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의미를 찾는 여행
가야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니, 1시간 정도 만에 우리는 콜카타(Kolkata)에 도착하였다. 콜카타는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영국이 인도에 진출하기 위해 처음으로 설립한 동인도회사가 위치한 곳으로 오랜 시간 인도의 경제적 중심지의 역할은 했다고 배운 곳이었다. 강성했던 무굴제국이 지배하였던 인도 중북부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 도시였기 때문에 도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우리가 제일 궁금했던 곳은 콜타카의 성녀로 유명한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가 지냈던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였다. 자신의 일생을 가난한 자들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그들을 사랑했던 그녀의 삶이 녹아 있는 곳을 직접 보고 싶었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나마 콜카타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동안 영국인들이 거주했던 곳인 콜카타가 주었던 첫인상은 지금까지 지나온 도시 중에서 가장 인도스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인도에는 스타벅스 브랜드가 2012년도에 처음 입점했고, 2017년도 말쯤 되어서야 인도 전역에 10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정도였다. 반면, 대한민국은 이미 2016년도에 1,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을 비교해 보면 넓은 인도 땅에서 스타벅스 찾기란 당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스타벅스 로고가 박혀있는 병음료를 보니 내심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가짜 커피가 아닐까 의심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콜카타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트램(Tram)도 다니고 있었다. 과거에는 인도 전역에 트램을 운영하는 도시가 몇 군데 있었지만 현재는 콜카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운행을 중단한 상태였다. 콜카타에서는 트램이 19세기말부터 운영되었지만 그 운영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고 있고 있기 때문에 콜카타에서도 트램이 언제 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럴만한 이유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트램이 점차 노화되고 있고, 신규 노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 위에 레일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기존 노선을 연장하거나 신규 노선을 만드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 버스의 경우는 신규노선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신규 버스와 정류소를 설치하는 것 이외에는 도로 위에서 별도의 토목공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트램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콜카타의 숙소에서 체크인을 한 후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다음 여행지의 허가증을 받기 위한 시킴(Sikkim) 관광청이었다. 사실 콜카타는 인도 동북부에 위치한 다즐링(Darjeeling)과 시킴 주를 방문하기 위한 서류들을 준비하러 잠시 들른 곳이기 때문에 우리의 계획에는 반나절로 충분한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자칫해서 시킴 허가증을 당일 내로 받지 못할 경우에는 여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우리도 콜카타에 도착하자마자 업무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다행히도 시킴 허가증은 여권 사진과 여권 사본 정도의 서류만을 준비하면 바로 발급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여권 사진은 여분으로 챙겨 온 게 있었고, 여권 사본 역시 관광청 앞에 있는 곳에서 손쉽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고 허가증을 들고 우리는 사랑의 선교회로 향하였다. 다행히 두 곳은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오후 녘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걸어가기로 했다. 콜카타 역시 뉴델리처럼 대도시였지만 사람들이 주는 인상은 확연히 달랐고, 뉴델리에서 느꼈던 긴장감을 더 이상 느끼지 않고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었던 점이 단연 최고였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30분 정도를 걷다 보니 선교회로 들어가는 조그마한 골목길에 다다랐다. 골목길에는 이곳이 테레사 수녀가 지냈던 곳임을 알 수 있도록 곳곳에 그녀의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고, 선교회에 들어가니 그녀가 평생을 지냈던 방에 1인용 침대와 책상 정도가 주인 없는 방을 외로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크지 않은 선교회에는 그녀가 지냈던 방과 그녀의 묘 등 그녀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또한 우리와 같이 그녀의 발자취를 보기 위한 관광객들과 그녀의 뜻을 이어받고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는 수녀님들과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꽤나 북적였다.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도의 도시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도 모르는 새 배낭여행객에서 종교적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순례자가 되었다. 그렇게 다양한 종교의 성지들을 두루 살피다 보니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모두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다른 이름을 가진 신을 믿지만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삶을 위해 각자의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서로 다른 종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수많은 인도인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인도 여행도 어느덧 마지막 두 목적지만을 남기며, 반나절의 콜카타 여행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