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공지 사항 이외에
그 남자는 말이 없다
처음 만난 날
오후 개인 일정으로 나가봐야 한다는
얘길 하는대도
시선은 피한 채로
<일정대로 하세요>
그의 메마른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혀
이상한 생각이 든다
내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직장 내 사람들에게 그러고 있다
점심시간에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밥을 먹고 자리를 순식간에 박차고 일어나는 걸 보았다
그의 마음과 시선이 직장을 외면한 동기가 무얼까?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관심이 많지 않은 나인데
이번엔 달랐다
말이 없는 그가 관리자여서 불편하다
난 관리자에게 지원받아야 하는데
말이 없고 무관심하며
표현하지 않는 그와
같은 건물, 직장에 있는 게
신경 쓰인다
오늘은 우연히 식당에서 식사 중인 그에게 <안녕하세요?>했더니
목례와 함께 <네!>
대꾸를 하긴 하는구나
자꾸 말을 걸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한다
내 장난으로 그가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하는 오지랖이 생긴다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일이 있구나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걸 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거다
내 자존심이 긁힐 때
난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형식적인 선만
지키는 경우가 있었다
시간이 약이던가
지금은 수십 년이 흘러
희미해졌을 뿐
용서하지 않았다
가끔 만나는 친척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매일 동료와 마주하는
직장에서라면
어떨까?
그 남자가 이 지옥을
자의든 타의로든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