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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9. 2022

천인(天人)과 비차(飛車)

천인(天人)과 비차(飛車)

   2011


천인이란 불교용어로 비천(飛天)이라 하여 하늘 즉 상계(上界)에 살면서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상상의 선녀를 일컫는 말이다. 이 天人은 실로 꿴 꽃 장식을 두르고, 날개 옷(飛衣)을 입고, 음악을 좋아하며, 하계(下界)사람과 왕래하는 꿈같은 얘기 속의 사람이다.

 누구나 한번쯤 하늘을 날아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가보고 싶은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듣느니 교통사고요, 심지어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사고가 있으니, 정말 저 넓은 하늘을 혼자서 훠얼훨 날아 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아 다니는 얘기가 조금 바뀐다. 바야흐로 '날아가는 열차' 비차(飛車)얘기로 들어가는데, 오늘날 우리나라 무궁화호 열차는 서울 부산 간을 너덧 시간에 달리니, 가히 시속 약 100㎞의 놀라운 속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미 동경올림픽 때에 시속 250㎞의 초고속 열차를 개통하였고, 독일, 프랑스 등이 이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열차를 우리나라에 수출하려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교통수단이란 뭣하는 것이며, 국력은 어디쯤 와 있는가 참으로 성질이 날 일인가 안 날 일인가 모르겠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일본은 시속 500㎞의 '나는 열차(飛車)'를 곧 실용화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서울 부산 간을 한 시간에 달릴 수 있다니, 열차가 빠른 건지 서울 부산이 너무 가까운 건지 어안이 벙벙하다.

자석의 힘으로 공중에 약간 떠서 달리는 이 리니어 모터카(초전도 자기 부상식 열차)는 이미 그 원리가 일반에 소개된 지 오래지만, 일본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기술과 자금을 투자함으로써 곧 실험철로를 만들 것이라 한다.

 참말로 부럽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겨우 100㎞속도의 열차에 명절에는 밤샘해서 표를 사야 하고, 명절 아닌 주말에도 차표 구하기 어려운 처지인데, 250㎞짜리도 모자라 500킬로라니 누구 기 죽일 일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온 유머 하나. 

'대기만성'이라는 4자성어의 뜻은, 명절 귀성표 구하는데 대기하는 게 만성이 되었다나(자작 유머).

 이 열차는 바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므로 바퀴 높이 정도의 높이가 필요 없어져, 차량 전체의 높이가 낮아진다. 그래서 이 기술을 지하철에 적용한다면, 공중에 뜨지 않을 만한 속도, 다시 말하면 레일에 닿는 정도로 달리면, 터널 굴삭비가 싸져서 건설비가 싸지는 이점이 있고, 초고속이 아닌 적당한 속도로 설계한다 해도, 그런 속도는 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십조 엔의 수출시장이 개척될 수 있다는 보고가 일본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언젠가는 저 물건을 사야 할 것이고, 피땀 흘려 번 돈은 또 일본이 홀까닥 삼켜버릴 것 아닌가? 더 성질나는 것은 일본에 최초로 이 리니어 모터카를 일본에 특허 출원한 사람은 바로 다른 사람 아닌 우리 재일교포 2세 청년이라는 점이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유학하던 내 아들이 이 특허를 출원했을 때, 일본정부는 이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너무 많이 든다는 핑계로 특허권을 주지 않다가, 국력이 커지면서 일본정부가 어물쩡 이것을 개발하고 있는데, 특허권에 대한 재판소송이 지금도 미결상태이지요”라고, 이 청년의 모친께서 분개하시면서 필자에게 직접 들려주신 얘기다. 못 믿으시겠다면 일본 동경 우에노 전철역 앞의 자그마한 밤 가게로 찾아가서 물어보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다시 天人에 관한 얘기로 돌아간다. 얼마 전에 잘 아는 국민학교 교사 한 분이 일본시찰을 다녀오면서 법륭사 금당벽화의 한 부분을 모사, 채색한 표구 한 점을 선물로 주셨다. 이른바 천인도(天人圖)라는 그림으로,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화만 더 나는(?) 표구이다.

서두에서 얘기한 대로 날개 옷을 입은 선녀가 양팔을 날개처럼 뻗고, 구름 위를 날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리니어 모터카처럼 자석이 빼곡한 철로도 없고, 비행기처럼 엔진도 달고 있지 아니한데, 다만 가볍고 부드러운 천으로 된 띠를 몸에 감고 있어 바람에 날리고 있을 뿐이다. 초전도 기술도 필요 없고, 특수 금속도 필요 없고, 그러고도 맘대로 날 수 있는 날개 옷은 분명 공상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진다.

"엇? 뭣이라고? 정신 나갔냐고?"

 이 법륭사 금당벽화는 다름아닌 고구려의 화가인 ‘담징’이 일본에 건너가서 그린 그림이 아니더냐! 날아가는 열차는 우리 핏줄인 재일동포 청년이 착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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