 싱겁게 간을 맞추고 가공식품이나 조미료 사용은 금기시하는 것 등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든 음식은 '이념 요리'라는 닉네임까지 얻게 되었다. 가끔 오는 손님들은 간혹 먹으니까 좋게 봐 주는데 매일 먹는 가족들은 시큰둥한 것 같다.


 세상이 바뀌고 지식이 진화할 때 여기에 대응해서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다시 생각하기'라고 한다.


 내가 주부로서 첫발을 내디딘 45년 전과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그때는 주부가 아무리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반찬을 직접 만들어 식구들 밥상을 차려내야 했다. 주 6일 근무로 빡세게 직장 생활하고 일요일 아침 같이 늦잠 자고 일어나 급하게 혼자 어설픈 부엌에서 썰렁한 아침 밥상을 차려내면 더 썰렁하게 못마땅한 분위기가 되곤 하던 신혼 시절 밥상머리. 게다가 시장에서 만들어 놓은 반찬은 비싸게 먹히니 그런 소비는 게으르고 철없는 일로 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몸에 익은 사고방식이 아직 내 머릿속에 그대로 저장되어 있어서 완성된 음식 제품 구입은 내 영역 밖이었다.


 가장 최근에 자기 잘못을 받아들여서 자기 의견을 수정한 때가 언제인지 기억하는 사람이 우리 가운데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책 속의 이 질문을 대하면서 며칠 전 길에서 본 한 장면을 떠올렸다. 젊은 부부가 네댓 살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각자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동네 도로변에 있는 체인점 반찬 가게에서 나왔다. 그 상품 로고가 찍힌 커다란 비닐봉지였다. 갖가지 만들어 놓은 반찬들을 가득 구입한 것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두 부부의 뒷모습을 예쁘게 보는 연습을 했다.


 남편이 참 가정적이고 배려가 깊구나.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이 한더위 땡볕 주말에 반찬을 사서 오손도손 집으로 돌아가고 있구나.

 아내가 소통에 참 유능하구나. 직업이 있든 없든 남편과의 갈등 없이 알콩달콩 손 잡고 완제품 반찬들을 저리 골고루 가득 마련해 가는구나.

 그래도 집밥을 먹는 모양이구나. 참 화목한 가정이다.


 나도 오늘 큰맘 먹고 아침에 남편이 입에 올렸던 물김치를 구입하러 그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가격이 엄청 비싸다. 재료비, 인건비, 가게 운영비 등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일 텐데 내 생각엔 비싸기만 했다.

 조그만 원형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400미리짜리 물김치가 무려 5500원이라는 거금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집에서 간단히 담아 볼까 하는 유혹을 물리치고 한 통을 구입했다. 집에 와서 금세 줄어드는 물김치 반찬통을 보니 다시는 물김치를 돈 주고 사지는 않을 것 같다. 집에서 고 말지.


 이 책의 주제와는 너무 격이 떨어지는 한 예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리고 변화에 대해 나를 바꾸는 작업에도 실패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진정한 '다시 생각하기'로 눈에 띄는 내 일상을 변화시킨 성공 이야기를 쓸 수 있었으면 겠다.


 ㅡ틀린 상태를 오래 지속한다고 해서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기존의 틀린 믿음을 될 수 있으면 빠르게 바꿀수록 나에게는 훨씬 더 이득이거든요.

   ㅡ <THINK AGAIN>  p117.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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