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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5. 2022

호주여행기

호주여행기

복지 낙원 호주

2004


우리나라가 얼마 전 연/기금을 가지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소신을 펴는가 했더니, 그만 소심함을 드러내고 마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결국 최고의 사회복지란 노후에 연/기금을 많이 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게, 나라 살림이 궁핍하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호주 사람들은 은퇴하면 3백만 원을 매월 받는다니 세상에 무엇이 부러울까! 단, 조건이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장에 나와서 운동을 해야 탈 수 있단다.

우리나라 시골 노인들처럼 80이 되어도 뼈빠지게 농사일 안 해도 되고, 단지 건강한 육신을 가지기만 하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는 그들이 부럽다.

 

호주사람들의 라이프 싸이클은 이렇다.

젊을 때 아기를 낳는 대로 한 명당 2천만 원을 준단다. 어떤 유색 이민은 하는 일 없이 아이만 몇을 낳아서 나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단다. 학교 교육이 공짜이고 17세가 되면 아이들의 대부분이 집을 나가 독립적 생활을 하니 학교 성적이나 과외수업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좀 외롭겠지만 신혼같은 생활을 즐기면서 살다가 은퇴를 맞이한다.

굳이 대학을 안 나와도 블루 컬러(현장 근무자)가 화이트 컬러(사무실 근무자)보다 더 돈을 많이 받고, 귀천을 따지지 않는 직업이니, 대학 못 나왔다고 기죽을 일도 없다.

매월 적금을 들 필요도 없다. 노후가 보장되니 주급(週給)으로 나오는 돈을 맘껏 쓰고 빈털터리가 되어도 금방 일요일이 지나면 다음 주다.

1년 내내 조금씩 모으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한 비용. 그 휴가 때 몽땅 떨어먹어도 돈 걱정할 것 없다. 매주 돈이 나오니까.


은퇴하면 집을 전세주고 받은 돈으로 4륜 구동 Jeep 하나 사서 캬라반(이동식 집)을 꽁무니에 달고 전국을 돌면서 구경한다. 시속 100킬로로 하루 10시간 달려도 38일이나 소요되는 호주 일주 여행을 1~2년에 마치고 돌아오면, 집을 판다. 그 돈으로 퀸 엘리자베스호 같은 호화 여객선을 타고 약 2년 동안 세계여행을 다녀온다. 남는 돈으로 부부가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혹시 그곳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에 옮겨 산단다. 이것이 호주인의 라이프 싸이클이다. 


물가 집(Water Front)은 갑부들이 사는 곳이고, 탁 트인 전망을 지니면 억수로 값이 높고, 요트가 부의 상징으로, 그들은 요트 계류장이 있는 집이 최고 비싸다. 취미로 말을 기른다 하니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에 재래식 통시(화장실)를 쓰고, 소 한 마리 키운다고 외양간이 부엌에 붙어있어 파리와 함께 먹고 자는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나라에서는 평소에 국민건강을 생각하여 1등급 쇠고기는 자국민 우선 공급하니, 고급 농수산물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일본으로 수출하는 우리 나라와는 다르다.

약품이나 식품에서 부정한 일을 벌였다가는 신세를 만친다고. 우리처럼 “꿀은 저거 아부지도 속인다”는 말이 없는 나라라, 우리 관광객들이 호주 꿀을 많이 사 온다는 것이다.

호주는 젊은이나 중년보다는 할머니들이 돈이 많단다. 잘 생기신 한국의 은퇴하신 노신사들이여! 

야타족을 아시지요? 압구정동에서 젊은 아가씨들이 노신사님 보고 “야 타!”하기를 바라는 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니, 그러지 마시고 호주로 가 보시라. 거기 가면 돈 억수로 많은 초로의 짙은 선글라스 낀 금발의 할머니들이 새빨간 포르쉐 스포츠카를 몰고 지나가다가 “야 타!”라고 할지 모른단다.


문화를 만드는 나라 호주


호주는 역사가 200년 조금 넘었기 때문에 역사가 짧음을 구긴 자존심으로 생각하는지, 그들은 역사와 문화를 일부러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100년이 넘은 건물은 아무리 건물 주인이라도 외관은 주인 마음대로 손댈 수 없는데 대신 건물내부는 취향대로 고칠 수 있단다. 고풍스러운 건물, 정교한 조각, 아름다운 양식, 고급스러운 색조 건물이 아주 많이 보인다.

우린 어떤가?

그들은 광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단다.  양이 풀보다 더 보드라운 브래지어를 먹으려 하는 장면의 사진에 '초식동물로서 마지막 날을 맞이하겠다'면서 아가씨의 브래지어를 낚아채는 장면이 참 신선하다(My last day as A vegetarian).


 같은 광고얘기인데, 놀랍게도 현대차가 호주시장에서 매출 2위를 했단다. 점유율 5%라는 수치. 

낮은 것 같지만 전 세계 차종이 다 들어오는데 그만하면 높은 수치라 했다. 

‘게다이 현다이’라는 광고로 빅 히트 쳤다는데, 영문은 ‘GOOD DAY HYUNDAI’. 

이 나라 사람들은 GOOD DAY를 ‘게 다이’로 발음하고, 이 한 마디면 하루의 인사말로 다 쓰이는데, ‘아이’로 끝나는 연속발음의 압운(押韻 rhyme)으로 ‘게다이 현다이(현대)’를 한껏 선전하였다는 것.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내 머리를 굴렸다.

호주에서 힌트를 받아, 뉴질랜드에서 기아차가 대박을 터뜨리는 광고문안을 내가 생각해 냈던 것이다. 옛날에 내가 기아의 ‘크레도스’ 차를 살 때 “그래 됐어!”라는 문안을 생각해냈는데, 애석하게도(?) 기아 회사가 그걸 광고로 써먹지 않아버렸지만(ㅎㅎ), 이제 기아는 내 아이디어를 수억 원에 사도 될 것 같다.

‘키아 오레 키아 올라이트’다. 原語는 ‘KIA ORE KIA ALRIGHT’. 

뉴질랜드에서는 ‘키아오레’가 원주민의 인사말이고, 이 말은 전국에 통용되니까, 기아자동차 이 아이디어 어때요? 


브리스베인 공항 대기실에 설치된 조각 ‘가족’도 이채로웠다. 

첨단 전자장치와 요술 지팡이로 무장한 아빠, 다이아몬드 관절을 한 엄마, 아기, 지능이 아주 높은 로봇과 말만큼이나 크고 다리가 여섯인 개의 조각인데, 미래의 가족을 상징하는 이 조각은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를 할 것이다. 이런 것도 그 나라의 문화다.


그 공항 대기실에서 만난 금발의 미녀가 내게 “곤니찌와”라고 일본 인사말을 건네기에, “나는 한국사람”이라 고쳐주고, 아름다운 미녀와 대화를 해보니, 코스타리카에서 열렸던 ‘미스 틴 인터내셔널’대회에서 최고미녀로 당선되고 시드니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세계대회를 석권하는 미녀는 분명 그 나라의 훌륭한 문화가 뒷받침이 된 것이다. 함께 행복해하는  미녀의 엄마와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그 외에도 문화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무척 색다르다. 

동성연애자 세계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전 세계의 동성연애자들이 시드니로 몰려오고, 그를 구경하려는 관광객 또한 인산인해를 이루어 외화벌이가 만만치 않단다.


우리 일행이 매우 흥미를 가지고 찾아갔던 Topless해변은 정말로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아래는 벗진 않지만 내릴 수 있는 만큼 최대로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이드의 설명에 다르면, 나체촌이 있단다.

거기 사는 사람들이야 응당 벗고 살지만, 관람객조차도 완전히 벗고 들어가서 정해진 시간동안 있다가 나온단다. 한 가족이 몽땅 관람와서, 시아버지도 며느리도 다 같이 벗는다는데, 재미있는 것은 한 번 와본 가족들은 또 온다 하니, 무엇이 마력인지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호주인들은 그들의 문화를 그들이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유칼립투스 나무


 가이드의 말이 “호주의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실질적인 주인은 유칼립투스라는 나무”란다.

이 나무는 이미 호주면적의 70%를 차지했고, 앞으로 100년 후 호주에는 이 나무 말고 다른 나무는 없을 것이라는 보고도 나왔단다.

나무의 모양새 즉 수형은 키가 매우 큰 활엽수종인데, 잎이 아주 넓은 건 아니고 마치 포플라같이 생긴 훌쩍 키 큰 미녀같다.


녹색 잎에 희끗희끗 흰 속살이 내 보이는 이 나무는 굵어지면서 껍질을 벗는데, 껍질이 꼭 스폰지같이 푹신푹신하다. 그러나 목질은 아주 딱딱해서 어지간한 연장으로는 가공하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다.

세상에! 아닌 게 아니라 가이드의 설명대로, 호주에는 콘크리트 전주는 안 보이고 전신만신 이 유칼립투스 전봇대가 서 있지 뭔가! 콘크리트는 50년 가면 부서져도, 이 나무는 100년을 안 썩는다니! 

그 소리를 듣고서, 우리나라에서도 단단하기로 소문나 마루바닥재로 고가에 거래되는 나무를 떠올리며 이 유칼립투스를 수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 나의 영리한 생각이여!).

그런데 나무가 원체 딱딱하니 바람에 부대낄 때 불이 붙는단다. 꼭 차돌로 서로 치면 불이 튀겨 담뱃불 붙이듯 말이다. 마침 그 껍질이 스폰지 같이 부드러워 불붙기 쉬우니 엄청 잘 탄다네. 결국 산불에 매우 약해서 한 번 불이 났다 하면 몇 년 전의 우리 강원도 산불은 저리가라라는데, 엄청난 면적을 태우고 만단다. 원체 깊은 산 중이라 불을 끌 엄두도 안 나고, 게다가 웃기는 것이 불을 끌 필요가 없단다. 


무슨 말씀이냐고? 그 넓은 땅에 불이 나서 새카맣게 타버려도 유칼립투스는 죽지 않고 6개월 후면 언제 불이 났냐는 듯 멀쩡하게 다시 살아난다니….

우리가 자랑하는 낙락장송 소나무는 뜨거운 화기만 스쳐도 죽어버리는데, 이 나무는 생명줄이 껍질 쪽에 있지 않고 나무 한 복판에 있어 그렇게 살아난다고.

뿌리는 지하 20m 깊이까지 벋어내리니 강우량이 아주 적은 호주에서도 싱싱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악조건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는 체질을 갖췄네.

그 외에도, 나뭇잎의 끝이 항상 뿌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어, 단 한 방울의 이슬이나 빗물이라도 아래로 떨어지면 반드시 뿌리로 향하게 되어 있단다.

이 나무 잎은 코알라가 먹는 유일한 먹이라서 이것 없이는 코알라가 살 수 없고, 잎에 알코홀 성분이 많아서 코알라는 언제나 술에 취한 사람 마냥 눈이 불콰하고, 술 취한 듯 잠을 많이 자며, 느릿느릿 신체를 움직인다.


여느 대륙과 마찬가지로 호주에도 원주민이 있어 그들이 당연히 그 땅의 주인이었는데, 세상에는 웃기는 일도 많지, “호주대륙을 누가 발견했느냐?” 하는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원래 중국인이 처음 세상에 알렸다는데, 스페인, 영국 등에서 사람들이 왔다 가면서 점점 더 알려졌단다. 이들은 처음에는 호주를 별로 쓸모없는 땅으로 여겼는데, 영국의 조셉 뱅크스라는 한 식물학자가 이 유칼립투스 나무로 섬유를 만드는 방법을 착안하면서, 영국이 이 광활한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하니, 이 나무가 대륙의 운명을 좌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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