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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5. 2022

뉴질랜드 북섬 여행기

뉴질랜드 북섬 여행기 

저 푸른 초원 위에 십 새끼 

2004


뉴 질랜드(New Zealand)는 ‘처녀 섬’이라는 한국식 농담이 되지만, 원주민의 말로는 ‘희고 긴 구름의 나라’란다. 남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가 딱 맞는 초원의 나라, 널따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 이따금 보이는 언덕 위로 양떼를 구획하는 나지막한 나무 울타리를 따라 눈길을 보내면 정말 그림같은 집들이 있다. 

 “저런 데서 한번 살아봤으면...”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여기는 南섬과 北섬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가 북쪽 섬만 보고 하는 말이긴 해도 끝도 없이 초원이 펼쳐져 있다. 남섬에는 백두산보다 높은 산이 220개나 있다니 히야아! 필시 북섬과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지리라.

우리 남한 면적의 2.7배인 땅에 인구는 겨우 400만 명, 그러나 ‘십 쌔끼’(어린 양 Sheep)들이 4~7천만 마리, 소 1천만, 말 300만, 사슴 250만, 알파카 20만 마리가 있다니 초원이 광대하리라는 건 상상 이상이 아닌가?

 왜 갑자기 ‘십 쌔끼’라고 못된 욕을 하느냐고? 

양은 3년이 지나면 이빨이 갉아져서 풀을 뜯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관관객의 눈에 보이는 많은 양들은 사실 어린 양이라는 거다. 가이드의 설명에 유쾌하게 웃었다.

양 1마리당 800평의 땅을 마련해야 목축업을 할 수 있다니 가히 양의 천국이요, 그런 넓은 땅에서 스트레스 없이 살고 있으니 양은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는단다.


사실 이런 평화로운 초원만큼이나 이 나라는 평화롭고, 무엇보다 正義롭다는 것이 미국이나 호주처럼 같은 영국 식민지이면서도 차별되는 점이고, 그것이 바로 중요한 점이다. 

미국 원주민 인디언이나 호주 원주민처럼 침입자들이 대량 학살하거나,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도 법으로 관용하는 ‘원대한 원주민 말살정책’과는 달리, 뉴질랜드 원주민 ‘마우리 족’은 원시의 삶 아니, 전통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럽의 신문명을 조화로이 수용하는 공존의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원주민을 말살하기 위해 허울좋은 보호구역을 정한다든지, 마약이나 범죄를 관용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그들 스스로 무너져 없어지게 만드는 교묘한 문화정치인 것.

 이 나라에서는 공존공영의 묘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지열(地熱)발전소는 마우리족 땅에 있는데, 땅의 반은 원주민이 살고 반은 쇠 파이프로 지하 수증기를 뽑아 발전을 하는 半半의 공존현장이며, 안내자는 놀랍게도 마우리족 族長이고, 그들은 지열발전소로 인해 큰 수익을 얻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발전소의 온배수를 이용해 양어장을 만들 듯, 지열발전소의 미지근한 물을 이용한 민물 새우양식장(Frawn Farm)이 눈길을 끌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이 노래는 「포카레카레 아나」라는 曲名으로, 이곳 원주민 처녀가 원수의 집안인 다른 부족 추장의 아들을 기다리며 부르던 노래라는 얘기를 듣고, 그리고 안내하는 족장이 원어로 직접 불러주는 그 노래를 듣고, 여행자는 공연히 그 때의 주인공이 되어 황홀하고 애절한 상상의 세계를 잠시 여행하기도 하였다. 


공무원 청렴도와 국가 안정도가 세계 1위인 뉴 질랜드의 정의로운 사회가 바로 우리가 꿈꾸어 오던 이상향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언제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손자들은 과연 그런 세상을 살 수 있을까?

뉴질랜드의 정의와 평화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혹시 알아? 이민 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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