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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Aug 20. 2023

미식과 멋의 도시,싱가포르

맛과 멋으로 채운 무료한 일상의 작은 선물

    싱가포르를 살면서 다시 그리워할까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은근히 지난 9월에 방문한 싱가포르의 좋은 인상 때문이었는지 문득문득 싱가포르가 생각날 때가 있었다. 비록 비싸 물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잘 가꾸어진 도시의 모습과 홍콩에 비해서는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 멋진 야경 때문에 싱가포르를 언제 다시 가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런 아쉬움과 그리움이 너무 커지기 전에 발리에서 한국에 돌아오는 경유지로 짧게나마 다시 싱가포르에 인사하러 다녀올 수 있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저녁을 즐기고 밤늦게 까지 시간을 보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지만 발리에서의 2박 3일 일정을 보내고 도착한 싱가포르를 구석구석 돌아다닐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에 몇 군데만을 골라서 돌아다니기로 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라우 파 삿(Lau Pa Sat)이라는 곳으로 재래시장이라는 호켄(Hokkien) 사투리이다. 한 가지 이곳의 독특한 점은 바로 주변 건물들이 모두 고층의 오피스 건물들이기 때문에 주변 건물들과 라우 파 삿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옛 것과 새것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이곳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사테(Satay)로 꼬치구이이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에 갔기 때문에 이제 막 사태 요리를 준비하는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것 밖에 보지 못했지만 저녁 8시 이후에 방문하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사태를 먹기 위해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라우 파 삿에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소화도 시킬 겸 멀라이언 공원(Merlion Park) 쪽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라우 파 삿은 멀라이언 공원에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고, 저녁이 되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 주어 산책하기에 알맞았다. 그렇게 조금씩 다음 날의 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해 싱가포르를 온몸으로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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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이 작은 도시에 생각하지도 못하게 다시 한번 더 출장을 갈 기회가 생겼다. 이번 출장은 지난번처럼 혼자 떠난 출장이 아닌 팀 전체가 함께 가야 했던 출장이었기 때문에 뭔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싱가포르에 도착하자마 저녁을 먹기 위해 칠리 크랩(Chili Crab)의 맛집인 점보 식당(Jumbo Seacfood)으로 향했다. 사실 지난 9월에도 칠리 크랩을 호커 센터에서 먹어 보긴 했지만 점보 식당에서는 처음 먹어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대되었다.


    이곳은 칠리 크랩도 있었지만 블랙 후추로 만든 크랩 요리도 있었다. 하지만 칠리 크랩이 밥에 비벼 먹기에 더 맛있었다. 특히나 첫인상은 한국인의 입맛에는 그렇게 맵지 않겠다고 얕보았는데, 막상 먹다 보니 생각 이상으로 매운맛이 느껴졌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다른 메인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은 후에 망고로 만든 빙수와 같은 후식도 맛있었다. 다만 한국의 빙수처럼 접시에 예쁘게 나오기보다는 큰 대접에 나와서 대접에서 비빈 다음에 각자의 그릇에 떠먹는 방식이 다소 아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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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에는 싱가포르의 홍대라고 불리는 클락키(Clarke)에 위치한 아케이드 바로 이동하였다. 수요일 저녁이었는데도 이미 다른 싱가포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들어보니 싱가포르의 경우는 한국처럼 불금보다 오히려 수요일, 목요일과 같이 한 주의 중간에 회식 같은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고 한다.


    이곳 아케이드 바의 경우는 곳곳에 인형 뽑기, 오락기, 당구대 등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바에 모여서 술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각자 놀고 싶은 곳에 가서 게임을 하고 오느식으로 자유롭게 싱가포르에서의 첫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한 가지 다행이었던 점은 이곳이 새벽 1시 정도에는 문을 닫았기 때문에 다음 날 출근 일정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게 적당한 시간에 호텔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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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날은 다른 협력사 오피스 방문과 미팅을 비롯해 정신없는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낮에는 정신없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은 모두 싱가포르를 즐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둘째 날의 저녁은 싱가포르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인 바쿠테(Bak Kuh Teh)를 먹기로 하였다. 특히나 송파 바쿠테가 유명한 식당이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는 기본 30분은 웨이팅이 있는 곳이었다.


    바쿠테는 한국의 갈비탕 느낌인데, 한국 갈비탕보다는 국물의 색이 좀 더 진한 갈색을 띠는 특징이 있다. 그리고 소면도 함께 시켜서 먹다 보니 정말 갈비탕을 먹는 느낌이었다. 국물의 맛도 너무 향신료가 너무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의 입에도 정말 잘 맞고, 고기도 질기지 않아서 발라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가끔 한국 갈비탕의 경우는 뼈에 고기가 엉켜 붙어 있어 뼈를 발라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곳은 젓가락으로도 깔끔하게 발라낼 수 있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갈비탕을 시키면 거기에 딸려 나오는 밑반찬도 다양해서 식탁이 허전한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이곳은 정말 바쿠테와 밥, 그리고 고기를 찍어먹을 소스 정도만 주기 때문에 자칫하면 식탁이 휑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허전한 느낌을 채우기 위해 바쿠테 이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을 함께 주문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테이블의 공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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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날 오전은 모두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음식인 락사(Laksa)를 만드는 체험을 하기로 했다. 락사는커리를 베이스로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커리 베이스를 잘 만드느냐가 음식의 맛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커리 베이스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들을 처음부터 잘게 다져줘야 하는 부분부터 달궈진 팬에 베이스를 꾸준히 저어주면서 색깔이 변하는 시점에 맞추어서 물을 넣어주어야 하는 순간까지 모든 게 생각 이상의 정성을 필요로 하는 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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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락사까지 만들고 난 뒤, 마지막 날의 밤은 모두가 싱가포르에 푹 빠질 수 있는 세라비(Ce la vi)와 마퀴(Marquee)에서 보냈다. 특히 세라비의 경우는 마리나 베이 샌즈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바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싱가포르는 너무나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발아래에서 내려다보는 화려한 분수쇼와 건너편의 야경은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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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싱가포르는 생각 이상은 놀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 심지어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비치 클럽으로 유명한 센토사 섬의 입구는 아직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몇 번의 출장을 다녀보니 싱가포르가 왜 외국인에게 사랑받는 관광지가 되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당분간은 출장 일정이 없기 때문에 언제 다시 싱가포르를 방문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싱가포르 방문은 지친 일상에 작은 선물과 같은 순간들이었다. 싱가포르는 어쩌면 특별하지 않고 무료할 수도 있는 출장 일정에서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야경을 통해 잠시나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새 다음을 기대하고 싶게 만드는 곳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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