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지 않고 표현하게 된 이유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드라마에서 보았듯이, 대학 캠퍼스에서 보듯이 요즘은 솔직한 게 대세닷.


여러 번 대수술을 하고 나니 겁이 없어진 나. 삶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숭떨며 살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살면 얼마나 더 살까 싶은 생각이..... 옛날로 치면 장수한 셈. 앞으로의 삶은 덤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표현하고 살자. 솔직하자. 사랑하자. 아끼지 말고..... 아끼다 X 된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것은 아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도 아끼면 안 된다.


남편을 만난 지 약 석 달 반 만에 결혼했다. 시댁 가족은 교회에 다니지만 유교적인 생각 더 많아 살면서 표현 못 하고... 분가해서 아이들을 키울 때는 사느라 바빠서 표현 못 하고...


나중에 생각을 바꾸게 된 건 남편을 따라 간 영국 유학 생활에서 자유를 얻었다. 여러 번의 아픔과 수술이 나를 변화 시켰다. TV에서 나오는 속풀이 쇼 동치미는 내 감정을 고스란히 대리만족하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닷.


아이들이 자라 하나, 둘 독립해서 나갔다. 남편은 퇴직해서 들어왔다. 처음같이 있을 때는 불편함이 많아 어색했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 석 달, 일 년.....


함께 지내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남편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평생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 직장에서 애썼다는 생각에 측은지심까지. 오롯이 둘만 남았는데 서로 단점만 꼬집으며 살면 비참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말부부였던 우리.....

한 지붕 아래에서 산다는 것은 다시 맞춰가야 한다는 것.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라 매일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좋은 면을 보고 긍정적인 생각과 칭찬을 하기로. 꼰대 성향이 강한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내가 먼저 바뀌기로 마음먹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남편은 움찔하며 긴장했다. 실망을 했다. 좌절도 했다.


내가 먼저 미쳤다. 미친 짓을 시도한 것은 나였다.


퇴직한 남편과 헬스장에 같이 다니던 어느 날~

나는 벨트 마사지를, 남편은 바로 옆에 있는 돌돌이를 했다. 남편은 다리 마사지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윙크를 했다. 남편이 고개를 숙였다.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슬며시 고개 들어 다시 나를 쳐다본다. 또 윙크를 날렸다. 주변을 살피며 고개를 숙이는 남편. 다시는 나를 안 쳐다본다.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집에 와서 하는 말.


"아구~ 공공장소에서 윙크하면 어떻게 해요. 가슴이 철렁하게요. 누가 볼까 봐."

"누가 보면 어때. 우린 부분데."

"부부라도 그런 데서 하면 안 되죠. 집에서나 해야지."

"집에서 왜 해? 밖에서 하니까 스릴 있고 좋잖아~"

"에구~ 스릴은 무슨 스릴~ 간이 콩알만 해져서 얼굴이 뜨거웠는디~ 나 땀났어. 이 사람아~ 다시는 그러지 마쇼잉."


그러거나 말거나 헬스장에 가면 또 윙크를 날리는 나. 반복하다 보니 남편도 대담해졌다는~ 지금은 남편이 나한테 윙크를 날리는 역전 세다.


끼가 너무 없어 재미없는 우리 부부가 노력하며 사는 삶. 우린 대화를 참 많이 한다. 오해가 줄어들고 오히려 격려를 한다.


앞으로는 노인 부부 시대라는데 서로 말하고 들어주고 받아주면서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황. 혼. 신. 혼.

우린 황혼 신혼을 누린 지 일 년이 되어간다. 마음속의 생각을 나누며 사는 황혼. 주거니 받거니~


좋다. 참 좋다. 부부라서 더 좋다.


죽음이 우리를 부르는 순간까지 웃으며 살고 싶다. 미쳤다고 해도 남편한테 미쳤으니 다행이지 싶다.


하나님께서 부부의 연으로 축복해 주심을 감사.


(퇴직 일년 차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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