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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Apr 02. 2023

행복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발리로

직장인들의 발리 여행기

    바야흐로 5년 전, 발리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공항으로 향했다. 당시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물면서 봉사활동도 하고 주말에는 말레이시아를 포함해 주변의 나라들을 틈틈이 여행하는 꿈만 같았던 대학생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많고 많은 나라 중에서 발리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엘리자베스 길버트(Elizabeth Gilbert)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Eat Pray Love)에 소개된 발리가 너무나도 매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짧지만 강렬했던 발리의 순간을 기록했던 사진들은 가끔씩 지친 일상에서 쉼표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게 되는 작은 안식처였고, 마음 한편에는 늘 발리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행복했던 발리에서의 추억이 그리워하고 있던 와중에 뜻하지 않게 다시 발리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겨울철에 떠나는 동남아 휴양지 비행기표 티켓은 언제나 비싼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발리를 향하는 직항 항공편은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비행기표에 비해 2배 이상 비쌌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싱가포르 항공(Singapore Airlines)을 타고 싱가포르에 경유하는 선택지 이외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도 돌아오는 비행기 편은 싱가포르 경유 시간을 넉넉히 넣어 짧고 굵게 싱가포르도 잠시 여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월의 어느 목요일 밤 우리는 형형색색의 캐리어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에 모였다.


    우리를 발리까지 태워다 준 싱가포르 항공의 첫인상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좌석의 편안함을 물론이었고, 좌석 앞의 모니터에서 제공한 볼거리도 지루할 틈 없이 다양했으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 역시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가장 인상 깊은 서비스는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인천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밤늦은 야식을 즐기고 난 후에 서비스로 나온 떡 붕어 싸만코는 정말이지 상상 그 이상의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행기에서 아이스크림을 즐길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은 녹은 아이스크림이었지만 발리 여행의 시작을 달달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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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에서의 1시간 반 남짓한 짧은 경유 시간을 보내고 기분 좋게 도착한 발리는 온몸으로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공항의 곳곳에는 'Welcome to Bali'의 문구들이 보였고, 습하고 따뜻한 바람은 겨울의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의 옷을 하나씩 벗기며, 발리의 옷차림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의 곳곳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발리의 애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택시 기사분께서는 아직까지도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회복해 가는 단계로, 올해 말 정도는 되어야 다시 예전의 발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특히나 관광업이 경제의 근간이었던 발리섬은 지난 3년 동안 관광객이 찾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고, 수입이 없어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었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셔서, 다시 한번 더 코로나의 피해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택시 기사분과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야기하며 스미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에 맞게 현지식으로 가득한 푸짐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첫 일정으로 시작했다. 발리의 스미냑(Seminyak)에 위치한 마데스와룽(Made's Warung)은 1969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으로 발리 여행 시에 꼭 방문하면 좋을 식당으로 추천받는 곳이다. 특히나 이곳은 음식뿐만 아니라 저녁에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주말 저녁 시간에 방문하면 특히나 더 좋다고 한다. 우리는 미고랭(Mee Goreng), 사태(Sate)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나눠 먹었다. 여럿이서 여행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건데, 이번 여행에서도 매 끼마다 다양한 음식을 시켜서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었던 점이 단연코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발리에서는 이렇게 푸짐하게 시킨 음식과 음료가 7만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저렴한 물가가 큰 매력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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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둘러본 스미냑의 거리는 아직은 한산했고, 거리에 줄지어 선 상점에서는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있었다. 명품을 모방한 선글라스와 가방을 비롯해 물병을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가방 등 몇 걸음을 걷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스미냑 거리를 돌아다녔다. 특히나 우연히 들어갔던 누가(Nougat)를 파는 카페인 Bali Nougat에서 처음으로 누가라는 프랑스 디저트를 맛보았다. 하필 우리가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카페에서 비를 피할 수밖에 없었는데, 프랑스인이신 사장님께서 누가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면서 손과 입에 자꾸만 오늘 만든 누가라며 이맛 저맛 가득 쥐어주셔서 이곳에서의 넉넉한 인심을 맛보았다. 그리고 우리 다음으로 들어오신 셰프이자 바이크로 여행을 하시는 이곳 카페의 단골 미국인 손님은 발리의 맛집들을 추천해 주셨다. 그의 맛집 리스트는 구글맵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고, 우리는 그중 한 곳을 저녁에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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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많은 누가를 먹었는지 모를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소나기가 조금씩 그쳐갔고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소나기를 맞으며 다시 스미냑의 거리로 돌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겠지만 왠지 발리에서 맞는 소나기는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강렬한 햇살과 예기치 못한 소나기를 맞으며, 발리에 도착했음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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