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의 황홀한 하늘에 미치다
일상에서도 길을 걷다가 우연히 하늘이 색이 예뻐서 혹은 구름의 모양이 예뻐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숫기 없는 하늘은 그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재빠르게 핸드폰 속에 간직하지 못한다면 그 아름다움이 금세 사라지는 것은 늘 아쉽다. 발리를 여행할 때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눈에 담기에 아까워 틈틈이 핸드폰 카메라로 열심히 담으려 노력했고 그 사진들에는 아직도 여행의 설렘이 담겨 있는 것 같다.
특히 울루와투에서 파란 하늘을 마음껏 감상하고 싶다면 꼭 울루와투 사원(Uluwatu Temple)을 가야 한다. 이곳은 마치 큰 공원 같은 곳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산책하기 좋은 곳인데, 특히 절벽 바로 옆을 따라 걸을 수 있게 길이 만들어져 있어 저 멀리 수평선과 그 위에 맞닿은 하늘을 보며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방문했던 날의 발리는 반바지, 반팔조차 더울 정도로 해가 쨍쨍했고, 덕분에 파란 하늘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깎아지는 듯한 절벽 아래에는 수평선이 보이는 멀리서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바다와는 다르게 무서운 파도가 쉬지 않고 몰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색감은 하늘에 있는 구름의 색과는 또 달랐다. 이처럼 울루와투의 곳곳은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눈이 매우 즐거운 곳이기도 하다.
울루와투 사원은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케착(Kecak) 댄스와 원숭이들로도 유명한 곳이다. 케착 댄스는 발리 전통 무용으로 이곳에서는 일몰과 함께 감상하기에 좋은 공연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댄스에서는 힌두교 서사시의 일부를 표현한 것으로 라마와 라바나의 전투를 묘사한 것인데, 배경지식이 없이 보았다가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또한 케착 댄스를 보고 발리의 중심부로 돌아가게 된다면, 숨 막히는 교통체증은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깔끔하게 케착 댄스 관람을 포기했다.
그리고 이곳은 케착댄스 이상으로 말썽쟁이 원숭이들이 유명하다. 사원의 곳곳에서 자유롭게 무리를 지어서 돌아다니는 이들은 관광객의 갑자기 나타나 관광객들의 물건을 훔쳐 도망가곤 한다. 우리 역시 다른 관광객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틈을 타서 원숭이 한 마리가 그들의 머리에 있었던 반짝이는 선글라스를 가지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한참의 시간이 지나 결국 선글라스를 되찾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가 만들어낸 푸른색과 땅 위의 초록색이 만들어내는 색의 향연을 뒤로한 채 우리는 차가 막히기 전에 서둘러 스미냑으로 향했다. 스미냑을 향하는 길에 저녁 식사를 위한 장소를 검색하던 중 기사님께서 문라이트(MoonLite)라는 곳을 추천해 주셨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이유는 흐린 날씨로 인해 포테이토 헤드에서 보지 못한 일몰을 보며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테라스에 앉아서 식사하기는 조심스러워 실내에서 해가 조금 누그러지기를 기다리며 칵테일을 홀짝였다.
해가 조금씩 힘을 잃어가 바다에 굿바이 키스를 하며 사라지기 전 우리는 창가 자리로 이동해 우리의 완벽한 저녁 시간을 맞이했다.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가득한 음식들과 시원한 바다 바람,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 위의 석양과 함께한 순간은 그저 '와~' 한 단어로 채워지기에 충분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러한 행복하고 경이로운 순간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내심 기뻤고 또 감사했다. 해가 떨어지자 하늘에는 태양 대신 달과 수많은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인사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고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며 핸드폰 어플을 통해 무슨 별자리인지에 대해 서로 알려주면서 저마다의 눈과 핸드폰으로 여유롭고도 행복한 순간을 담고 있었다.
아침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발리에서의 푸른 하늘과 먹진 석양과 함께하는 저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름 뒤에 숨어 있었던 발리의 하늘은 쑥스러운 듯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고, 저녁에는 이방인들에게 황홀한 일몰을 경험시켜 주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발리의 하늘을 보고 있자니, 발리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 하며, 발리와 또 한 번 사랑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