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는 할머니와의 만남
#1. 어느 할머니와의 만남
토요일 새벽.. 일어나자마자 느닷없이 제기동에 있는 유명한 재래시장의 순댓국집의 순댓국이 먹고 싶어 졌습니다. 이것도 새벽에 먹는 맛과 한낮에 먹는 맛은 전혀 다릅니다. 그 부근에서 어떤 수험공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일단 순댓국부터 먹고 공부를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맛은 지금 생각해 보면 잊을 수가 없는 맛입니다.
한 번은 낮에 먹어봤는데, 그때는 별반 순댓국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육수 탓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시장의 생기, 새벽아침의 알싸함, 하루의 각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새벽에만 독특한 맛을 내지 않았하는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여하간 그 새벽의 순댓국을 맛보고자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윽고 버스가 와서 멈춰 섰고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저만치에서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하나를 들고뛰는 듯 걷는 듯 힘겨운 걸음으로 버스를 향해 오고 계셨습니다.
다음 버스는 20분 더 기다려야 합니다. 할머니는 그 버스를 꼭 타고 싶었나 봅니다. 기사 아저씨한테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할머니 있는 곳을 달려가 짐짓 무거워 보이는 봇따리를 들어드리고 먼저 타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하며 '고마워요'를 말씀하시며 한 발 한 발 힘겹게 올랐습니다.
다행히 제일 앞자리가 있어 그곳에 앉은 할머니에게 보따리를 인계하고 저는 다른 자리로 가서 앉았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가는 내내 그분은 연신 뒤를 돌아보고 계셨습니다.
[ 왜 저러시지? ]
자세히 보니 저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왜 그러시었는지 영문을 모른 채, 10분이 흘렀습니다.
버스가 사거리에서 멈춰 섰습니다. 갑자기 할머니가 일어서시더니 저한테 오시며 제 손에 강정하나를 쥐어 주시며 말씀하시길
[ 내가 고마워서 그래, 이것밖에 줄게 없다오 ]
할머니는 별거 아닌 저의 행동이 정말로 고마우셨나 봅니다. 걷는 것도 온전치 않은 그분이 혹여라도 내가 그냥 내려버릴까 연신 뒤를 돌아보시고, 그 강정을 주기 위한 타이밍을 계속 살펴보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괜스레 미안해지는 마음과 더불어 감사의 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성현들이 행복의 비결로 강조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감사'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그냥 막연히 '범사에 감사하면 좋겠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많은 책을 읽고 실제로 실천해 보고 확신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떤 책에서는 매일매일 자기 전에 하루에 10가지 감사할 일들을 노트에 적는 것을 실천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래도, 왜 '감사'하면 행복해지는 가를 따져보면 아무래도 일상적으로 좀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2. 감사하면 행복해지는 이유
사람이 불만을 터트리거나 화를 내면 특정 호르몬(노르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혈압을 상승시키는 등 건강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반면에 감사한 느낌을 가질 때는 세로토닌,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신체에 안정을 가져다줍니다. 특히 산모가 젖을 먹이며 아이를 바라볼 때, 이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많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굳이 이런 생리적인 설명이 아니더래도 감사가 행복의 비결임은 곳곳에서 알 수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면 말투나 행동이 바뀝니다. 그것이 상대에게 전달이 되면 그 상대의 반응도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고 꼬인 인생의 활로도 풀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례히 그러하듯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집니다. 이는 사람마다 운전스타일이 다르고, 운전이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보니 상대의 조그마한 실수나 어설픔도 분노로 바뀌게 되며 순하던 사람도 변하게 만듭니다. 저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시간 운전하면 두통도 좀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운전할 때 불평할 것을 찾지 말고, 감사할 일들을 찾아보자고 다짐하고 습관적으로 행동해 보았습니다.
우측 차로에 끼어들어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을 때, 어느 차가 자리를 내줬는데 너무 고마웠습니다. 감사하다는 차신호로 깜박거리며 기분 좋게 차로에 입성합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지나가서 정차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제 차를 보며 빨리 지나가라는 듯 어느 남자가 뛰어서 건넙니다. 정말 고맙더군요.
반대로 화가 나는 순간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라고 그냥 넘어가거나, 그랬더니 습관적으로 오던 두통도 사라지고 운전하면서 종종 느끼던 불쾌감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3.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
감사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버스는 어느새 시장에 도착해 버스 하였고, 버스에서 내리려는 데, 목적지가 같은 그 할머니께서 먼저 내리신 후 저를 보시더니 "아이코, 같은 방향이었구먼..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하며 다시 한번 인사를 하시는 겁니다.
[ 감사하는 마음의 내공이 나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그냥 형식적인 감사의 인사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감사의 마음은 그 결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자는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 같은 것이라면 후자는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새벽에 시장까지 운전해 주는 기사분이 있어서 감사하고, 별 것도 아닌 행동에 인사와 강정까지 건네는 할머니, 맛있는 순댓국집을 시장상인들을 위해 새벽부터 문을 열고 양도 푸짐하게 주는 가겟집의 그 인심, 그리고 이것이래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감사함... 참,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차고 넘칩니다. 이러니, 우리의 행복도 점점 차고 넘치게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