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은 새로운 곳에서 학기를 시작한다. 2월은 전보 발령이 나기도 하고 마지막 주는 새 학년 준비를 위해 출근을 한다. 정리의 시작은 청소여서 방학 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집기들을 안정감 있는 구도로 바꾸었다. 집 이사와 같이 직장 이사도 짐 싸기, 옮기기, 풀어서 정리하기 등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친다. 안 쓰던 근육들을 썼는지 몹시 피곤하다. 잠깐씩 쉬는 시간을 가지며 교육과정 시수의 얼개를 짠다.
학교를 옮기는 일은 직장 생활 처음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가 있어서 난 한 곳에 오래 있는 편이다. 전 직장에서 송별식이 있었다. 전 직장에 있을 때는 여러 민원들로 힘들어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많았으나 막상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신설교이다 보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그땐 퇴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업무가 많았다. 고생했던 만큼 애정이 생겼나 보다. 또 함께 했던 동료들이 능력자여서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일하는 재미도 있었던 곳이었다. 그야말로 울면서 왔던 곳이나 아이들과 동료들에게 많이 배우고 발령이 가까운 곳에 났으므로 난 그 정든 곳을 웃으며 나오게 되었다.
어제 송별식을 마치고 짐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업무 처리를 하기도 하며 교육과정을 읽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전 직장의 후배에게서 반가운 문자가 왔다. 같이 근무하면서 배운 게 많았고 정이 들어서 나와의 이별이 슬프다는 내용과 함께 차선물을 보내왔다. 차의 종류가 모두 달랐고 차를 우려내는 물의 온도와 시간이 다르므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알맞게 마시라고 한다. 떠날 때 챙김을 받으니 진심이 확 느껴지며 감동이 몰려왔다. <내가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었구나!>
새 직장의 청소가 깔끔히 되었고 내 물건도 제자리를 찾았다. 여러 종류의 차가 준비되어 있어서 설레는 3월의 시작이 밝고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