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배들은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직장 생활을 하면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줄어든다고 얘기했다. 아이들이 집밥 먹을 때 자주 해주는 게 좋다며 그때가 그립다는 얘기도 같이 들려주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다르다. 바빠서 집밥을 못 먹는 거지 내가 해주는 요리들을 맛있다고 잘 먹는다. 나는 그 말에 속아서 뭘 만들어 먹을까 하며 계속 주방을 서성인다.
아들이 대학 절친들과 중국 상하이로 여행을 가기 전에 한식을 많이 먹어두어야 한다며 지난주엔 거의 매일 집밥을 먹었다. 집밥은 깔끔해서 소화가 잘 되고 잠을 푹 자며 그 덕에 다음날 또 치열하게 생활할 수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엄마 밥이 최고야!>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요리사 2'에서 안성재 셰프가 말한 "어니스트 <honest>한 음식"이라는 심사평이 화제가 됐다. 재료의 맛을 살리면서 과한 기교를 부리지 않고도 충분히 맛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니스트 한 맛이 나의 요리 철학이다. 요리에 자신이 없어서 제철에 나오는 것을 쓰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인데 어니스트 한 음식을 최고의 셰프가 말해주니 내 생각과 딱 맞아떨어져 <유레카>를 크게 외쳤다. 동시에 요리에 자신감도 생겼다. 자주 하다 보니 나아지고 맛있다고 하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아들이 어릴 때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서 한의원 치료를 받았다. 그 의사는 한약 처방과 함께 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집밥을 해주라는 요청이었는데 그게 나는 벌과 같았다. 요리를 못하는 데다가 하기 싫었었다. 자식 일이 아니었다면 도전하지 못했을 텐데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못할 게 없는 사람들이므로 시작하게 되었다. 5년간의 한약과 집밥으로 아들은 거의 완치되었다. 아토피염 치료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요즘은 잘못된 식생활로 성인 아토피염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스트레스로 몸이 피곤하고 먹는 것을 소홀히 하여 건강한 먹거리를 놓치면 탈이 나는 모양이다.
아들 때문에 집밥 요리에 어쩔 수없이 입문하였으나 지금은 그 덕분에 내 건강을 챙기고 체력도 좋아져서 이제는 먹는 것의 힘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집밥 먹기와 외식을 할 때 알고 있었으나 떠올리지 못했던 "어니스트 <honest>"한 음식을 앞으로도 쭉 즐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