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생각]

내가 안경을 쓰고 있다는걸 가끔씩 깜빡한다

by 웃사생

나는 안경을 쓰고 있다. 이 안경 덕분에 인상을 쓰거나 얼굴을 모니터에 붙이지 않고도 글을 쓸 수도 재미있는 영화를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안경을 쓰고 있으면서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기도 하고, 안경을 낀채로 세수를 하기도 한다. 안경을 안 쓰고 있을때에는 안경을 벗으려고 하기도 한다. 이럴때면 참 바보같구나내 마음속에도 다양한 안경을 가지고 있다. 썬그라스, 볼록렌즈, 오목렌즈 안경, 형형색색 렌즈를 가진 안경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안경에 익숙치 않은 어린아이들은 아무때나 안경을 벗어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가면서 상황에 맞는 안경을 잘 착용하려고 노력하고 또한 익숙해져서 편안해 진다. 그러나 가끔은 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을 잊기도 한다.

칼 융이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언급한 글을 살펴보면서 내면과 안경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자.
사람들이 하이킹을 떠났는데 여행을 계속하려면 반드시 건너야만 하는 개울을 만났다. A는 별 생각없이 그냥 훌쩍 뛰어 바위 몇 개를 건드리고 개울을 지난다.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이 사람은 그저 점프가 주는 육체적 기쁨을 아주 좋아하고 본인이 물에 빠지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B는 육체적인 기쁨보다는 개울이 주는 도전에 더 흥분을 한다. 이 사람은 개울을 건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계산하고 해답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만족을 얻는다. C는 조심성이 많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한다. 그는 개울을 건너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으며 장애물이 나타난 것이 짜증난다. 하지만 하이킹을 계속하고 싶기 때문에 안전하게 개울을 건너려고 최선을 다한다. D는 개울을 건너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이만하면 하이킹으로서 충분했다고 생각하면서 본인이 개울에 가진 두려움을 합리화하면서 돌아선다.


나의 내면은 도전적이었으나 그때 끼고 있는 안경이 '두려움'이기에 D 처럼 돌아서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내면이 두려움이 많은 것인지 타인이 알지는 못하지만 스스로는 안다. 이처럼 타인들에게 나는 안경을 낀 사람이기에 나의 내면과 안경은 하나로 보지만 나 스스로는 나의 내면과 안경을 분리해서 본다. 나는 차분하고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마초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면 타인들에게는 나는 마초이다. 그리고 가끔은 나도 내가 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을 깜빡하기도 한다. 어떠한 안경을 끼고 있고 언제 안경을 바꿔야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가 낀 안경들이 내가 가진 지식, 바라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을때가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나의 모습과 주로 사용하는 안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경을 착용했을때 나는 어떠한 모습이 되는지를 나는 알고자 한다. 그리고 비록 안경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오지는 않겠지만 그럴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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