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이혼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주위에 이밍아웃을 할 땐 저마다 반응이 제각각이다.
첫 번째, 나를 잘 아는 사람들
"그럴 줄 알았어" "뜯어말렸잖아"였다.
두 번째, 대부분 나와 사회적인 관계의 사람들
"에이, 장난치지 마요.... 정말요?...."
"아".....(적막)...(싸늘)
세 번째는 "왜?????????????"
정말 이혼의 이유가 궁금한 사람들이다.
내가 본 세 번째 사람은 2가지 부류였다.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고 너무 만족스러워 이혼이란 상상하기 어려운 단어인 사람들과
이혼을 상상해보기는 하지만 하지 못 거나 안 하는 사람들.
세 번째의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이혼의 이유를
한 단어로 말하기가 어렵다.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호기심에 묻는 이유일테니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싶지 않았고 그들에게 가장 간편한 대답은
"성격차이, 고부갈등, 아이문제 때문이요"였다
그들의 호기심을 더 이상 증폭시키지 못할 만큼 보편적인 답변을.
이혼을 꿈꾸지만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행복하려고"였다.
너무 힘들지만 마냥 꿈꾸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 나만큼 해방되고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답변을 했다.
이혼 서류를 시청에 제출할 때
그 회색 비슷한 재생용지에 계속 이것저것 수정과 추가요청사항을 기재하면서 혼인신고 할 때도 이런 색의 종이 었나? 종이가 오늘따라 더 오래된 종이 같네라고 생각한 건 나의 감정이 담긴 착각이었을까.
그 종이 속에 이혼사유를 확인하는 칸에
우리나라 이혼율 통계의 절반 이상이라는
그 "성격 차이"에 v를 체크하면서
나 또한 "성격 차이"란 한 단어로 이혼사유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 통계에 기여했다.
나의 정말 솔직한 이혼 사유는 뭘까?
우리는 정말 지독하게도 싸웠다.
우리가 싸운 얘기들 몇 개를 얘기하면 남들은 정말 시트콤처럼 산다고 재밌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게 바로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랄까
그거를 왜 못 참나? 서로 양보하면 될걸이라는 충고를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사람들이 웃겨한 한 일화는 이렇다.
빨래는 주로 그의 몫이었다.
그는 주기적으로 빨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양말이 있는 나의 옷장을 열면 양말이 없었다.
하루는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옷장 문을 열고 양말을 신으려 했는데 양말이 0개였다.
분명히 어제 빨래를 했던 거 같은데?
놀랍게도 내 양말 전부는 그의 옷장에 있었다.
나 : " 내 양말 왜 다 너 옷장에 넣어뒀어???"
그 : " 검은 양말은 다 내 거 아니야?라고 대답했다.
아.. 예상치 못한 답변에 어이가 없었다.
나 : " 검은 양말이 왜 니 거야? 니 발사이즈는 290이고 내 발사이즈는 240인데 내 양말을 신고 다니면서 작다는 생각을 안 했어?"
그 : " 그냥 많이 신어서 작아진 줄 알았지"
나 : " 말이 돼? 이상하다 생각 안 해? 와이프 꺼란 생각 안 해? 다 너 신어. 너 무좀 있잖아. 진짜 짜증 나!!!!!!!!!!"
그 :....(침묵)
출근길에 가장 빨리 오는 쿠팡 로켓배송으로
곰돌이가 그려져 있어 정말 죽어도 그가 안 신을 것만 같은 양말로만 재빨리 주문했다.
회사에선 하루 종일 "5cm 차이를 모르나?"
"이런 것도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나?"
"무좀 옮은 거 아니야?" 이 생각 뿐이었다.
그저 그가 답답했다.
하나하나 다 알려줘야 하는 나의 결혼생활이
양말 하나 쯤이야 견딜 수 있었지
잔소리를 하게되고, 곰돌이 양말따위의 대안을 생각해야하고 또 그걸로 싸우고
일상의 매일이 싸움의 연속일 때
집은 더이상 나에게도 그에게도 편하지 않은 전쟁터였다.
아마 아직도 이 얘기를 기억하는 걸 보면 이혼에 양말도 0.1프로쯤 기여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