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아침마다 계란찜해서 다 먹었다고 달걀사러 노은동 농산물 시장에 가잔다. 농산물 시장에서 사면 신선하고 알이 조금 더 굵다면서 살림꾼이 된 남편.
가자면 가지요~
점심 먹고 가잔다.
그대로 따르지요~
은행도 가잔다.
분부대로 합지요~
알아서 계획하고 알아서 태워다 주는데 마다할 일이 아니지 싶다.
비 예보가 있어 꼭 오늘 가야 한다고.....
점심시간이 되었다고 오병이어 학사 식당에 가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뒤돌아보며
"여보. 그거. 그거 가져와."
"그게 뭔데요."
뒤따라 나오는 남편한테 말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거 있잖아. 아이스 팩. 교수님. 음료수 싸간 거."
급하니까 말이 토막 나서 나온다.
"교수님? 언제 아이스 팩을 가져갔어요? 난 가져간 적 없는디."
"음료수 넣었던 아이스 팩."
"뭔 말인지 모르겄네. 알았슈~"
들어가 꺼내온 건 냉동실에 있는 진짜 아이스 팩이닷.
"요거 말여?"
"아니이~ 그거 말고 음료수 넣었던 거~"
"나 참. 그게 왜 아이스팩여~ 비닐이죠."
"그게 왜 비닐여. 시원하게 유지하는 건데."
"그걸 누가 아이스 팩이라고 하냐고오. 참내 알아듣게 말해야죠."
다시 꺼내온 건 남편이 잘 정리한 보냉팩.
"이거. 이거 말이에요?"
"응. 맞어. 당신이 정리해 놓았으니까 당신이 찾아와야지."
"찾기 쉽게 정리해 놓았는데 왜 못 찾아요~ 여기 있는데."
"내가 가면 아나? 못 찾지. 당신이 찾아오는 게 쉽지."
억울하다는 듯 남편은 다시 꼬집듯 한마디를~
"이게 무슨 아이스 팩이여~ 참내."
끝까지 우겨보고 싶은 남편이닷.
"오늘따라 왜 그렇게 못 알아들어? 척하면 척해야지."
"똑바로 말하슈~ 알아듣게. 이건 비닐이여. 비닐."
"그게 왜 비닐여. 보냉팩이지."
"나 참 오늘은 안 맞네요."
둘이 서로 안 맞는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지하층을 눌러야 할지 로비층을 눌러야 할지 망설여지는 내 손.
눈치껏 로비층을 눌렀더니
"지하를 눌러야지. 왜 로비층을 눌러요. 내참. 모르면 물어봐야죠."
"자기가 알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디에 주차했는지. 당신 차잖아."
"그러니까 물어봐야죠."
의기양양한 남편은 아주 호기롭게 큰소리를 친다.
다시 지하층을 누르고 로비층을 취소하는 나. 지하 주차장으로 나가서 남편은 기웃거리다가 차 키를 왼쪽, 오른쪽으로 눌러보지만 대답 없는 소나타~ 짜자자잔~ 짜자자잔~ ('운명'이 생각나는 건 뭔지.)
"아니. 여기 아닌가. 로비층인가. 다시 올라가 봅시다."
"뭐야~ 지하라며."
이때다 싶어 나도 큰 목소리를 냈다.
"분명히 지하인 줄 알았는데. 로비층에 주차했나 봐요."
"당신도 똑바로 말하슈~ 왔다리 갔다리 하지 않게."
"에이~ 그럴 수도 있지 뭘요~"
"뭘 그럴 수 있어. 나한테만 똑바로 말하라고 하고....."
"그건 못 알아듣는 말이죠. 비닐 가지고 아이스 팩이라고 하니. 당연히 못 알아듣죠."
이미 올라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시간 낭비를 했다. 암튼 로비층으로 다시 올라가 주차장에 가보니 떡하니 반갑게 인사하는 소나타~
이제야 찾으셨냐고.
나 여기 있었다고.
어서 오시라고.
어디로 가실 거냐고.
에어컨 켜고 시원하게 모시겠다고.
나의 머릿속에서 소나타는 그렇게 말하는 듯 우리를 맞이했다.
오병이어에 마주 앉아 서로 멋쩍어 킥킥대며 웃는 바보 두 사람~
삐거덕 삐거덕~
잘 굴러가다 삐거덕 거리며 걸떡 거려도 오래된 달구지가 되어 익숙하게 굴러가는 바보.
웃는 타이밍도 비슷해져 가는 바보들이닷.
시장에 가는 길에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라떼를 주문하여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센스.
칼로 물을 베어봤자 그대로인 걸. 다시 하나되어 룰루랄라~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보냉 팩이 아니라 보냉 봉투가 맞는 표현이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