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초(Pangong Tso)를 찾아서

All Is Well

by 농장금

발리우드의 영화 중에서 '세 얼간이'는 한국에서도 꽤나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이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세 명의 친구들이 인도 최고의 공대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재미와 교훈적인 요소로 풀어낸 영화이다. 특히 경쟁을 통한 승리와 생존만을 강조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친구들이 다시 만나는 장소가 바로 라다크 지역에 위치해 있는 판공초 (PanGong Tso)라는 호수였고, 그렇게 판공초는 나의 버킷리스트 안으로 들어왔다.


판공초는 해발 4,200m 정도에 위치해 있는 호수로 과거에는 바다였지만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할 때 같이 솟아오르면서 만들어졌다. 그리고 현재는 인도와 중국에 걸쳐 위치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 역시 출입하기 전에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고, 아쉽게도 다른 2명의 친구들은 함께 여행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넷째 날에는 호텔에 남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로 한 두 친구들을 뒤로한 채 우리는 멀고도 먼 판공초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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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의 중심지를 벗어나 한참을 가다 보니 더 이상 주변에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차들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미 지도의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더 이상 의지할 수 없는 카메라가 되어 버렸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이 길이 정말 맞는 방향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비게이션도 없이 운전하시는 운전기사 분이 혹시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도 했었다. 그래도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판공초로 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표지판들은 이 길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싹둑 잘라내 주었다. 그리고 너무 지루해질 때쯤이면 운전기사 분께서 기지개도 켜고 풍경 사진도 찍으라고 잠깐 내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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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시간이 다 되었을 때가 되어 겨우 판공초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판공초에는 그 누구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어딘가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이 넓은 호수가 우리 것인 마냥 얼음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분명 세 얼간이의 마지막 장면처럼 파란 호수의 모습을 보고 싶어 인도 여행을 계획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하게 얼어붙은 호수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니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이곳을 보러 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물론 다음에는 겨울이 아닌 여름에 푸른 호수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기 위해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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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라다크 지역을 여행하기 전에는 한 번 방문했던 여행지를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또 찾아가는 여행을 선호하지 않았다. 넓은 세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도 부족할 텐데 왔던 곳을 몇 번이고 다시 오기에는 시간도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다크 여행을 통해서 같은 곳을 다른 시간에 여행해 보는 것도 충분히 좋을 것이고,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는 찾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었다. 라다크 지역을 여행하기에는 4일이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부족했었다. 무엇보다도 라다크를 온전히 느끼기보다는 이곳저곳을 차를 타고 돌아다니기에 바쁜 여행이었다. 어쩌면 이런 아쉬움이 라다크의 다음을 기약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레의 시내에 가까워져 왔고 다행히도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호텔에만 있었던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레의 마지막 밤을 눈에 담아두기 위해 광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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