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간편식이 된 야채 달걀찜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이야기

by 그님

퇴직하고도 하루 일과를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남편. 조금 느긋하게 지내도 될 법한데 늘 바쁘다. 부지런을 넘어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배우고 밑반찬까지 배운 남편은


"여보, 이제 아침은 내가 차리리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고 내 뒷바라지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정말? 아침에 당신이 밥한다고?"

믿기 어렵지만 믿을 수 있는 건 남편은 말을 하면 실천한다는 것.


"나 그럼, 내일부터 아침 먹기 전에 일어나도 되지?"

"그럼요."

남들은 남편이 퇴직하면 하루 세끼 삼식이 밥 차려주기 싫어 곰국을 끓여놓고 나간다는데 나는 아침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꿈같은 현실이다.


결혼 후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 아침 준비를 했던 나이기에 늦잠 자는 게 소원이었다. 그 소원이 남편의 퇴직과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도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자발적으로 아침 준비를 해준다고 하니 놀랍고도 고마운 일이다.


하루, 이틀, 한 달.....

"여보, 근데 아침을 간단히 먹어야겠어요. 밥 말고 간단하게요."

"무슨 소리야? 어떻게 간단하게 먹어? 당신은 밥을 좋아하잖아."

"나도 식습관을 바꿔 볼게요. 아침마다 밥하랴 국 데우랴 간단한 반찬까지 하려니 시간이 많이 가고 어렵네요."

그럴 줄 알았지 싶다.


"그래서 말인데요. 내가 생각해 봤는데 달걀에 야채를 넣어 찜으로 하면 어때요? 밥 먹지 말고요."

"당신 밥돌인데 밥 안 드셔도 되겠어?"

"아침에 꼭 밥 먹으라는 법 있나요? 내가 바꾸면 되죠."

어머나~ 별일이야 싶은 마음.


밥과 국은 꼭 있어야 식사하는 남편이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간단하게 먹자고 하니 놀랄 일이다. 아침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게 많았나 보다. 시간에 대비해 효율, 비효율을 따지는 남편이 되었다.


"나야 뭐 괜찮아. 탄수화물을 적게 먹어야 하니까."

"그쵸? 당신 당뇨 전단계라 했으니까 내가 생각한 대로 아침을 먹으면 당도 안 올라가고 좋을 거예요."

어멋~ 갈수록 멋져 보이는 남편이닷.


"어떻게 할 건데?"

"내가 개발한 건데요오~"

"개발? 세발 되는 거 아녀?"

낄낄낄~ 깔깔깔~


"에이~ 아니에요. 자, 들어 봐요. 달걀찜을 할 때 야채를 듬뿍 넣어서 하는 거예요. 그러면 속도 든든하니 밥을 먹지 않아도 달걀이 단백질이니까 좋아요. 소화도 더디 될 거고요. 야채는 당신한테 아주 좋아요. 야채 쫑쫑 썰어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아침에 꺼내서 달걀찜하면 돼요."

"무슨 야채로 넣을 건데?"

"양배추하고 브로콜리, 당근. 이렇게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 양파. 양파도 넣을 거예요."

"양파? 안돼. 양파는 들쩍지근해서 안 좋아."

"그럼 양파는 빼고요. 또 뭐 들어갈 것 없어요? 생각해 봐요. 당신이 드시고 싶은 걸로."

"표고버섯도 좋을 것 같은데."

"어, 그것도 좋겠어요. 표고나 팽이버섯을 넣으면 되겠네요. 내일 당장 장에 가서 사 와요. 모레부터 해먹게요."

생각을 하고 말을 내뱉으면 즉시 실행하는 남편이닷.


장 봐온 야채들을 보고 뿌듯해하는 남편은 잘게 손질한 후

"여보, 일회용 팩 가져와요. 이거 소분해서 냉동실 넣게요."

소분한 팩의 야채를 보고 흐뭇해 하는 남편.


"햐~ 내 생각이 기발하지 않아요?"

"편하려고 머리 쓰는 거지."

"편하면 좋죠. 먹는 걸로 시간 낭비하면 아깝잖아요. 그 시간에 책을 읽어야죠."

아침 담당은 남편이기 때문에 그저 웃으면서 패스.


냉동실로 이동한 야채들은 매일 달걀찜에 들어가 간단 메뉴로 남편과 나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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