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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상상력(Imagination)

상상력(Imagination)

2007. 1.  7


 연초에 매일경제신문에 게재된 ‘상상력’에 대한 기사를 읽고 느낀 바가 많아서 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특별히 그렇게 하려는 것은 상상력에 대해서 내가 평소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경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두바이 팜 아일랜드’의 방조제 길이, 공사비, 면적을 비교하면서, 같은 간척사업이면서도 너무나 대조적인 두 공사판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그 성패가 바로 상상력의 차이라고 강조하였다. 

두바이에 한 번 가보지도 못하고 이런 글을 쓴다는 건 좀 안 어울리는 일이지만, 아마도 전 세계가 몰려드는 놀랄 만한 두바이에 비해 아직도 그 진로를 찾지 못한 새 만금은 상상력이라는 말을 들이댈 처지도 못 되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경제전쟁에서 자원과 기술이 풍부하고 인재도 많아야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바이는 상상력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매경은 말한다. 그래서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라 배웠지만, 경영조직과 상상력을 합쳐 생산의 5요소라는 말이 생겨나왔다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상상력이 현대의 기업활동에 얼마나 밀접한 연결이 되는 가는 여기서 예를 들지 않더라도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다만 여기서 상상력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말뜻을 한 번 짚어보기로 하자. 매경은 이렇게 설명한다.

“상상력은 뜬구름 잡는 몽상과는 다르다. 오히려 업종의 기본에 천착(몰두)할 때 생산적 상상력이 가능하다. 카메라 필름으로 유명한 코닥이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처하지 못하여 세계10위권의 글로벌 기업에서 밀려나 2006년도에는 ‘브랜드 70위’로 밀려났다. 반면 스타벅스와 민들레 영토는 커피숍이라는 단순히 차 마시는 곳에서 편안한 휴식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 성공하였다.”

 코닥이 업종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여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나머지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의 말도 보도하였다.

“현 시대에 기술발전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기술만으로는 차별화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기업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덧붙인다면, 얇은 휴대폰을 만들어 휴대폰 업계의 패권을 논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누가 더 얇은 휴대폰을 만드느냐는 기술적 다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므로, 전혀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전혀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나타나는 물건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원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짜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품질만 생각해 왔지만 이제는 격이 다른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종착역에 도달한 것 같고, 그래서 직원들에게 8주일간 명품체험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임직원을 상대로 동물학자가 특강을 하거나, 젊은 학자들과 기업이 브레인 스토밍을 하거나, 어떤 기업은 신입사원들이 해외여행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하도록 금전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여기서 잠시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Trend를 살펴보기로 하자. 

일본의 대표적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는 “지식근로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지식은 가치가 없고, 지식근로자는 아웃 소싱이나 오프 쇼어링으로 인도에 모두 빼앗긴 상황”이라 진단한다. ‘구글’이라는 세계최대도서관을 이용하면 지식은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으며, 지식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부가가치도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 즉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기라 하였다. 여기서 상상력이란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서 상품화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어줍잖기는 하지만, 내가 詩人이라는 이름을 받은 상황에서, 詩가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는 기업의 신 상품과 진배없다는 점을 들어, 문학에서 말하는 상상력은 기업의 상상력과다른 것인지, 20여년 전 방송대 영문과 졸업 논문에 적은 내용에서 살펴본다. 


 공상력과 상상력은 다 같이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이지만, 단지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은 공상인 것이고, 시를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상상력인 것이며, 공상력은 마음의 집적적(集積的) 능력으로서 객관물을 거울처럼 복사하는 능력일 뿐 재창조하지 못하는 것이며, 상상력은 객관물을 변형시키는 의식기능이다. 

시인이 상상력으로 시를 창작하는 행위를 바로 신의 창조행위와 비유하여, 신을 닮은 원초적 모습으로 돌아가는 인간은 상상력의 활동으로 신이 만든 우주를 인간적 차원에서 재창조하는 것으로, 시인과 상상력, 창조, 신(神)의 관계를 정립시켰다.

결국, 神이 인간에게 상상력을 주었으니, 인간은 상상과 더불어 언어의 탄생을 보게 되었고, 이로 인해 詩가 태어났으며, 신이 명령으로 우주를 창조했듯이, 인간은 상상력을 지닌 언어를 통하여 세계를 창조하는 즉, 神의 창조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詩人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상품이나 시나 똑같은 공상(망상)의 단계를 지나 창조의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은 당연하기도하다. 이렇게 신 상품이나 시 창작도 모두 상상력에 뿌리를 두는데, 그리고 상상력이라는 것이 쉽게 얻어지는 것도 아닌데, 삼성 이건희 회장은 CEO로서는 당연히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나서게 된 것이다.

일찍이 “한 사람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던 이 회장님은 창조를 유난히 강조한다. 그러나 이 회장님의 생각과는 달리, 다음과 같이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삼성은 조급하게 실적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오마에 겐이치의 말이다.

“삼성같은 미국화된 회사는 경영을 단순히 수치화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한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개개인의 발상은 쪼그라든다. 창조경영을 위해서는 ‘회사가 전부 지원할 테니 5년간 자유롭게 연구해보라’는 식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이 시대는 상상력을 자아내게 하는 활동도, 장기간 자유로운 연구활동도 모두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우리처럼 핵심적 지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는 아직은 지식시대가 더 길게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상상력보다는 지식연마가 더 급하다는 말이다. 기본이 다져진 다음에 그를 바탕으로 상상력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는 몸으로 느끼며 살아왔

다. Google이 제아무리 세계최대의 도서관이라 하더라도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지식은 누가 올리지 않는다는 것. 단지 백과사전에 나오는 수준 이상은 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한 분야의 기술을 완전히 정복한 기업이라면, 자신의 핵심기술을 자유자재로 변용하거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적은 일을 인도에 아웃소싱을 시킬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다 그렇게 따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에 기업을 보호하고, 개인을 성장시켜줄 핵심지식 연마를 먼저 탄탄히 다지면서, 한편으로 언제나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펴는 일을 포기하거나 잊으면 안 될 줄 안다.


 이런 점에서 나는 과거 한전시절부터 은퇴하던 날까지, 그리고 두산중공업에 재 취업하고도 중단하지 않고, 삭막한 발전공장과 기술자 집단에 그림과 시를 걸고, 때로는 유머를 하면서, 사원들의 마음을 정서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결코 싱거운 일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정서가 곧 창조의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상력 자극에 소극적인 팀 리더 이상 책임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조직 내의 정서적 활동들을 한낱 몇 명의 취미가 같은 사원들의 단순한 서클 활동이라고 생각하여 활동을 장려해주지 않으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상상력은 기업활동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것은 자유롭고 정서적인 분위기에서 태동한다. 


 팀 리더의 수준이 낮거나 회사 일에 애착이 없는 사람들은 ‘일하는데 왜 상상력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한다. 그런 간부가 남의 상관이라면 ‘삭막한 로봇’에 그칠 것이며, 반대로 그런 사원이 구성원이 라면 ‘멋모르는 머슴’에 불과할 것이다.

상상력이 바탕이 된 기업활동이 꼭 신개념 휴대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발전 공장의 일개 분임조활동에도, 제조회사의 설계업무에도 상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상상력은 모든 개인생활에도, 기업에도, 정치에도 모두 바탕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샘솟 듯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지는 끊임없는 아이디어는 바로 상상력에서 비롯되고, 상상력은 부드럽고 정서적인 분위기에서 생겨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애사심도 절로 생겨나더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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