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의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한다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 있고 우리가 꾸는 일장춘몽일 수 있다고.
고민이다. 내가 지금 보고 느끼는 것들이 생생한 꿈속이라면 나는 어디에 있으면 이것이 꿈속인지 현실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조금 더 고민해보자. 계속해서 고민해보자. 그러면 어딘가에는 결론이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생각을 했더니 머리가 아프다. 앞에 놓여진 커피잔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흐릿해진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은 더욱 맑아지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내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의 나는 존재한다. 이 기쁜 사실을 내사랑에게도 알려야겠다. 드디어 내가 나만은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사랑이 묻는다. 자기는 존재하는 것이냐고. 자기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느냐고. 자기가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면 자기는 없는 것이냐고. 나는 내사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사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럼 내 눈앞에 있는 내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상상속의 존재란 말인가. 다른 이들도 내가 생각을 하는지 아닌지 모른다. 그들의 눈에 비치는 나는 실존하는가 아닌가.
아, 모르겠다. 무언가는 존재하겠지.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이 꿈이든 아니든지 말이다.
지금을 열심히 그리고 행복하게 사는게 최선일 것 같아. 만약 꿈이었다면 한번 연습을 해보았으니 실제에서 더 잘 할 수 있을테고, 꿈이 아니고 진짜라면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하지 않을테니까.
나는 존재한다. 여기에 있기에 존재한다. 그래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