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장 높은 자동차 도로 카르둥라(Khardung La)

갈림길의 시작

by 농장금

이번 레의 여행을 동행했던 3명의 친구들은 모두 다른 국적의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둘째 날 저녁이 될 때까지 다른 국적이 남은 이틀의 여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에 여행할 장소는 인도 정부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한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둘째 날오전에 여권을 맡겼다가 저녁에 여행사 직원 분이 호텔에 가져다주기로 하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둘째 날 저녁 호텔에서는 친구들 2명은 인도 정부가 규정한 출입허가가 불가능한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가고자 했었던 셋째 날과 넷째 날의 여행지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여행사 직원의 답변만 기다리고 있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그렇게 셋째 날은 우리의 여행지는 국적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여행을 준비하면서 꼼꼼하게 찾아보지 못했던 우리의 잘못도 크지만 여행사에 예약을 했을 시에 별도의 안내가 없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다가왔었다. 차 한 대에 옹기종기 모여서 조금은 비좁아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여행했던 첫째, 둘째 날보다는 분명 자리는 여유로웠지만 왜인지 모르게 겨울의 레가 주는 적막함이 친구들의 빈자리 때문에 더 크게 다가왔었다.


셋째 날의 첫 번째 행선지는 세계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가장 높은 도로인 Khardung La라는 곳이었다. 레의 평균 해발고도가 3,500m라고 하는데, 그보다도 거의 2천 미터 이상 더 올라가야 하는 5,300m에 위치한 곳이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 내내 차창 밖의 풍경은 아찔하면서도 장엄했다. 하얀 눈이 덮여 있는 갈색 산과 저 멀리 보이는 파란 하늘, 그게 창 밖의 레가 보여준 모습이었다. 가만히 차 안에 앉아 있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정상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도 숨이 찰만큼 공기가 부족한 게 느껴졌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그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다음 장소로 가기 전에 우리는 간단히 점심을 먹기 위해서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에는 볶음면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운전기사 분께서도 본인을 위해 1인분을 주문하시길래 우리도 각자 1인분씩을 주문하였는데, 한 접시에 3인분 같은 1인분을 담아주셨다. 사실 운전기사 분의 볶음면이 먼저 나왔을 때, 그게 1인분이 아닌 3인분을 한 접시에 올린 것으로 생각하고 앞접시를 찾아봤지만 곧 어마어마한 볶음면이 담긴 접시가 나와 친구의 앞에도 놓여지는 것을 보고 우리는 2인분을 시킨 것을 후회했다. 운전기사 분은 그 많은 양을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해치우셨지만 나와 친구는 반도 먹지 못한 채로 식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인더스 강과 잔스카 강이 만나는 Sangam이라는 곳이었다. 라다크의 여름에는 이 강들에는 많은 사람들이 래프팅을 하기 위해 방문한다고 한다. 운전기사 분께서도 이곳의 급류와 깨끗한 물 때문에 여름에 다시 한 번와서 래프팅을 즐겨보라고 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겨울의 Sangam은 차가운 바람과 그 바람에 룽따가 흔들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곳이었다. 날씨라도 화창하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날씨도 우중충했기 때문에 뭔가 아쉬웠다. 그리고 우리는 Magnetic Hill이라는 곳을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제주도의 도깨비 도로처럼 차가 시동을 꺼도 경사를 올라가는 착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해가 저물어가면서 조금씩 마무리되고 있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호텔에 돌아가니 아직 다른 친구들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 어두워지기 전에 호텔 주변을 잠시 걸어 다니기로 했다. 확실히 해가 떴을 때의 레는 저녁 시간보다는 사람들도 많았고, 길거리 곳곳에서 이것저것 기념품을 파는 곳들도 많았다. 특히 와이파이가 있는 카페가 있어서 오랜만에 카톡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진들을 보내기에는 아직 와이파이의 힘이 충분하지 못한 것 같아 간단한 생존 신고 정도만을 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카페에서 와이파이의 소중함을 느끼고 우리는 하루종일 보지 못했던 다른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카페로 돌아갔다.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서로가 찍어 온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밤은 깊어 갔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판공초(Pangong Tso)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