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발리의 하늘은 정말이지 변덕쟁이였다. 발리에 도착하기 전에 확인했던 1주일간의 일기 예보에서는 우리가 머무는 기간 내내 강수확률이 90%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막상 발리에서 오후에 비가 왔던 날은 첫째 날 말고는 없었다. 첫째 날에도 잠시 소나기가 온 뒤에 먹구름 뒤에 가려져 있었던 강렬한 태양과 푸른 하늘이 금세 고개를 빼꼼하고 나타났다. 물론 다시 저녁이 되어서는 어디선가 구름들이 몰려와 서쪽 너머로 지는 해에게 인사하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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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변덕쟁이인 발리지만 그래도 여전히 발리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신혼여행지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신혼여행지로 오는 발리의 곳곳에는 수많은 숙소의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며 숙소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숙소의 위치부터 시작해서 방과 화장실의 개수, 수영장 포함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살펴보아야 했고, 이러한 조건에는 풀빌라가 최선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풀빌라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의 침실이 있으면서도 우리끼리만의 넓은 공간도 충분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놀 수 있는 풀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일정을 세우면서 빡빡한 일정 때문에 풀을 많이 이용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우리는 꽤나 많이 풀을 이용했다. 첫째 날에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다 같이 어설픈 수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또 다른 날에는 저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야간 수영 강습을 주고받기도 했다. 물론 풀의 크기가 대단히 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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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후 내내 수구와 물장구를 치며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발리에서 유명한 비치 클럽(Beach Club)중 한 곳인 포테이토 헤드(Potato Head)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유명한 해변이 많은 발리는 해수욕을 즐기는 해변과 해변가 주변에 술과 음식들을 마시며 즐길 수 있는 포테이토 헤드와 같은 비치클럽들이 즐비하다. 우리는 저녁 시간쯤에 도착했는데 이미 테이블석은 만석이었고, 풀 안에 위치한 스탠딩 바의 주변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테이블 위에 푸짐하게 놓인 음식과 술을 즐기며 저마다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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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뒤처질세라 식당으로 보이는 테이블의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려 했는데, 이곳은 인도네시아 현지식, 이탈리안 식, 해산물 요리 등 다양한 선택지의 식당들이 있지만 우리 같이 워크인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메뉴를 파는 식당의 자리에서만 요리를 주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가지 테마를 정해야 했는데, 발리에 온만큼이나 해산물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Ijen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기기로 결정했다. Ijen의 해산물 요리는 분명 하나같이 모두 맛있었지만 나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새우구이도 물고기 요리도 아닌 평범한 빵 한 조각이었다. 특히 이곳의 특제 버터소스를 발라먹는 빵 한 조각은 졸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버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고, 다른 해산물 요리와 함께 곁들이기에도 손색없는 메뉴였다. 아마 다시 발리에 방문해서 Ijen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풍경도 요리도 아닌 빵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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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돌아온 스미냑의 거리는 가게에서 나오는 조명들로 낮보다 더 환했고 낮에는 조용했던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생기가 느껴졌다. 라이브 뮤직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들부터 시작해서 벌써부터 밤의 시작을 알리는 클럽의 사운드는 조용한 발리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었고, 이러한 소란스러움이 전혀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반가웠다. 거리에서도 식당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란 어려웠기 때문에 5년 전 코로나가 존재하기 전의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발리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라틴계열의 클럽에서 우리는 삼바 공연을 보며 라틴 음악과 하나 되며 리듬에 온몸을 맡겼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70대 정도 돼 보이시는 어르신이 계셨는데,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춤을 추시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한 하나의 큰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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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는 여행지가 아니었으면 하지 못했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만의 작은 풀에서 수구를 하는 것도,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라틴 노래가 나오는 클럽에서 춤을 추는 것도, 이 모든 게 발리에 여행을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이었다. 그렇게 소확행과 소소한 일탈의 사이의 순간의 추억을 만들면서 우리는 발리의 밤과 거리의 노래에 심취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