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지난여름휴가 때 썼던 글이다.
2025년 8월 5일 드디어 기다리던 가족여행을 떠난다. 시간이 맞는 2~3명이 간 적은 있었으나 4명이 함께 가는 해외여행은 처음이어서 설렌다. 비예보가 있었던 날씨는 쨍하고 맑다. 내 마음과 같다. 5일 첫날은 아들이 예약해 놓은 초밥 오마카세 식당에서 사케와 식사를 하였다. 아들의 일본인 후배를 통해 예약한 만큼 음식은 로컬 인생 초밥이라고 할 만큼 훌륭했다. 가족과 여행 와서 최고의 음식을 먹는 이 순간, 난 행복하다.
둘째 날 점심을 위해 아들이 또 예약해 놓은 일본식 프렌치 음식점 <르 무제>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가 산뜻했고 음식 또한 홋카이도의 신선한 재료로 만들었는지 훌륭했다. 마루야마 공원을 여유 있게 산책한 후 출출한 터여서 <르 무제> 식사는 더욱 완벽했다. 이번 여행을 위해 최고의 음식을 마음먹고 준비했다는 말에 아들에게 감동받았다. 마루야마 공원엔 러너들이 많았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다른 듯 같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면에서 그렇다.
내 딸은 시험 결과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한번 더 도전하라고 하였다. 남편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맘을 계속되는 업무 도전으로 표현했다.
삿포로 도시는 깔끔하고 조용했다. 특히 자동차의 클락션 소리가 없고 현란한 현수막이 아예 없어서 우리나라와 비교되었다. 그 거리를 맘껏 쏘다녔다. 홋카이도립 근대 미술관, 삿포로 맥주 박물관, 양고기집, 라멘집 등을 말이다. 나는 여행을 할 때 그곳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꼭 여행 리스트에 넣는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았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책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게 아닌 문화재나 작품을 직접 체험하는 면에서 기대감이 있다. 실제 경험함으로써 배움과 감성이 채워져서 리스트에 넣는다. 또 좋은 점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분히 관람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물론 몹시 붐비는 곳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셋째 날은 삿포로 근교 비에이조에 있는 사계의 언덕, 청의 호수, 흰 수염 폭포를 여행했다. 광활한 대지의 형형색색 꽃밭은 내 가슴속을 뻥 뚫리게 해 주었다. 자연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저녁엔 온천마을의 전통 여관 료칸에 도착했다. 다다미방이 있고 가이세키 요리가 나오는 일본 고유의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소수의 인원이 입장하는 온천형 호텔은 직원이 친절하고 온천탕이 깨끗해서 좋았다. 노천탕에 앉아 빗소리와 함께 나무들을 보니 묵은 피로가 날아가고 마음도 한층 가벼워졌다. 또 딸과 속 깊은 얘기를 나누어서 더 좋았다. 여행의 피로를 풀고 맛있는 저녁을 사케와 함께 먹었다.
넷째 날은 렌터카를 반납하고 신삿포로역의 몰에서 여러 가지를 구경하며 쇼핑을 했다. 일본에 왔으니 기념이 될만한 먹거리와 물건들을 샀다. 일본의 운전대는 우리나라와 반대에 있어서 운전하기가 힘들었을 거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작은 차이가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운전대가 그랬다. 방향 지시등과 와이퍼의 위치가 반대여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이상하게 미미한 신선함도 존재했다.
이번 여행은 가족과 함께한 최고의 시간이었다. 삿포로는 겨울의 눈으로 유명하지만 여름의 도시로도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다. 여름에도 이 도시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내년 더운 여름, 당신께 자연과 문화의 도시 삿포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