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캠퍼스 커플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정작 캠퍼스 커플을 못했던 남편과 나.
집 가까이 대학 캠퍼스가 있어 좋다. 나이와 외모는 60대지만 젊은 청춘을 마음속에 저장하고 사는 듯. 대학가 근처에 살아서 좋다. 창피함과 쑥스러움을 잊어버리고 젊음을 같이 누린다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리는 매일 대학 캠퍼스로 산책을 간다. 빨간 벽돌 건물과 초록 잔디가 펼쳐져 있고, 나무와 꽃이 있고, 노란 나비와 잠자리가 왔다 갔다 춤을 춘다.
산자락에서 들려오는 뻐꾸기와 까치의 독창이 좋다. 참새가 잔디밭에 앉았다가 나무 위로 날아가 지지배배 부르는 합창도 좋다.
베데스다 연못에 가면 잉어를 볼 수 있고 하얀 수련까지 물 위에 유유자적~
보는 것이 아름답다. 들리는 것이 즐겁다. 누리는 것에 감사하다.
가끔 아주 가끔은 사람들이 뜸한 산책길에서 나 스스로 기분이 업된 날은?
남편과 가던 길을 멈춰 나는 막아서서 뽀뽀를 부른다. 누가 볼까 쑥스러워 하는 남편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처음에는 그랬다. 남들이 보면 어쩌냐고.
요즘은 안 그런다.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가 남편 앞에 서서 길을 막으면 눈을 감는 남편. 다가가서 냉큼 뽀뽀하는 나. '누가 볼까 봐~ 노인네들 노망났다고 흉볼까 봐~'라는 생각은 접고 겁내지 않고 노인네들의 로망이라서 뽀뽀를 했다.
남편이 피하면 안 했다. 요즘은 피하면 피할수록 더욱 장난기가 발동하는 나~ 귀를 잡고 뽀뽀 쪽~ 얼굴 잡고 뽀뽀 쪽~
남편이 고지식하고 보수적이라 재미난다. 피하려 하면 더욱 하고 싶어진다. 우리는 이제라도 캠퍼스 커플을 자처한다. 연인이 아닌 부부라서 괜찮다. 전혀 창피할 일이 아니므로~
팔짱만 껴도 학생들이 본다고 기겁했던 남편. 손잡고 걸어도 되고 팔짱 끼고 걸어도 되고... 이젠 남편이 나의 손을 잡는다는 사실.
인대 파열로 수술한 나. 예약 문자를 보고 정기검진받으러 아침 일찍 병원에 갔다. 승용차로 데려다 준다는 걸 말리고 혼자 버스타고 갔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밀릴 것 같아서.
엑스레이 사진 찍고 초음파로 검사까지. 진료실에 입장하자 의사 선생님은 웃는 얼굴로 이제 뛰어도 되고 점프해도 된다고. 뼈가 잘 붙었다고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셨다.
가끔 뻐근한 것을 느낀다고 했더니 일 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마음껏 걸으라는 말씀에 기분이 날아간다. 족저근막염이 있는데 맨발걷기를 해도 괜찮은지 여쭈었더니 맨발 좋다고 하셔서 더 가뿐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 상가를 지나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가는 남편과 딱 마주쳤다. 반가움에 남편의 동공이 커졌다. 나는 활짝 웃음짓고 다가가 피하기 전에 얼굴 잡고 뽀뽀 쪽~ 그대로 서서 기습 뽀뽀를 당한 남편은 헤죽~ 그저 좋단다.
"병원에서 뭐라 해요?"
"응, 뛰어도 되고 점프해도 된대."
"그래도 조심해야지."
"맨발 걷기도 좋대."
"거봐. 어싱이 좋은 거예요."
진료 결과가 반가운 남편은
"청소 해놓고 점심 준비해 놨슈. 맛있게 들구료."
"응, 맛있게 드시고 재밌게 놀다 와~"
헤어짐이 아쉽지만 친구 모임에 가는 남편과 인사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식탁에 차려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진료 결과 덕분일까? 마냥 행복하다.
단순하지만 솔직한 나. 솔직해서 감정을 즉시 표현하는 나.
캠퍼스 커플의 로망을 현실로~ 나이 들었다고 마음까지 늙는 건 아니니까.
노망났다고 해도 로망이 있는 우리 두 사람. 앞으로 쭈욱 즐겁게. 행복하게. 감사하게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