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의 시작을 알리는 홀리(Holi) 축제

다시 뉴델리로: 그리고 기약 없는 안녕

by 농장금

태국에는 송크란이라는 물의 축제가 스페인에는 토마토 축제가 있다면 인도에는 봄을 맞이하는 홀리(Holi)가 있다. 매년 3월 경에 열리는 홀리는 봄을 맞이하는 축제보다는 온갖 색의 가루나 물감 등을 사람들의 몸에 칠하는 '색채의 축제'로 더 유명하다. 그리고 우리가 뉴델리에 돌아간 날은 공교롭게도 홀리 축제의 시작일이었다.


인도를 여행하기 전에 가보고 싶은 장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보았지만 인도의 문화나 공휴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인도는 지역마다 믿는 종교가 다르고 지역별로 공휴일도 다르다. 특히 홀리는 힌두교의 축제이기 때문에 불교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다크 지역에서는 축제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고, 거리가 텅 빈 뉴델리에 도착해서야 홀리가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고, 구글맵에서는 문을 열었다고 하는 식당들 모두가 문을 닫아 제대로 된 식사 조차 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사실 처음 방문했던 사원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이마에 색색의 가루들을 찍어주었을 때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그저 신기한 사원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그리고 툭툭을 타고 지나가는 우리들은 형형색색의 물이 들어 있는 물풍선의 타겟이 되었는데, 이 역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무례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홀리 축제 때문이라는 것을 툭툭 기사 분께서 설명해주셔서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우리가 느낀 이상한 점들이 이해되었다.


축제 기간의 뉴델리는 두 가지의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조용했었다. 나 혼자 여행을 처음 시작했던 사람이 많아서 가방을 품에 꼭 안고 두리번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던 뉴델리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뉴델리의 관광지들도 문을 닫았기 때문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곳들은 야외에 있는 곳들 뿐이었다. 그래서 뉴델리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는 대통령궁과 인디아 게이트 정도를 둘러보기로 했다. 인도의 대통령궁의 이름은 라슈트라파티 바반 (Rashtrapati Bhavan)이라 불리며 대통령궁을 중심으로 국회의사당과 정부 관계 부처들이 양 옆으로 늘어져 있다. 그리고 이곳은 과거 식민지 시절 영국 총독이 사용하던 관저였기 때문에 건물 양식이 인도와 유럽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궁은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철창 밖에서만 대통령궁을 보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대통령궁에서 돌아서면 저 멀리 뉴델리의 상징물인 인디아 게이트 (India Gate)가 보인다. 인디아 게이트는 1차 세계 대전에 참가해 전사한 인도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물로 이 곳에 새겨진 전사자의 이름만 약 85,000 개라고 한다. 또한 건축물의 양식은 파리의 개선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도와 유럽의 문화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또 하나의 멋진 건축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대통령 궁에서부터 봤을 때 인디아 게이트는 원근감을 무시한 엄청 크게 보였는데, 실제로 그 앞에 가서 보니 그 크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인디아 게이트 주변에는 오늘 하루동안 거리에서 만난 인도인의 수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인디아 게이트를 배경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분명 뉴델리에서의 하루는 조용하고 여유롭게 돌아다녔지만 이 곳에서의 밤이 깊어 갈수록 우리의 아쉬움도 깊어져만 갔다. 이는 뉴델리를 끝으로 두 명의 친구들은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고, 기약없는 작별 인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레에서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이, 홀리 축제 일정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하고 공항으로 보내야 했던 점이 가장 아쉬웠다. 언제나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번 인도 여행의 경우는 그 이별의 시간이 너무도 빨리 찾아왔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아쉬움을 간직한채 먼저 떠나야하는 두 사람에게는 작별 인사를 하고 다음날의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조용히 잠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