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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9. 2022

섬마을 선생님과 동백아가씨가 사랑을 하여

섬마을 선생님과 동백아가씨가 사랑을 하여

 2010


 공기와 물이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데, 나는 평생 전기를 만드는 일에 종사한 것을 핑계로, 물과 공기 외에 전기도 하나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그런데, 삶의 필수품은 그것 만이 아니라 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 같은 사건들이 최근에 이어서 벌어지고 있다.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떠나신 김수환 추기경님에 이어, 모든 것을 가지지 않은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돌아가시더니, 심금을 울리는 엄청난 노래들을 남기신 박춘석 작곡가가 뒤를 이어 먼 길을 떠나셨다. 

 공기, 물, 전기 이외에도 우리에게는 극한상황에 의탁하는 종교도 필수품이요, 노래 또한 필수품이라는 사실을 추가할 일이 아닌가? 노래는 정서다. 정서가 불안정하면 사고를 친다. 그러니 ‘정서’도 필수품이 아닐까?


그 옛날, 다들 어렵게 살던 그 시절에,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과 동백아가씨 같은 노래는 삶의 고통을 토로하고, 그리하여 스스로 취하고 위안받으면서 잠시나마 삶의 지게를 작대기로 괴어 놓 고 행복해했던 노래들이었다. 그 때는 왜 그렇게 가요를 많이 불렀던지, 전국민이 애절한 목청으 로 노래했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곡들이 무척 많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노래는 친구처럼 이웃 사촌처럼 정겹게 우리 곁에서 우리와 같이 식구처럼 살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MP3를 휴대하지만, 우리 중늙은이들은 보통 가요 50곡 정도는 머리 속에 휴대하고 다닌다. 노래방 기기 앞에 서면 모르는 옛 노래는 없을 정도다. 그 많은 곡들은 주로 길옥 윤, 반야월, 박춘석 선생 등 정말 훌륭하신 작곡가들이 만들었고, 그런 작곡가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알게 모르게 어려운 시간을 넘길 수 있었다. 


  무려 2천7백곡이나 작곡하신 박춘석 선생님은 어디서부터 그런 감정이 솟구쳐 끊임없이 시상

이 떠올랐으며, 어디서부터 그런 감흥이 솟아올라 각각 다른 곡을 만들 수 있었을까? 

박 선생님은 직접 작사도 많이 하였는데, 작사가 곧 시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시인이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시를 노래곡으로 만들면 가장 한국적 감성으로 불러준 가수가 이 미자씨다. 섬마을 선생과 동백아가씨 같은 노래는 이미자씨 말고 누가 그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떨치지 못하게 불러낼 수 있을까? 


 "해愛당화 피고 지이는 서어음 마~ 으으으을에… 열아홉 살 섬 Sexy가 순정을 바쳐 사아랑한 그 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로 떠나가신 선생님을 그리다 보니 어느덧 겨울이 오고, 마침내 동백꽃은 피어,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뚝뚝 떨어지기 여러 해, "가신 님은 그 언제 그 어느 날에 외로오운 도옹백꽃 찾아 오오려으나!" 


섬마을 아가씨는 드디어 기구한 운명의 가련한 여인이 된다. 그래서 노래는 다시 ‘여자의 일생’으로 바뀌기 시작하는가 보다!? 

이렇게 박춘석 곡 이미자 노래를 부르는 순간, 남자들은 모두 사연 많은 총각선생이 되고, 여자들은 모두 순정을 바친 섬마을 처녀 동백아가씨가 되어 떠나 가버린 섬마을 선생을 그리게 된다.

우리는 위대한 종교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위대한 작곡가를 잃은 것도 가슴 깊이 슬퍼하고 오래도록 그 분들을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2022년 현재

 MP3가 사라지고, 자동차용 또는 휴대용 CD도 이 세상에서 거의 사라졌다. 우리가 외우던 50여곡의 가요는 그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노래방에 드나들지 못해서 잘 외우고 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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