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
카페 ING에서 아이스라떼를 주문. 바쁠수록 천천히..... 여유에 여유를 즐기는 시간.
라떼의 잔이 비어갈 무렵 카페에서 일어나 장 보러 가자고 했더니 머뭇거리지 않고 일어나 집으로 갔다. 장 볼 준비해서 다시 노은 시장으로 가는데 무얼 살 건지 묻는 남편. 과일만 사면 된다고 했더니 달걀도 사야 한단다.
노은 시장에 도착하여 과일 가게로 갔다. 사과와 거봉, 참외를 샀더니 감자도 사야 한단다. 채소 가게로 달리고 달려~ 감자 산 후 계산하는데 한편에 있는 양파가 눈에 밟히는 건 사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
"여보, 양파 사도 될까?"
"그건 당신이 알지. 내가 알아요? 알아서 사요."
망설이다 양파를 샀다. 남편은 양파를 들고 승용차로 간다며 달걀을 사 오란다. 더 살게 없는지라 달걀 한 판 사서 후다닥 승용차로 갔더니 뭔가 하려다 멈추어 아쉬운 표정이 얼굴에 가득한 남편.
"어~ 벌써 오셨어? 아구~ 왜 그렇게 동작이 빨라요."
"나 지금 차 한번 닦으려고 걸레 들었는데~ 에이~ 다음에 닦아야겠네요."
시간만 나면 차를 닦는 남편이닷. 차를 닦았어야 개운했을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 목적지는 청양 농부 마켓으로~
"당신 내려 줄 테니까 두부 사갖고 오구려. 나는 차를 돌려 기다릴 테니."
"알았어."
마켓에 들어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기는 했지만 딱 두부와 호박을 사서 승용차로 잽싸게 후다닥~
"어이쿠~ 벌써 사 왔어요? 당신 요새 행동 빠르네."
"그럼. 살 것만 사갖고 나오면 되니까."
"아니 예전엔 살 것 없어도 구경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잖아요. 요즘 엄청 빨라졌어요."
"빠르긴 뭐가 빨라. 기본이지. 당신이 항상 서두르니까 나도 빨라졌나 봐."
"서두르긴요. 할 일 있으면 미루지 않고 빨리하는 게 좋죠."
다음 목적지는 우유를 사야 해서 동네 마트로~ 승용차 타고 가면서 질문하는 남편~
"10월 2일이 연휴네. 기사 떴어요. 당신 놀러 가고 싶은 곳 있어요?"
"글쎄~ 김천이나 경북 영주."
얼마 전 블로그 이웃님이 다녀온 곳을 대충 기억하고, 대충 대답하는 나.....
마트에 도착하여 우유만 잽싸게 후다닥~ 차에 앉아 있던 남편은 뭔가 들킨 사람처럼 깜짝 놀라
"뭐여?"
"왜?"
"아니, 핸드폰으로 김천하고 영주를 검색하려고 했더니 벌써 왔네요. 왜 이렇게 빠른 겨? 너무 빨라서 검색도 못했네."
"그려? 내가 빠른 게 아니고 당신이 느린 거 아녀?"
"아녜요. 당신 요새 행동이 엄청 빨라졌어요."
집에 와서 장 본 것을 정리하고 났더니 어느새 양파 자루를 끼고 앉아 양파를 손질하는 남편. 오늘 말고 나중에 하자고 했건만 반만 손질하고 손을 놓는다고 하더니 양파 상태가 저장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 자루를 그 자리에서 다 손질했다. 잽싸게 후다닥이닷.
저녁을 먹고 나니 말없이 양파를 채 써는 남편~
"아니, 내일 하면 되는데 왜 오늘 해? 당신 도서관 출근해야지."
"................"
조용히 열일 해놓고 "다녀올게요~"라며 도서관 출근하는 남편이닷.
인사하고 뒤를 돌아보니 스테인리스 대야 한가득 썰어 놓은 양파가 나를 보고 웃는다. 마치 남편이 고소해하며 웃는 듯. 요렇게 해놓고 가면 나머지는 당연히 내 차례닷. 채 썰은 양파를 그냥 두면 상할 테니 알아서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로 보내라는 뜻.
아고~ 낮에 후다닥 장 보러 다녀온 것을 집에 와서 남편의 후다닥에 내가 넘어간다.
밤 10시에 퇴근하는 남편한테 떠넘길 수 없는 현실.....
그.래.도. 감사.
양파의 매운맛에 눈물 찔끔. 콧물 훌쩍. 재채기 한 방씩 날려가며 손질해 준 남편의 사랑과 정성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