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대학병원 정기진료를 받고 난 뒤에
아주 큰 근심거리가 생겨버렸다.
내 아들은 정말이지 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를 키우면서
유독 이 아이에겐 선택의 순간이 많았다.
낳아야 말아야 하느냐를 고민하던 순간부터
내 발로 산부인과 중환자실에 입원할 날짜를 정하던 순간부터
어떤 재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어느 병원에 다닐지
무엇을 계속해야 이 아이가 잘 커갈지.
그 선택은 내 몫이었다 항상.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전남편은 항상 모든 선택의 순간을 나에게 넘겨버렸다.
한동안 선택의 순간에서 자유로웠는데
이번 진료로 또 선택의 기로에 놓여버렸다.
"지금 상태로는 하위 3%이기 때문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면 보험진료가 돼요. 그런데 한 번이라도 하위 3%를 넘으면 더 이상은 보험이 안되고 사비로 하셔야 합니다."
"어머님이 선택하실 문제입니다."
남자아이의 키가 170이 안되어서 커가며 받을
이 아이의 스트레스, 친구관계, 자존감, 연애.. 결혼...
머릿속이 복잡했다.
전남편의 생각을 듣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너 맘대로 할 거잖아. 근데 난 싫은데 너 맘대로 해"
묘하게 PTSD가 왔다.
그래 이 사람은 또 선택의 순간에서 도망치는 사람이었지
결국 또 선택은 나의 몫이다.
요즘 나는 나의 이상형을 찾아가는 중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나의 이상형 목록 1에는
" 자기의 좋고 싫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을 추가하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듬직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의 이상형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