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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독후감]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독후감]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힘들고 외로운 先知者의 길이 아니던가요?

발전운영팀장 김 수 형

2001


“아저씨는 이 책을 읽고 회사에서 독후감을 모집에 응모하라는 권유에도 무척 늦게 겨우 펜을 드셨네요. 아저씨. 아저씨는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동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아저씨 자신이 평소에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 책의 주인공 중에서도 가장 인간에게 교훈이 되는 우리 생쥐로서는 한 편 무척 서운한 일이예요. 아무리 아저씨가 그런 사고로 세상을 살아왔다 하더라도 그렇더라도 우리 체면도 좀 살려주시지 잉.

우린 정말 죽을똥 살똥 새 치즈를 찾아 헤맸는데, 원래 우리들 생쥐는 태어날 때부터 작은 일에 민감하고 귀를 쫑긋 세워 무엇이든 의심하면서 위험에 대비하여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계시겠지만, 이 기회에 그래도 생쥐가 고생하는 일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아?

여하튼 아저씨가 우리 생쥐처럼 그런 마인드로(생쥐가 영어를 다 쓰네) 살아가고 계시니까 꼭 삼촌같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오늘은 속에 있는 말 좀 꺼내놓을래요.

아저씨. 아저씨는 물론 언제나 상황변화에 대응하면서 아저씨가 해야 할 일들을 변화하면서 살아간다고 자부하고 계시지만 정말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인지 뒤돌아보세요.

내가 한 번 질문을 던져볼 게요.

아저씨는 아저씨네 회사가 韓電에서 갈라져 나갈 때 무슨 일을 했어요? 아저씨는 分社라는 상황변화를 맞으면서 ‘어서 빨리 분사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면서 그렇다는 생각만 했지, 특별히 행동으로 옮기신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가령, 어떤 구조조정 반대론자는 회사 간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보수적인 풍토 속에서 용감하게 붓을 들어 구조조정의 부당성과 하고 싶은 말들을 낱낱이 열거하며 외치기라도 했는데, 아저씨는 분사를 찬성하면 찬성한다고 큰 소리로 외쳐보셨어요?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박탈감을 크게 느낄 때, 적어도 간부직에 계신 분이 뭔가 행동으로 나타내면서 주장하시든지 설득하시든지 그 정도는 해야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가 제대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정도는 되어야 생쥐들의 차원만큼 올라서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느낀 바가 다소간 있기는 있다고 인정해 주세요 네? 

제가 하고싶은 얘기는 아저씨도 자만하지 말고 더욱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예요.


저는요 이 책의 작가 선생님이 미워요. 끝까지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틴 헴씨는 ‘엣헴’하고 폼을 잡고 있는데, 우리 생쥐들은 고생고생해서 새 치즈를 찾게 만들고, 글쎄 헴씨는 어떻게 해서 그 오랜 시간 먹지도 않고 살아있게 만드는 거예요? 빨리 목숨이 끊어지게 썼어야 하는건데... 불공평해요 정말. 

옛날에 아저씨가 어렸을 때 아저씨의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지금도 기억하시잖아요?

소낙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아내가 남의 집에 품팔이 나가고 없으면, 제아무리 글 읽는 선비라지만 빗물에 씻겨 나가는 마당의 곡물은 걷어들여야 하는 것이지, 선비는 안 먹고도 산답디까? 그거 비에 다 씻겨 나가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글을 읽었다는 얘기나 헴씨의 경우나 뭐가 다릅니까?

 아저씨가 꿈꾸어 오던 세상을 우리 생쥐들 입장에서의 치즈라고 보시고 더 뛰어 보세요. 

아저씨 사무실은 강남에 있잖아요. 눈에 보이는, 휘황찬란하고 번쩍거리는 네온싸인과 어지러운 간판들, 벤처기업이니 코엑스니 그리고 호텔과 백화점, 은행, 도심 공항 터미널이니 해서 그 거리에 흘러가는 자동차의 물결은 얼마이며, 외국인은 얼마입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은 얼마이며, 질탕하게 먹고, 마시고, 춤추고,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야욕을 채우려는 뭇 인간이 꿈꾸는 생각의 흐름은 무엇이며, 공중전파를 타고 주고받는 말과 통화의 主流는 무엇이며, 地下를 오가는 긴 지하도시에 들어 있는,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의 물결은 또 얼마입니까?

 그게 다 뭡니까? 제 살자는 건데 아저씨 회사는 뭐가 달라요?

경쟁 안 하고, 머리 안 쓰고, 고민 안 하고 얻을 수 있는 게 뭐예요? 다들 나름대로의 변화에 맞는 치즈를 찾고 있는 것이지요.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치즈, 물고 물리는 게임에서 승리자가 되겠다는 치즈, 좋은 음식을 먹겠다는 치즈, 중요한 회의에서 큰 소리 치겠다는 치즈, 으리으리한 사무실을 갖겠다는 치즈, 넓은 집에 살겠다는 치즈, 예쁜 연인(戀人)을 차지하겠다는 치즈,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치즈….

그걸 나쁘게 보시겠습니까? 그걸 위해 일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요?

아저씨네 회사도 지금 어마어마한 회오리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중이지요.

뭐라고요? 발버둥칠 필요도 없이, 조용히, 눈치나 보면서, 입바른 소리는 남 안 듣는 데서 혼자 중얼거리고, 어디선가 시키는대로만 해도 설마 저거들이 쥑이기야 하겠는가, 적자가 나면 국민들 전기요금 받아서 어찌어찌 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요?

엄마 회사에서 많이 도와주려는(?) 것이 싫다고요? 말로는 독립시켜준다 해놓고 수렴청정 계속하려 한다고 무척 기분이 상하셨군요. 그래서 더 빨리 민영화되어야 한다고요? 민영화되면 비능률도 비효율도 많이 줄어들 거라고요? 오호라! 비능률과 비효율을 줄일 수만 있다면 分社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그 말이네요! 

그러니까 지금의 상태든 옛날의 상태든 변화를 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비능률과 비효율이라는 것이네요.

그 말은 맞는 것 같지만 너무 순진하게 살진 마세요. 공기업으로 있는 한 비능률을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 그러니까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변화라는 것, 치즈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지만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 아저씨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신 것 같지만, 말하긴 좀 곤란한데…. 아저씨는 바보같아. 세상엔 큰 손들이 하는 일도 많은데…. 


어디 세상이 아저씨 마음대로 잘 되나요? 그렇지만 외쳐보라는 것 아니예요? 지금까지 가만히 계셨던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말이잖아요. 기왕지사 변화속에 휩싸인 이상 적극적으로 바꿔 나가세요.  

이 생쥐가 감히 말하지만, 눈총이 두려우세요? 그런 눈총 이미 많이 맞으며 살아왔고, 이제 그런 정도는 초월할 연세도 지났잖아요. 분사되던 날 한전을 향해 ‘그동안 처자식 먹여 살려주고 장성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면서 엎드려 절하기를 100번을 하셨잖아요? 좀 더 힘내세요. 우리들 생쥐처럼.

 우린 새 치즈를 찾아 헤맬 때, 그 어둡고 칙칙하고 언제 무너질지 모를 굴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몸에 상처도 입고, 눈에 흙도 들어가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 고통과 그 외로움을 아시지 않나요?

아저씨도 맨날 잘 써먹는 말, 아 그 왜 있잖아요 후배들 교육시킬 때 많이 써먹던 말 ‘先知者는 외롭다, 외로운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바로 그 말 말이예요. 그것과 똑같았지요. 

만주 벌판을 말달리며 총 쏘며 독립운동을 하시던 先驅者들 그분들도 우리처럼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셨잖아요. 독립이라는 大命題를 위해.

힘내세요!會社를 成功시키시든지 獨立시키시든지 그 命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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