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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Aug 19. 2021

 World Trade Center

 생명, 가족, 감사.


'다시 생각하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는 의외로 빨리 왔다.


 점심 식사 후 외출하여 볼 일을 보고 집에 들어서니 남편이 티브이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수술 퇴원 이후 두 시간이나 계속 앉아 있기는 힘들어서 영화를 볼 수 없다고 말해오던 참이었다.

 <World Trade Center>

 들고 온 가방은 식탁 위에 그대로 던져둔 채 나도 바로 소파 앞에 다리 뻗고 앉아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화는 3분의 1쯤 지나간 것 같았다. 화면에서는 폭싹 주저앉은 110층짜리 건물의 지하 6미터,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로 뒤덮인 곳, 순간순간 곳곳에서 알 수 없는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시멘트 조각과 가루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그 속에 구조대원 경찰관 두 명, 윌과 존이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있고 그들을 구하려는 다른 한 명이 악전고투 중이었다. 있는 힘을 다해 동료를 구조하려 애쓰대원도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는 극심한 고통을 못 이겨 지니고 있던 권총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각을 잃어가는 다리와 매캐한 공기 속에서 윌과 존,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격려한다. 죽음으로 연결되는 잠 속으로 빠져들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먼지와 연기로 뒤덮여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지상 현장에서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구조대를 일단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경찰들이 사고를 당한 지 6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더 목숨을 구해내겠다는 소수의 구조대원들은 어둠 속에서도 정찰을 계속했다.

 그중에는 멀리서 달려온 퇴역 해병 군인 카스도 있었다.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유능한 인력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그는 이후에 해병대에 복귀하여 두 번에 걸쳐 이라크 파병을 다녀온다.


 끈질긴 수색 끝에 그들은 생존 조난자들을 찾아내고 본부 구조대의 도움과 후원을 받아 윌과 존을 구해낸다.   

 2749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소방관 343명과 83명의 경찰이 사망하고 20명이 구조되었다. 윌과 존, 이들이 18,19번째 구조된 생존자들이다.

 윌은 13일 동안 8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존은 6주 동안 27번의 수술을 받기 위해 가사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그들은 초조하게 기다리며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낸 가족들의 품으로 살아 돌아왔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이기에 전하는 메시지의 힘이 더욱 강력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이 시간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가족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철근 더미에 다리가 짓눌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하며 윌이 자기 기억 속에 떠오른 한 문장을 이야기했다.


 "고통을 사랑한다. 고통은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이니까."


 그런데 생명에 대한 감사에 앞서 크게만 느껴지는 현재의 갖가지 자잘한 고통 함몰되어 귀한 시간을 불평, 불만, 근심, 걱정으로 낭비하고 남을 탓하분노하기 십상이다.

 '다시 생각하기'

 이 영화는 현재 내가 경험하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강한 동기가 되었다. 지금 이 상황이 뭐가 그리 힘들다고 너무 쉽게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들고 마는가?

 저리 고통스럽고 절박한 가운데서도 오직 생명 하나 건지기 위해 극심한 고통과 불안과 절망과 위험을 감수하며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려 안간힘을 다 쓰고 있지 않은가?

 서로의 살아 있음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희망하며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는가?


 힘든 수술을 끝내고 어려운 회복 과정을 밟는 일은 분명 고통스럽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그 힘듦으로 우울해하고 좌절하며 불평하는 기운을 다 받아들여야 하는 일도 힘들다. 못 먹겠다고, 안 먹겠다고, 힘들다고 매번 식탁에서 힘 빼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다.

 그러나 서로가 살아 있음에 그리고 회복되고 있다는 희망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쪽으로 '다시 생각하기'를 해야 한다.

  '남의 목숨 살리려고도 저리 위험하게 자기 목숨을 내거는데 자기 목숨 살리기 위해 목숨 한번 바쳐 봐야 되지 않을까?'

 내게는 오늘 이 영화가 정말 귀한 선물이었다.

 오늘의 이 수확을 너무 빨리, 너무 쉽게 잊어버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ㅡ자기 마음속에 들어오는 모든 생각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지혜롭다는 뜻이고 자기 가슴속에 들어오는 모든 감정을 내면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서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ㅡ  <THINK AGAIN >  p116.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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