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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직장인 필수품8---핵심.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

직장인 필수품8---핵심.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나, 시작하려는 사람은 현재 추진 중인 일과 맡아서 해야 할 일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부터 바로 알고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목표가 분명해지는 것이

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 중 중요한 항목은 수치화해서 추진하면 더욱 좋다. 이렇게 하면 

그 ‘중요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좋은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그로써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같이, 일을 반은 해치운 셈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내가 서부발전 정년을 6개월 남겨두고 명예 퇴직하여 두산중공업에 입사면접을 보던 날. 

나를 천거해주신 두중의 윤종준 부사장이 배석한 가운데 김대중 사장님 앞에 앉았다.


“‘국책연구과제 차세대 석탄화력(USC 1000MW) 설계기술개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이 질문을 받고 당혹해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몇 년이 지나서 나는 정답을 알아냈다.

“기술개발은 당연히 성공해야 하지만, 실제로 발전소를 건설하여 우수성을 인정받는 일입니다”

그렇게 말씀드리지 못하고, 그 때 뭐라고 둘러댔는지 기억이 안 난다. 사장님과 두산중공업에 죄송스럽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내가 하는 일이나, 내 조직, 내 회사, 내 나라가 하는 일에서 늘 “지금 무엇이 제일 중요한가? 또는 좀 다른 생각으로 “지금 무엇이 핵심이 되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머리 좋은 직장인

직장에서 누구나 “머리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아할 것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분명 빠른 판단을 하고, 새로운 제안이 쓸모가 있고, 조직을 이끌어 가는 내용이고, 사익을 높이는 일이며, 미래를 위해 미리 투자하는 의견을 내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엄격한 사규를 가진 회사에서도 ‘규제 속의 자율’을 자주 생각하며 일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 사람은 ‘창조적 엉터리 기질’이 있어서, 독창적이거나 탁월한 솜씨를 나타낸다”

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월급도 꼬박꼬박 타고, ‘별 탈만 없으면(?) 대과없이 정년퇴직이 보장되는 직장에서 무슨 ‘규제 속의 자율인가 하겠지만, 난 창조적 엉터리였던 거 아닐까?


충남 보령군 고정리(高亭里)에 새로 건설한 보령화력이 동네 이름을 따서 고정화력으로 불리던 시절에, 발전소가 얼마나 고장이 많았으면 ‘故障화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발전소 시운전을 마치고, 겨우겨우 허덕거리며 준공절차도 마쳤지만, 연속해서 90일 운전도 못하던 때이니, “그것도 발전소냐?”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것이다.

그 때 우리 발전소 사람들은 밤낮을 모르고 달려들어 정상화 작업에 매달렸다. ‘모든 문제를 까놓고’ 다같이 힘을 모았다. 문제를 꺼내 놓고 직급의 상하에 무관하게 담당자를 포함해서 다른 부서 사람들까지 자유로이 토론하니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문제점이 무엇인지 해결 대책에 큰 도움을 받았고, 관련부서의 협조도 잘 되니 문제 해결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설비개선회의를 매주 열어 좋은 안을 만들어 다같이 한 마음으로 개선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얼마 안 있어 90일 연속운전을 하게 되었고, 또 다른 문제들을 헤치고 드디어 180일 연속운전도 하다가, 끝내 우여곡절 끝에 ‘1주기 무고장 운전(OCTF One Cycle Trouble Free)’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은 전국에서는 고규군 당시 소장께서 지휘하던 고리 원전 다음이요, 화력발전소에서는 최초로 이룬 것으로, 1호기에 이어 2호기도 동반 달성하는 쾌거를, 그것도 연속해서 여러 차례 이뤄냈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일했다”고 말해야 한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Open하였다는 점이나, 모두 협력적으로 열심히 일하도록 직장 분위기를 유도한 것이 모두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한 일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한 일에 문제가 있을 때는 본능적으로 감추려 한다. 그것을 공개하도록 만든 것은 머리 좋은 사람이 생각해낸 ‘좋은 수단’이다. 

보령화력 1,2호기 최병철 기계부장을 중심으로 『설비개선 사례집』을 출간했는데, “왜 그런 일을 공개해서 치부를 드러내려 하느냐?”라는 일부 항의도 있었지만, 공개처리 방식으로 일한 영향으로 7회나 최우수 사업소로 선정되었고, 그것은 단지 보령화력발전소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고, 이어지는 수십 기의 후속 발전소 건설에 고스란히 전해져, 거기서는 우리가 겪은 착오가 반복되지 않게 다소간 도움을 주었다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한 일이다.


최종 결재권자의 명석함

최종 결재권자로서, 보고서나 공문서의 글자 한 자 한 자를 짚으며, 철자 하나하나를 따져서 ‘시비를 가리는(?)’ 사람도 있다. 그는 “철자도 제대로 못 쓴 공문이 대외로 발송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문서에서 틀린 글자 여러 개를 지적을 받아 서운하다고, “저 양반은 미주알 고주알 철자를 따진다”고 비난하면 자기만 바보 된다. 철자도 제대로 못 쓰고서 무신….

그런데, 철자도 중요하지마는, 중간 결재자나 최종 결재권자 모두 공문서나 보고서 내용이 제대로 된 방향인지 그것을 잘 헤아려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대세를 잘 파악해서, 경중-선후-완급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급자가 잘못된 내용을 올리면 결재서류를 냅다 집어 던지는 것보다는 결재 올린 사람이 “참 좋은 것을 배웠다”고 느끼도록, 삼촌처럼 지도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결재권자는 아래로부터 존경도 받고, 무엇보다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머리는 칼날같이 똑똑해도 마음을 섬뜩하게 쓰면, 어떤 직장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어떤 직장에서는 못 쓴다. 인재양성이 뭐 따로 있나? 잘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일을 잘못한 것을 공개석상에서 망신을 주지 않고 따로 불러서 조용히 지적하여 고쳐주고, 일을 잘하게 안내해주는 게 인재양성 아닌가?

 이처럼, 직장에서 상/중/하 어느 직위이고 간에 머리가 좋다는 것은, 잔머리 굴리거나, 싹싹하고 눈치가 빨라서 위기를 잘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데, 그것을 잘 처리하고 있는가?

내/외부 분란을 잠재우고, 집단행동을 막는 수단을 강구하는가?

개인적으로 ‘속 들여다보일 짓’은 안 한다.

후배나 감사에게 책잡히거나, 후진 결정은 안 한다.

문제를 근원부터 처리해서, 문제가 반복되지 않고, 내일은 분명 더 잘 되게 한다.

조직의 분위기가 화목하고, 후배를 키워주며, 원가를 줄여 성과를 잘 높여가고 있다.

결국은 정당한 방법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일이 되게 하는’ 적재적소 보임

그런데, 이 사회에서는 ‘머리 좋은 것’, 좀 다른 의미로 바꿔 말해서 ‘직장에서 일 잘하는 것’의 평가는 좀 다른 데에도 있다. 좋은 예를 보자.

어떤 발전소가 수명이 다하여 이제는 ‘폐지 절차’를 밟고, 철거 절차에 돌입하였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공사진척이 안 되니, 회사는 고민 끝에 책임자를 바꿨는데, 그러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척척 풀렸다. 그 사람은 사람 간의 처신이 좋고, 외교가 능한 장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런 상황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당신이라면 어떤 사람을 쓰겠는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은 중요한 임무를 잘 수행한 것이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라”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다.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합니까? 지금 그것을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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