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록을 반추하며
이 질문은 내게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다. 연구자로서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학회에서 발표하며 연구라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색해왔다.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찾거나 기존 지식을 정리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시키는 과정이며,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나의 연구 여정을 되돌아보면, 처음에는 연구가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다. 주어진 연구 질문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분석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만이 연구라고 믿었다. 그러나 연구를 하면 할수록 연구는 "단순한" 문제 해결의 과정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라는 것까지 나아가야 함을 깨달았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연구가 아니다. 연구란 오히려 끝없이 질문하고, 기존의 전제를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특히 내가 다루는 연구 분야인 AI, 가상현실, 게임 기반 학습, 그리고 학습분석은 단순한 기술적 연구를 넘어 복합적인 학제적 접근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AI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점점 더 기술과 학습자의 관계, 그리고 그것이 학습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학습 환경과 인간 인지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지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기술적 도구는 중립적이지 않으며, 특정한 방식으로 설계되고 사용될 때 기대하지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연구란 단순히 "이 기술이 효과적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학습자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연구 방법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실험적 방법론과 통계 분석에 의존했지만, 점차 사회적·문화적 맥락을 고려하는 질적 연구와 혼합 연구 방법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연구는 단순한 숫자로 환원될 수 없으며, 교육과 학습 현장은 데이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려면, 숫자 뒤에 숨은 맥락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연구 방법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연구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그 자체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는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학문적 커뮤니티 속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동료 연구자들과의 협력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왔다. KELS와 같은 연구자 네트워크 운영을 통해 연구는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지식의 공동 생산 과정임을 실감했다. 지식은 한 명의 연구자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이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연구는 개인적인 탐구인 동시에,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과정이다.
연구자로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깨달음 중 하나는 연구의 유동성(flexibility) 이다. 연구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처음 설정한 가설과 전제가 연구 과정 속에서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며, 때로는 연구 질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명확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가 오히려 기존의 개념을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연구는 예상치 못한 발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요구하며,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다시 정의하게 된다.
연구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고방식을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연구를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을 다시 의심하고,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한 학문적 태도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기도 하다. 연구는 나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결국, 나에게 연구란 "질문을 던지고, 해석하고, 다시 질문하는 순환적 사고의 과정"이다. 연구는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사회 속 문제와 그를 보다 효과적인 방향으로 탐색, 해결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