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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배낭여행의 마침표

안녕 인도!

by 농장금

짧으면서도 길었던 한 달간의 인도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르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여행을 하면서 바라나시에서 아팠던 며칠을 빼면 음식도 입에 너무 잘 맞았고 위험한 일을 당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나의 첫 인도 여행은 대성공이라 이야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행하기 전에 인도에 대한 편견도 어느 정도는 사라졌고, 다양한 곳에서 친절한 인도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인도를 다시 한번 또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머릿속에서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종착지는 갱톡(Gangtok)이라는 인도의 동북부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은 과거 시킴왕국(Kingdom of Sikkim)의 수도이자 현재도 시킴 지역의 중심지이다. 시킴 왕국은 네팔, 부탄, 인도, 중국에 둘러싸인 왕국으로 영국과 인도의 보호를 받는 곳이었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사이에서 왕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라 1975년 주민투표로 인도의 22번째 자치주로 편입되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 때문에 아직도 이곳은 허가증을 받지 못한 관광객은 여행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시킴왕국 역시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기 때문에 곳곳에 레(Leh)에서 보았던 룽따가 걸려 있었고, 거리의 곳곳에서 티베트 불교의 승복을 입은 승려들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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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갱톡은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도시로 건물들이 산의 경사면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뚜벅이 여행자들이 길을 잘못 들게 되면 도시 이곳저곳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체력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도를 두세 번씩 확인하면서 도시를 구경하였다. 사실 갱톡은 도시 안 보다 도시 밖에 위치한 사원이나 자연풍경 등의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데, 우리는 도시 밖으로는 나가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갱톡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았을뿐더러 마지막 순간에 구태여 빡빡한 여행 일정을 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방 하나만을 메고 도시를 이곳저곳 걸어 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눈에 담았다.


갱톡에는 Namgyal 티베트 박물관(Namgyal Institute of Tibetology)가 있는데, 티베트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에 바로 옆에 위치한 Do Drul Chorten라는 사리탑이 있는데, 새하얀 사리탑의 모습이 티베트 불교만의 과하지도 않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건축물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곳에는 마니차(Manicha)라는 티베트 불교의 법구가 있는데, 기도를 하며 불교 경전이 들어 있는 마니차를 한 바퀴 돌리면 해당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만큼의 공덕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어 우리도 이번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마니차 하나하나씩을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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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갱톡을 걷다 보면 의외의 곳들이 종종 보이고는 했다. 플라워 엑스히비션 센터(Flower Exhibition Centre)와 마하트마 간디 마켓(Mahatma Gandhi Market)이 그곳이었다. 플라워 엑스히비션 센터를 목적지로 삼지는 않고 갱톡의 길들을 걷다 주변에 실내 정원이 있다고 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소 허름한듯한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던 점이 놀라웠고 무엇보다도 높은 고산지대에 온실을 만들어 두고 인도와 다른 나라에서 키우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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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 마켓은 갱톡의 중심지에 위치한 곳으로 이곳은 기대 이상으로의 번화가였고, 길지는 않은 거리이지만 인도에서 지금까지 본 거리 중에서 가장 깨끗한 곳이었다. 비록 도시의 인구는 10만 명 밖에 되지는 않지만 밤의 이곳은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대개 1층은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위치해 있었고 2층에는 식당들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생각하지도 못하게 케이크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생각했던 케이크의 맛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케이크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내심 반가웠다.


이처럼 갱톡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많은 재미를 준 도시였고, 지난 한 달 동안 여행에 지친 우리가 편히 쉬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오히려 콜카타나 뉴델리와 같이 인도를 대표하는 도시나 인도의 종교와 역사적인 중심지였다면 마지막 날까지 관광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게 적당히 갖추어져 있었던 갱톡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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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설렘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이번 인도 여행은 아쉬움과 성취감이 공존했다. 여행의 끝에는 군입대라는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다가올수록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보다 처음으로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낭 하나를 메고 여행한 나 자신이 대견했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배낭여행을 해보기로 결심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복잡한 감정과 함께 인도 여행을 마무리하다 보니 인도 여행이 끝난 직후에는 인도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진첩을 보며 인도에서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 보니 다소는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인도 여행이 그리워지면서 몇몇 도시는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아직은 언제 다시 인도 여행을 위한 가방을 쌀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인도는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나라가 되어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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