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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를 찾아 떠난 여행

차 한잔과 다즐링 다원 한 바퀴

by 농장금

평소에 집에서 곧잘 차를 내려 마시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할 때면 꼭 사 오는 것은 그 나라에서 유명한 차 한 봉지였다. 차 한 잔을 내릴 때 느껴지는 은은한 향과 그윽한 맛은 여행지의 설렘을 다시 느끼게 해 준다. 혹은 어쩌다 마셔본 차 한 잔 때문에 차를 만드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그곳이 바로 다즐링(Darjeeling)이었다.


다즐링은 세계 3대 홍차를 생산하는 곳으로 인도의 동북부에 위치하였고, 그 옆에는 홍차로 유명한 아쌈(Assam) 지역이 위치해 있다. 다즐링과 아쌈은 지도상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두 곳에서 생산되는 차는 현저히 다르다. 아쌈에서 생산되는 차는 다소 진한 향과 맛으로 전형적인 홍차로 익히 들어본 잉글리시 브렉퍼스(English Breakfast)에 실론(Ceylon), 케냐(Keyna)의 품종과 함께 블렌딩 되어 판매된다. 반면 다즐링의 경우는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불릴 만큼 머스캣 향을 가지고 있으며 맛 역시 아쌈의 차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녹차와 홍차의 그 중간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수확 시기에 따라 차의 색과 맛이 조금씩 다른 게 특징이며,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격 역시 아쌈에 비해 월등히 높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콜카타에서 다즐링의 다원을 향하는 길을 생각보다 먼 길이었다. 우선 콜카타에서 실리구리(Siliguri)로 항하는 비행기를 탄 후에 실리구리에서 다시 다즐링 차로 3시간 정도 이동해야 했다. 실리구리는 인도 동북부의 교통 중심지로 이곳에서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등을 가기 위해 많은 여행자들이 지나가는 곳이다. 다즐링을 가는 차의 창 밖에서 본 실리구리의 모습은 콜카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고, 다시 인도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네팔인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점차 북쪽으로 향하는 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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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고도가 2000m 이상에 위치한 도시였기 때문에 실리구리에서도 한참을 달려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이 되어서야 이곳에 위치한 방갈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좀 더 일찍 도착해 차를 마시면서 일몰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하니 이미 해는 산 너머로 사라졌기 때문에 맛있는 저녁으로 그 아쉬움을 대신했다. 또한 해발고도 때문에 실리구리에서는 분명 반팔, 반바지를 입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는데, 다즐링에서는 자켓을 걸치지 않고서는 안될 만큼 쌀쌀했다.


다즐링의 아침과 저녁의 일교차는 크기로 유명했고, 아침에 다원을 뒤덮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일출을 보기도 굉장히 어려운 곳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아침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막상 자욱한 안개 때문에 일출은커녕 앞에 있는 산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다즐링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역시 선명하게 보이지는 못했다. 작년 가을에 재배한 다즐링 홍차를 곁들인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기 위해 다원을 걷다 보니 바구니를 멘 여성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곳 다즐링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찻잎을 따는 여성들로 상당수의 여성들은 찻잎을 따며 경제활동을 하며, 퍼스트 플러쉬(First Flush)의 시기인 3월부터는 한 명이 하루에도 몇 바구니씩 찻잎을 수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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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다즐링을 여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다즐링의 퍼스트 플러쉬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대개는 3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하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3월 중순으로 찻잎을 따기는 했지만 아직 건조의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상품으로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안개가 자욱한 날씨 때문에 히말라야 산맥을 보지 못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타이거 힐(Tiger Hill)은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Everest)와 K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칸첸중가(Kanchenjunga)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아침의 기상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예보되었기 때문에 다원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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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에서의 하룻밤은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평소 차를 즐기는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무엇보다도 다즐링의 다원에서 자라는 찻잎들을 보고 찻잎이 어떻게 건조되는지도 볼 수 있었던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또한 높은 해발고도에 위치한 다원 아래에서 내려다본 도심지의 형형색색의 지붕들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즐링에는 약간의 아쉬움의 여운과 다시 돌아와 꼭 히말라야 산맥에서 떠오르는 해의 모습을 보겠다는 다짐을 남긴 채 우리는 여행의 종착지인 갱톡(Gangtok)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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