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31. 2022

교육과 훈련--- Dry Run

교육과 훈련--- Dry Run

  2005


교육과 훈련은 눌변도 연사로 만든다. 처음부터 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은 자만해서 실패할 수 있

다. 연습한 말만 해야 하는데 곁가지가 더 커지거나, 대중의 호응에 감격하여 연설의 길을 잃는다. 

조심해야 한다. 특히 대중연설을 자주 해야 하는 사람들은 군중을 움직일 수 있는 차고(冷)-따뜻

하고(溫)-뜨거운(熱) 감정을 스스로 낼 줄도 알아야 하고, 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데서 폼 

잴 것이 아니라, 이런 데서 폼(몸짓 gesture)도 잴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는 주로 발표에 대한 

부분을 말하는데, 기본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고, 그것이 실무에 잘 활용되도록 만드는 것이 

훈련이다. 


연설의 달인’의 연설 실패

그제 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있었다.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가 한 잔 마시고 연속극 '주몽’을 볼 시간대에 맞춰 집에 들어갔는데, 기대하던 주몽은 안 나오고 대통령이 연설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주몽은 시청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한 역사극으로, 힘든 한 주 일의 시작인 월요일과 화요일을 힘들지 않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밤에 주몽을 볼 생각을 하 면 월요병으로 낮에 힘들어도 참을 만하니 말이다.

대통령은 연설한 뒤 말미에 자신도 주몽을 보러 간다는 암시를 해서, 드라마 주몽의 인기를 잘 알 수 있다. 

내가 "대중연설의 달인이라는 노대통령이 '대충 연설'로 연설을 망쳤다"고 생각하던 차에, 결국 신문이 꼬집고 나섰다. 자기 실력만 믿고 연습을 하지 않아 시간배정에 실패하여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작성된 원고의 절반을 소화하지 못했고, 정작 중요한 대목에서 ‘넘어가지요’라는 말로 때우고 만 것은 국정책임자의 사고다.


연습과 훈련

연설이 왜 연습을 필요로 하느냐 하면, 중요한 사안에 대한 강조를 할 시간 배정도 해야 하고, 내용-강세-억양-표정-몸짓-어휘 선택도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특유의, ‘잠시 1~2초간 말을 멈추고 하회탈처럼 기묘하게 웃는 주름 깊은 얼굴 표정’을 유지하는 데도 시간을 뺏겼고, 가벼운 농담으로 표현하는 일반시민들의 얘기처럼 편하게 하는 말로 시간을 뺏겼는데, 이것들이 모두 즉흥연설의 마법 즉, '자기도취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도 모르게 청중을 가볍게 보게 되는' 그 마법에 빠진 때문인데, 이로써 노대통령은 연설의 격을 떨어뜨렸다.


대중연설은 정치가와 지도자들의 필수의 큰 무기이며, 특히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대 국민 홍보의 기막힌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능란한 연설가라도 치밀한 준비 없이는 실수한다. 

노대통령과 함께 노정부 탄생의 주역인 J씨는 대중연설이 좀 서툰 사람으로, 그가 연설만 좀 더 잘했어도 상당히 인기를 더 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김영삼 대통령은 투박한 ‘갱상도 사투리’ 발음으로, 잘하는 연설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들의 피를 끓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스스로 열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J씨는 대중이 피를 거꾸로 솟게 하는 이 능력이 부족하다. 


삼척화력발전소에 근무한 K씨는 노조위원장에 출마했는데, 대화는 참 잘하는데, 대중 앞에서는 지독한 눌변이었다. 하루는 후배인 내게 연설을 좀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해서, 특별 개인교습을 해준 적 이 있다. 그러고 그 3개월 후, 해외연수에서 돌아온 나는 그의 달라진 연설 모습에 정말 많이 놀 랬다. 아니! 저렇게 연설을 잘할 수가! 

내 교습 덕분이라기보다는, 선천적인 소질이 분명 있었겠고, 연설을 할 기회를 자주 갖다 보니 그야말로 일취월장한 것 같았다. 

연습과 실전의 효과가 이만큼 크다.

 

Dry Run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에 근무할 때, 누구든 국제적인 논문발표를 앞두고 예행연습을 하는데, 잘 할 때까지 반복한다. 영어발표를 감독한다고 할까, 교정을 해주는 사람은 윤종준 원장님.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으로, 발표자가 실수 없이 잘 발표하도록 코치를 해 주셨다.

예상질문에 대한 대비도 다 해준 이런 일을 영어로 Dry Run이라 하는데,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PGI 2005’ 즉, Power Gen International 2005에서 두중 연구원의 김동길 박사가 Dry Run 덕분에 발표를 아주 잘한 자리에서, 나도 시원스럽게 박수를 친 적이 있다.

그 날의 소감을 적은 김박사의 글 일부다.


PGI 2005 참가 소감문   

시스템엔지어링 개발팀 김동길 주임


이번 PGI2005참가 목적은 Coal blending에 관한 논문 발표, Pre-Conference 참가를 통한 보 일러 관련 기술습득, 전시 부스방문을 통한 신기술 동향 파악이었습니다. 논문 발표에 앞서dry run을 수차례 실시함으로써 실제 발표 시 자신감을 가지고 충 분한 내용 전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석자로부터 4~5가지의 질문을 받아 대답을 무난 하게 하였습니다. 앞선 발표자들 대부분은 한 두 가지 Q/A였습니다. -중략-

제가 받은 네 번째 질문은 Dry run에서 원장님께서 예상하신 질문이었는데, 사회자로부터 질 문을 받아서 원장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대답을 했는데, 원장님께서 “그렇게 대답하면 아마 웃을 거 다”라 하셨는데, 정말로 참석자들 대부분이 웃었습니다.  

-하략-


작가의 이전글 기능과 기술 중시---세 사람의 특별한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