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과 복숭아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여름엔 특히 수박이 그렇다. 여름철 내내 냉장고에 시원하게 두고 먹으면 언제든 더위를 식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은 역대급 더위로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모기 입이 비뚤어지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좀처럼 더위가 꺾이지 않는 그날, 나의 루틴대로 일요일 등산을 하였다.
습도가 유난히 높고 바람도 불지 않아서 오르막길이 쉽지 않았다. 헉헉 숨을 고르며 오르는데 뒤에서 말을 걸어온다."계속 이렇게 가파른 길인가요? 제가 이곳은 초행이어서 여쭤봅니다." "아, 네, 계속 이런 경사로입니다."그분은 등산로 입구까지 달리기를 하였고 등산로가 완만하여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단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나로선 초행길이라는 그분께 조금이라도 설명해주고 싶어서 물어보지도 않은 얘기를 해주었다. 남한산성은 코스가 여러 군데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것, 서문으로 오르는 가운뎃길은 현재 공사 중이어서 약간 불편한 점, 사계절의 변화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 경사가 급하니 산을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등산을 하셔야 한다는 이야기 등 여러 가지를 말이다.
정상에 도착했을 땐 온몸에 땀이 흐르고 숨은 턱밑까지 차면서 머리가 몽롱했다. 남편과 함께 수박을 먹었더니 그제야 머리가 맑아지면서 살 것 같았다. 수박 속의 당분은 대부분이 과당과 포도당이어서 쉽게 흡수되고 피로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해열, 해독 효과가 있는 과일이라더니 정말 그랬다. 땀을 많이 흘리고 따가운 햇빛을 받아서 머리는 몽롱하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수박 한 조각에 이 증상들이 싹 없어졌다. 오늘 일로 수박을 더 즐길 것 같다.
여름 끝무렵부터 가을까지는 여러 종류의 복숭아가 좋다. 백도는 물이 많고 부드러우며 달콤하여 수분을 보충하기에 적합하다. 황도는 상대적으로 단단하고 씹는 식감이 있다. 맛은 진하고 달콤하면서도 약간 새콤한 풍미가 매력적이다. 퇴근 후 복숭아 한입 베어 물면 지친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과일도 달라지는데 몽롱한 머리와 땀으로 흥건했던 내 몸을 살리고 퇴근 후의 피로를 날려주는 이 과일들이 새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