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가 아름다운 관광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쥬얼
싱가포르를 방문하면 꼭 경험해보아야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호텔의 인피니티풀,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멀라이언 공원(Merlion Park),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등을 방문하기와 카야 토스트(Kaya Toast), 칠리 크랩(Chili Crab), 바쿠테(Bak Kut Teh) 먹기들이 있다. 모든 곳들을 다 방문하면 좋았겠지만 출장 일정 때문에 일요일 하루 정도의 여유만 있었기 때문에 이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몇 가지만을 출장 버킷 리스트에 담아 갔었다.
호텔에서도 간단히 조식을 먹고 브런치 겸 싱가포르의 카야 토스트로 유명한 체인점인 야쿤 카야 토스트(Ya Kun Kaya Toast)를 방문했다. 우리가 방문한 지점은 멀라이언 파크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실내/외 모두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준비되어 있는 곳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더운 날씨 때문에 무조건 실내에 앉았겠지만, 아침부터 비가 내렸기 때문에 선선하기도 해서 밖에 앉아서 식사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기 위해 카야토스트에 버터가 들어간 메뉴부터 땅콩이 들어간 것까지 최대한 많은 메뉴를 주문했다. 이곳은 토스트와 함께 수란을 주문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먹는 방법을 잘 몰라 국처럼 떠먹는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간장, 후추 등을 넣은 수란에 토스트를 찍어 먹는 식으로 음식을 먹는 게 맞는 방법이었다.
카야 토스트의 경우는 어쩌면 조금은 달 수 있는 카야잼이 듬뿍 발려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이 시킨 토스트들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간식으로 생각하고 한 두 개 정도만 주문했다면 가볍게 먹었다면 더 맛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브런치로 먹다 보니 결코 가벼운 음식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닫고 결국 음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날씨도 너무 덥지 않아서, 배부르게 먹은 카야 토스트를 소화도 시킬 겸 가든스 바이 더 베이까지는 택시나 다른 대중교통이 아닌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가기 위해서는 마리나 베이 샌즈를 지나서 가야 하는데, 그 앞에서 바라보는 한낮의 건너편 빌딩뷰는 어제 루프탑에서 바라보았던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야경이 밝고 화려한 싱가포르의 밤을 느끼게 해 주었다면, 낮에는 바쁜 일상의 싱가포르 사람 같은 느낌이었다.
카야 토스트 집에서 꽤나 한참을 걸어가니 조금씩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상징과 같은 슈퍼트리 그로브(Supertree Grove)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슈퍼트리 그로브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하는 밤의 슈퍼트리 랩소디로 더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에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을 가야 했고, 평일에는 도저히 시간이 되지 않아 랩소디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슈퍼트리를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 크기가 가늠이 전혀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가까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그렇게 큰 인공나무들이 곳곳에 있는 풍경은 마치 지구가 아닌 아바타의 행성에서나 자랄 것만 같은 나무였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두 개의 식물원이 있는데, 하나는 실내의 폭포로 유명한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와 전 세계에게 가장 큰 유리온실로 유명한 각양각색의 식물을 모아둔 플라워 돔(Flower Dome)이 있다. 특히 클라우드 포레스트의 경우는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12월의 아바타 2의 전 세계 개봉에 맞춰 해당 컨셉의 공간 구현을 위해 곳곳이 공사 중이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를 들어가면 시원한 폭포 물줄기가 반겨준다. 마침 걸어오느라 더웠던 참이었는데,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 주변에서 조금만 서 있다 보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폭포 때문에 땀이 쏙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위에 올라갈수록 왜 이곳이 클라우드 포레스트임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곳곳에 안개가 피어올랐다. 인위적인 안개인지 아니면 수증기와 내외부의 온도차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옅은 안개 사이를 지나갈 때는 정말 아침의 숲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에서는 숲 속에서 실내를 걷는 경험을 했다면 플라워 돔에서는 세계의 다양한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각 지역의 테마를 가지고 곳곳을 꾸며 두었기 때문에, 다양한 컨셉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실내 식물원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을 플라워 돔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국적인 모습의 식물들을 보면서 보내면서 시원한 실내에 있다 보니 언제 배부르게 카야 토스트를 먹었는지 잊을 정도였다. 이미 카야 토스트 식당에서부터 가든스 바이 더 베이까지 걸어온 것부터 클라우드 포레스트까지 계속 걸어 다니다 보니 플라워 돔에 와서는 체력적으로 슬슬 한계가 나타났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온실이라는 위용에 걸맞게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식물원이었기 때문에 곳곳에 앉아서 쉴 곳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다른 관광객들이 모두 앉아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짧았던 1박 2일간의 싱가포르 여행기를 끝내고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는 친구의 배웅을 위해 공항에 가야 했는데,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래 이제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된 쥬얼(Jewel)을 둘러보기로 했다.
싱가포르 창이(Changi) 공항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큰 터미널을 보유한 곳으로 수많은 비행기가 경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행기를 환승하다 보면 공항과 도심과의 거리에 따라, 환승 시간에 환승국 혹은 도시를 짧게 둘러볼 수 있는데, 오히려 3-4시간 정도로 애매한 경우에는 공항 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공항 내에서 쇼핑하고 식사만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싱가포르 정부에서 쥬얼이라는 대형 쇼핑몰을 창이공항 바로 앞에 건설해 환승객들이 싱가포르에서 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쥬얼의 물가는 상상 그 이상으로 우리도 둘이서 저녁을 먹기 위해 10만 원 정도의 돈을 썼다. 물론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는 쇼핑과 음식에는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에는 기본 30분 이상의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매우 바빴다. 하지만 쥬얼 내에는 수많은 맛집들이 입점해 있었기 때문에 싱가포르 도시 안까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싱가포르 맛집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환승객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들이 쥬얼을 꼭 시간 내서 방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쥬얼이 정말 유명한 이유는 바로 실내에 위치한 HSBC 레인 볼텍스(Rain Vortex)때문이다. HSBC는 싱가포르의 어떤 의미가 있는 단어의 약어가 아닌 Hongkong and Shanghai Banking Corporation의 약자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은행이다. 쥬얼이 2019년도 오픈 당시에 HSBC그룹과의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5년 동안 해당 실내 폭포의 이름 앞에 HSBC를 붙일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나 이곳은 밤이 되어 색색의 조명이 들어올 때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곳이다. 가만히 앉아서 변하는 물의 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빈 의자를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떨어지는 물을 보며, 지난 1박 2일 동안의 싱가포르에서의 짧은 여행을 돌아보았다.
작은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를 가보기 전에는 단조롭고 지루한 곳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방문해 본 도시 곳곳의 관광지들은 결코 단조로거나 지루하지 않은 곳이었다. 특히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입장권의 티켓이 결코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하나하나의 관광지들 덕분에 업무를 시작하기 전 주말 동안 싱가포르를 알아가는 맛과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