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김밥을 싸서 집을 나섰다. 지난주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식사를 못 하셨단다. 링거 맞고 죽 드시며 기력을 좀 찾긴 했다고 하여 안심이 되었다. 얼마 전에 내가 만든 김밥을 드시면서 맛있다는 얘길 여러 번 하셨을 때가 생각이 나서 입맛 없으실 때 드시라고 손이 많이 가는 김밥을 쌌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셨던 김밥이 생각난다. 엄마는 노란 달걀, 초록 시금치, 주황 단무지, 붉은 당근, 우엉을 넣어 주셨다. 엄마가 김밥을 하는 동안 엄마 근처를 왔다 갔다 하며 김밥을 과자 먹듯 했었다. 그 순간이 어린 나로서는 평안하고 기쁜 시간이었다. 그 김밥이 소울 푸드가 되어 지금도 문득 생각난다. 또 피곤하거나 기운 없을 때 엄마가 해주셨던 그 김밥이 생각난다. 이젠 내가 엄마를 위해 해드려야 할 때가 왔다. 엄마에게 기운을 드려야 한다.
엄마는 아이처럼 반가워하며 나를 맞아주셨다. "우리 큰딸 윤희 왔니?" 엄마 품에 안겨 한참을 그렇게 있는 게 좋다. 누구보다 나를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분이다. 그녀가 있기에 난 외롭지 않고 또 잘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80대의 엄마가 요즘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하여 걱정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주 찾아보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이 김밥을 통째로 먹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와서 눈여겨보았다. 너무 맛있게 먹기에 군침이 돌았다. 그 영화로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따라 하기 열풍이 일어나서 '김밥 한입에 먹기'챌린지 관련 영상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단다. 내가 좋아하는 김밥! 자랑스럽다.
작년엔 미국에서 냉동 김밥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유가 궁금했었다. 미국에서 냉동 김밥은 건강식 이미지라고 한다. 김밥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유부, 우엉, 채소 등 영양가 높은 것으로 만들어져 미국 내의 건강식, 채식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단다. 또한 간편하고 저렴한 가격, 그리고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그저 신기하고 기분 좋다.
엄마를 위한 김밥 한 줄을 싸며 나는 다시금 깨닫는다. 나의 소울 푸드, K-푸드로 몸값을 높인 김밥으로 엄마의 기운을 북돋우고 나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그것은 맛뿐만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만나는 일이고 내가 엄마를 위해 쏟아야 할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