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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Apr 22. 2023

무계획 여행도 나름 괜찮아요

짧지만 강렬했던 단양 여행

    지난밤 몰려왔던 구름은 아침이 되어도 도무지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여러 겹으로 두터워져 더욱더 견고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랜만에 느끼는 숲 속의 향취를 느끼고 싶기도 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펜션 한 바퀴를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어 나왔지만, 혹여나 비가 내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코스를 다 돌지 못하고 마음 급히 방으로 돌아왔다.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큰 비는 아니었고 그저 구름이 가득 낀 하늘이어 아쉬움만이 남았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전날에 소백산 등산으로 제대로 단양을 관광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단양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먼저 방문한 곳은 4억 5천만 년 동안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고수동굴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 지리시간이나 지구과학 시간에 교과서에서 보았던 동굴의 내부를 실제로 보니 너무도 신기했다. 특히나 고수동굴 내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길을 따라가면서 구경을 하면 되었고 중간중간에 과학적 설명도 자세히 되어 있었다. 다만, 그 길이 다소 좁고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한 곳에 오랫동안 멈춰 서서 사진을 찍거나 마음 편히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종유석이 머리 위로 있는 곳을 지나갈 때는 혹시나 저 종유석이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어 발걸음을 빠르게 재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앞사람을 추월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속으로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렇게 4억 5천만 년의 시간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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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만천하 스카이워크였는데, 사실 정상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했다. 우선 만천하 스카이워크를 가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버스를 타고, 매표소에서 다시 만천하 스카이워크까지 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했는데, 연휴 기간이다 보니 주차장에서 만천하 스카이워크까지 거의 2시간의 기다림 끝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매표소 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에는 약간의 빗방울이 떨어졌기 때문에 괜스레 더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긴 기다림의 끝에 올라간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본 단양을 품은 산의 능선과 강줄기가 2시간의 불만족스러움을 모두 날려주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라본 단양의 풍경은 가을이 더 무르익어 산의 색이 알록달록할 때 다시 한번 더 찾고 싶다는 마음이 들정도로 잔잔하고 평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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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도담삼봉이라는 단양 8경 중 한 곳이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오는 길에 급하게 다음 목적지를 찾다 단양 8경을 았는데, 도담삼봉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여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도담삼봉 한 곳만에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이곳은 과거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곳이라고 하는데, 특히 가운데 있는 봉우리에 있는 정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자에는 접근이 어려웠지만 만약 가능했다면, 조선시대에 풍류를 즐기던 양반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자에는 오를 수는 없었지만 도담삼봉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우리는 모터보트를 타기로 했다. 비록 10월이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터보트를 타며 도담삼봉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도 얼른 대기열에 줄을 섰다. 비록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터보트를 타고 돌아보니, 이곳의 정취를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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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담삼봉을 끝으로 짧았던 단양여행을 마무리하자니 굉장히 허기가졌다. 하루종일 단양을 곳곳을 여행하기에 바빠 제대로 챙겨 먹지 못했기 때문에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단양 구경시장으로 향했다. 식당에 앉아서 한 가지 메뉴를 먹기보다는 구경시장에서 유명한 음식 몇 가지를 포장해 펜션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식당에서 먹을 한 가지 메뉴를 정하기도 어려웠고, 단양의 유명 맛집들이 구경시장 안에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6시가 되어 도착한 시장 안에는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과 가게마다 줄을 서 있는 손님들 때문에 발 디딜틈조차 없었다. 게다가  연휴기간인지라 유명한 마늘 닭강정 집의 경우는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이 넘었고, 대부분의 맛집들 역시 30분씩 줄 서는 게 당연지사였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각각 찢어져서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사 오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가게에서 각자가 먹고 싶은 메뉴를 사들고 오니 만두, 전병, 닭강정, 떡발비 등이 우리 손에 들려 있었다. 손이 들려 있을 때는 몰랐지만 식탁 위에 펼쳐보니 양손 가득 들고 간 먹거리는 결국 다 먹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이었고, 우리는 그날 저녁에 두고두고 사 온 음식들을 먹고 떠들며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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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의 집으로 나온 군위의 어느 시골 마을처럼 한적한 곳에서 우리끼리만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생각했지만 결국엔 단양 여행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별다른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여행이 오히려 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법처럼 아직도 사진을 보면 그때의 기억에 생생하고, 다시 단양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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