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by 유니

2월 내내 두통에 시달렸다. 불확실할 때 우리의 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음으로는 컨트롤하고 있다는데도 나의 신경은 저절로 코르티솔 호르몬을 배출하면서 두통과 피로감을 유발하는가 보다. 집에서 멀리 나면 어떡하나? 학생들은 괜찮을까? 치 전쟁과 기후 문제등 세계적인 불확실한 정세와 내 기분이 닮았다. 나는 2월을 보내며 안갯속 같던 일들이 하나하나 풀리더니 3월이 시작되던 날 신기하게 두통이 사라졌다.


3월 시업식을 30여 년 맞이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설레면서도 희망사항이 있기는 오랜만이다. <수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첫날 그렇게 우리는 긴장감과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서 먼저 나를 소개하고 학생들의 소개를 받다.


그런데 첫날부터 싸움이 시작된 두 친구가 있다. 자기주장이 지나치게 강한데 공감 능력이 부족한 철수와 걱정이 많고 예민한데 고집이 센 영수가 사사건건 부딪다. 자신들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면 수업시간에도 어수선함이 이어져 수업을 방해했다. <어린이는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이다.> 나는 속으로 한번 되뇌며 둘에게 생활 교육 지침을 늘어놓아 일단 그 상황들이 진정되었다.


수학시간에 혼합사칙연산 문제 풀이를 하는 시간이었다. 중간에 곱셈식이 있어서 그걸 먼저 풀고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푸는 문제였는데 철수는 굳이 순서대로 안 풀고 곱셈부터 푸는 게 이상하다면서 따졌다. 다른 친구들은 그냥 수학 규칙이 그렇다고 나 대신 설명을 쏟아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나는 자기 생각만 해대는 철수에게 기존 수학규칙이 이상하다고 그걸 받아들이지 않고 기발한 생각을 하는 철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추켜 세워주었다. 그 순간 철수는 눈빛이 이상해지면서 내게 항변했다. 자기는 내가 본인을 비아냥거리는 듯 말해서 기분이 나쁘단다. 그러면서 무례한 말을 내게 중얼거렸다. <이런! 기껏 본인 생각을 일부러 해준 건대...> 순간 내 머리는 얼음 상태가 되었다. 순간 머리 회전을 빨리 한 결과 <나는 널 칭찬한 건데 네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하지만 나에 대한 무례함에 대해서는 사과해 줘.>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랬더니 모기만 한 소리로 <죄송해요>라는 거였다. 참 어렵다.


그러던 그들이 음악으로 한마음이 돼서 신기했다. 철수가 랩을 하고 싶다고 하여 기회를 주었더니 <오키도키>를 가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리듬을 탔다. 영수는 <골든>에 맞춰 막춤에 가까운 춤사위를 보여주었는데 그의 표정은 웃음 가득했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맞는 구석이 있어서 다행이다. 난 그렇게 서부에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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