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타일무늬로 느낀 사람의 마음

삶은 마음먹기 달렸어~

by 술대신차

# 바쁜 휴일 다음날 새벽 그리고 욕실 타일무늬


바쁜 휴일 다음날 새벽입니다.

저의 월요일 새벽은 유독 마음이 여유롭지 못합니다. 그냥 직장에 출근하면 되는 것이 아닌, 짐을 가지고 다른 주거지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삼일절 다음날이라 월요일과 큰 차이가 없는 날이었습니다.


아내의 직장과 아이들 학업문제로 인하여, 주중과 주말에 거주하는 지역이 달라 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일요일밤에 이동을 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쾌적하고 넓은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인지 결국은 월요일 새벽에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에 아이들을 위해 식사준비를 하고 옮길 짐 정리를 한번 더 한 뒤 욕실로 세면을 하러 갔습니다. 그날따라 욕실 타일무늬가 자꾸 시선에 잡힙니다. 그 바쁜 와중에

[ 저 무늬의 한 부분은 과연 튀어나온 것일까 들어간 것일까? ]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타일.jpg


2차원 형상에 3차원 모양이 그려진 타일무늬는 생각에 따라서는 튀어나오기도 하고 들어가 있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똑같은 형상인데 의도하기에 따라서 달라 보이는 게, 문득 사람의 마음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래, 이렇게 주거지를 바꾸며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재밌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힘든 것과 재밌는 것은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 일 수도 있겠다 ]


뭔가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 왠지 기쁜 마음이 들어 가족과 함께 차에 올라탔습니다.


# 어떤 라디오 프로


차를 타고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틀었습니다. 라디오에는 제가 좋아하는 프로가 나오고 있습니다. 약간은 앳된 목소리의 젊은 여성이 하는 프로인데, 목소리가 발랄하고, 듣다 보면 DJ의 선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특히 좋아하는 프로입니다.


그러나, 아내가 갑자기 저 목소리가 듣기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프로 없냐고 항의조로 얘기합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경험상, 이 시점에 마누라님께 반박하지 않고 그냥 내 마음을 바꾸면 모든 것이 편해집니다.


[ 그래, 저 DJ의 목소리는 어눌해, 다른 프로를 틀면 되지, 어설프게 저 프로를 고집했다가 아침부터 분란이 벌어지면 곤란하지 ]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아내의 말이 공감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를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손쉽게 바꾼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제가 채널 바꾸는 것을 주저하자, 아내가 한마디 더 꺼냅니다.


"근데 저 프로 음악은 좋아?"


그러자,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칩니다.


"그.. 그럼~~ 내가 음악이 좋으니까 틀지, 왜 이걸 틀겠어"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우리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아내는 그제야 이해를 했다는 듯, 끄덕끄덕하며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그렇습니다. 동물적인 육감, 아내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아내는 아침부터 남편이 젊고 귀여운 목소리의 여성 DJ의 프로를 듣는 것이 뭔가 께름칙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헤라의 질투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저는 마음 한 편에 그것을 또 캐치하고 있었습니다. 그 우려를 불식시키는 말을 하자마자 아내는 마음이 편해집니다.


# 사람의 마음


갑자기 새벽에 봤던 욕실 타일무늬가 생각났습니다. 모양은 그대로인데, 보기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보였던 무늬말이죠. 하지만 비슷할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그 무늬처럼 단순하진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똑같은 라디오프로인데, 어떤 사람한테는 너무 좋고, 어떤 사람한테는 귀에 거슬리는 건, 사람의 성격과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경험들이 어우러져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저의 2개의 주거지로 인한 불편함을 진정한 만족감으로 바꾸려면, 제 자신을 합당한 이유로 설득시켜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둘째가 저한테, "우린 주말마다 휴양지 가는 것 같아~"라고 얘기한 것이 떠올랐습니다. 주거지가 달라지니 삶에 좀 더 활기와 변화가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주말에 좀 더 여건이 좋은 집으로 가다 보니 정말 휴양지 같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또한, 좀 번거롭긴 해도, 이렇게 한 번에 이동함으로써 아내와 아이들의 출퇴근(통학)이 편리해지니 이 또한 장점일 것이요. 언젠가 이런 상황이 종료되어 한 집에만 있을 수 있게 되면, 또 그때는 그 나름의 행복이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동하는 동안 마음이 더욱 가벼워졌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어느 광고처럼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행복해질 리 없습니다. 행복하려면 여러 가지 이유로 본인이 정말로 그렇다고 느껴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계속 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거운 휴일 다음날 아침이 새로운 깨달음으로 삶의 다른 출발을 알리는 듯했습니다.

마침 라디오에서 또 좋은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김동률의 '출발'이네요.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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