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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의 증표, 타지마할(Taj Mahal)

아그라(Agra): 샤 자한의 사랑 이야기

by 농장금

각 나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건축물들이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영국 런던의 타워 브릿지, 그리고 인도의 타지마할. 타지마할이 위치한 아그라 (Agra)는 16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인도 지역을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인 무굴 제국의 수도였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무굴 제국의 수도이자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기에, 그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들로 여전히 인도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한 곳이다. 우리도 다른 여행객들처럼 인도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뉴델리의 찬 공기를 맞으며 기차역으로 향하였다.


뉴델리의 기차역은 서울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했다. 그도 그럴 것이 뉴델리에서 전국 각지로 출발하는 기차들도 있었고, 뉴델리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기차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기차라고 하더라도 정차하는 역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차를 탈 때는 기차 회사 이름, 기차의 번호와 목적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리고 사실 원래 여행을 하면서 중간중간의 열차 혹은 버스의 티켓들은 예매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번 인도 여행 때는 적어도 기차표 정도는 온라인으로 사전에 예약을 했다. 그 이유는 인도의 기차는 1등석, 2등석, 3등석과 같이 구분되어 있는데, 3등석의 경우는 우리같이 배낭을 앞뒤로 메고 다니는 여행자들에게는 도난에 매우 취약할 수 있을 만큼 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타는 값싼 좌석들이다. 그래서 제 때 예약하지 못해서 여행 내내 가방을 품에 안고 의심의 눈초리로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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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을 보며 기차에 올라 눈을 붙이고 자명종 소리에 깼더니 기차는 어느새 아그라에 도착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가방을 맡길 곳을 찾았는데, 다행히도 역 내에 물품 보관소가 있었고 생각보다 보안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짐을 덜어내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그라 역사 밖에서는 수십 명의 툭툭 기사들이 우리와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기 위해 몰려 있었다. 어쩌면 유명인이 공항에서 나올 때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들 때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하며, 수많은 툭툭 기사들 중에서 흰 수염의 젠틀한 중년의 툭툭 기사분을 선택했다. 뭔가 푸근한 인상을 가진 그가 뭔가 아그라에서의 하루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툭툭 기사님께서 아그라를 당일로 여행할 경우 보통 타지마할과, 아그라 요새(Agra Fort)를 둘러본다고 하시면서 기차 시간이 괜찮을지를 물어보셨다. 친절하셨던 기사님 덕분에 우리는 기분 좋게 타지마할을 시작으로 아그라의 여행을 시작했다. 또한 타지마할의 경우 내/외국인의 입장료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내국인의 줄이 따로 있는데, 그 줄을 무시하고 곧바로 외국인이 입장하는 입구로 가라고 가이드스러운 팁도 알려주셨다. 그렇게 내국인들의 긴 줄을 뒤로한 채 입장하고 본 타지마할은 정말 아름답다는 형용사 밖에 떠오르지 않는 자태로 우리를 맞이했다. 물론 우리는 타지마할과 함께 입구 밖에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보며 타지마할을 향해 조금씩 걸어갔다.


그렇게나 많은 인도인들을 보니 타지마할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인도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타지마할에 뭄타즈 마할 (Mumtaz Mahal)에 대한 샤 자한 (Shah Jahan)의 사랑 이야기 없었고, 단순히 본인의 행적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만들었던 본인의 영묘였다면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일편단심 사랑을 보여주는 건축물이었기 때문에 비록 수많은 노동력과 세금이 사용되었지만 현대에도 진실된 사랑을 상징하는 장소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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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타지마할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아그라 요새로 향했다. 사실 아그라 요새 역시 샤 자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곳인데, 이곳은 샤 자한이 아들에 의해 폐위당하고 8년 동안 갇혀 지낸 곳이었다. 특히 아그라 요새는 타지마할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갇힌 샤 자한은 매일 자신이 사랑했던 뭄타즈 마할이 묻힌 타지마할을 보며 그녀를 그리워했다고 전해진다. 차라리 눈에서 보이지 않았더라면 덜 그리웠을 텐데, 매일 멀리서 바라보며 그리워해야 했던 샤 자한에게 이보다 더 가혹한 형벌은 없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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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자한의 이야기가 곳곳에 흔적처럼 남겨져 있는 아그라는 분명 하루로 모든 곳을 돌아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곳이었다. 특히 타지마할의 경우는 하루에도 해의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로 유명하기에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타지마할에서의 석양을 보고 싶었다.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툭툭 안에서 샤 자한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전히 뭄타즈 마할을 애타게 그리워했던 샤 자한의 모습이 너무 선명히 그려졌었다. 그렇게 우리는 이 모든 감동을 마음 한편에 잘 간직한 채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도시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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