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여성가족원에서 남편과 나는 블로그와 유튜브를 배운 후부터 같이 하리라 생각했는데 블로그 하면서 즐거움을 알게 되어 빠져드는 나와 달리 남편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여보, 글쓰기가 그렇게 좋아요?"
"응, 나 좋아하는 것 찾아서 행복해."
"참 이상한 사람이구만. 글 쓰는 게 행복하다니요. 나는 아무리 써도 딱 다섯 줄이면 더 쓸 게 없더구만."
"당신도 써봐. 이게 얼마나 재미 있다구~"
"아이, 아니에요. 당신이나 써요. 나는 다른 거 할 테니."
"뭐 할 건데. 당신 나랑 블로그, 유튜브 같이 하기로 했잖아."
"아니에요. 배워보니까 나하고는 안 맞아요. 난 그냥 책 읽을 거예요."
책을 좋아하는 남편은 글쓰기보다 책 읽는 게 좋단다. 책 읽고 나면 말이 많아지는 남편이다.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줄줄이 말로 다 풀어 놓는다. 책을 자주 읽지 않는 나는 남편한테 주워듣는 게 많다. 간접적으로 책 내용을 대충 알게 되어 참 좋다. 들어주는 나를 위해 남편은 틈만 나면 책 내용을 이야기해 주며 좋아한다. 우린 주로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 핑퐁 대화가 한 시간 이상 이어진다.
가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뒷짐지고 옆에 와서 코를 들이대며 지켜보는 남편.
"재밌어요?"
"응"
"그게 재밌어요? 난 하나도 재미없더구만."
"난 너무 좋아. 나하고 딱이야. 당신도 해봐."
"난 됐어요. 당신은 블로그에 재미 들였는데 난 이제 뭐 하지?"
"당신? 당신도 이거 하면 좋은데."
몇 번이고 권유해도 손사래 치는 남편은 어느 날
"여보, 이제 코로나도 끝나가는데 탁구 한번 배워볼까 하는데요."
"탁구 좋지. 당신이 배우고 싶으면 해보슈. 아파트 동호회에서 하면 멀리 가지 않아도 되니까 좋지."
"그쵸? 내가 퇴직하면 배워보고 싶은 게 딱 두 가지 있었는데 기타하고 탁구예요. 기타는 배우고 있으니까 됐고. 이제 탁구만 배우면 될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야. 산에 다니는 것도 좋고, 사람들하고 어울려 운동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내일 탁구장에 한번 갔다 와야겠어요."
내 의견을 들어본 후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남편은 다음날 탁구장에 다녀왔다.
"여보, 탁구장에 갔더니 내가 제일 젊은 것 같아요. 어떡하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왜애~ 나이 든 거랑 젊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어려우니까 그렇죠."
"그건 말이 안 돼. 배우기로 마음먹었으면 가야지."
처음이라 어색한지 주춤하며 망설이는 남편. 기꺼이 뒤에서 밀어줘야 될 것 같아 밀고 밀었더니 탁구장으로 룰루랄라~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닌가 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한 아이처럼 다녀와서 심란한 표정이다.
"여보, 어렵네요."
"응? 뭐가 어려워?"
"사람들이 이상해요. 좀 친절하면 안 되나? 말도 이상하게 하고요. 나는 잘 어울려 보려고 노력하는데 반응이 안 좋아요."
공무원이자 연구직에 있었던 남편은 사회생활 초년생. 그럴 줄 알았다. 설마 어른인데... 정년을 넘겨 퇴직한 사람인데... 못 어울릴까 믿어 보았지만 남편은 탁구장에 다녀오기만 하면 하소연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이 생각한 것이 곧 기준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는데 말이다.
모름지기 사회생활은 말이야~ 사회생활 선배인 내가 남편의 사회생활 적응에 기꺼이 동참했다.
조직에 있을 때가 편했지. 기관장 할 때가 편했지.
틀에 짜여진 생활에 길들여진 남편과 나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