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배우다 미운 정 고운 정 안쓰러운 정까지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시점이지만 사회가 조금씩 풀려갔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하나, 둘씩 사회로 조심스럽게 복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남편은 직장 내 코로나 환자가 생길까 관리하면서 별 무리 없이 퇴직했다.


"여보, 이제 우리 뭐 배울 거 없어요? 아니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으로 취업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글쎄. 취업은 어려울 것 같고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으니까 우리 이번엔 블로그 배워보는 건 어때?"

"블로그요? 거 써먹을 때가 있을까?"

"쓰든 안 쓰든 요즘 블로그가 대세라니까 우리도 더 나이 들기 전에 블로그 한번 해보면 어때. 유튜브도 이참에 같이 배우고."


생각이 있고 막연한 계획이 있었다. 나 혼자 가고 싶지 않아 남편한테 블로그와 유튜브를 배우면 좋겠다고 매일매일 노래 불렀다. 갸우뚱하면서 마지못해 허락한 남편. 결정하면 바로 직행하는 성격이라 망설이는 나는 지켜보기만 해도 되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성가족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강 신청을 했으니까.


매주 화요일은 블로그 마케팅, 목요일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들었다. 꽁냥꽁냥 붙어 다니는 우리는 캠퍼스 커플처럼 퇴직 커플이 되어 강좌를 듣고 집에 오면 나는 바로 실습을~ 남편은 모르는 것을 나한테 물으면 된다고 복습하지 않았다. 알려주지 않겠다고 엄포해도 여유를 부리는 남편이닷.


블로그는 재미있었다. 유튜브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

"여보, 블로그는 재밌어서 매일 하는데 유튜브는 못 알아듣겠어. 우리 유튜브 들으러 가지 말까?"

"에이~ 어려워도 들으면 나중에 다 생각나요. 몰라도 일단 다녀봅시다."

남편의 격려 한마디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딱 한 번~!!! 유튜브 배울 때 우린 크게 다퉜다. 나만 열받아 큰소리쳤던..... 강사님의 설명을 잘 듣고 싶은데 한 박자 늦은 남편은 항상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중에 알려 준다고 했더니 '잘난 척하지 말라'라고. 띠용~ 바로 가방 싸서 유튜브 강의를 듣다 말고 버스 타고 집에 가서 씩씩 씩~ 끝까지 강의듣고 뒤늦게 온 남편은 집에 와서 미안하다고 입으로만 싹싹싹~


"여보, 미안해요. 그렇다고 듣다가 그냥 혼자 가면 어떡해요."

"나한테 그런 말 할 수 있어? 잘난 척이라니. 그럼 당신도 강의 듣고 잘난 척해봐. 맨날 나한테 묻지 말고. 나도 스트레스받어. 당신이 매번 물어봐서. 나도 자꾸 강의 놓친다고."


확~ 풀어 버렸다. 그동안 쌓인 감정을 좔좔좔 쏟아 버렸다.


"여보, 미안하구료. 나도 잘 못 알아 들어서 물어본 거예요. 이제 우리 따로따로 앉아서 들읍시다."

결국은 끝까지 옆에 앉아서 배웠다는 썰.


미운 정 고운 정 안쓰러운 정이 차곡차곡 쌓였다. 수료증을 받아 들고 마지막 수업까지 잘 다닌 것에 서로 대견해 하며 마주 보고 웃는 바보 커플이었다.

"여보, 이제 나는 당신하고 같이 배우는 거 안 할래."

단단히 결심을 하고 선언을 한 나.


"알았어요. 나도 이제 혼자 배우러 다닐 거예요. 이번엔 밑반찬 만들기 한번 배워봐야겠어요."

"엉? 밑반찬이라고? 그걸 할 수 있겠어?"

"배우면 되죠. 뭐~ 평생 당신이 해준 밥과 반찬을 얻어먹었으니 밑반찬 배워서 이제 당신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리다."

완전 감동적인 멘트에 하트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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