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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직장인 필수품9---책임. 책임자의 일 처리 기술

직장인 필수품9---책임. 책임자의 일 처리 기술

 

반세기---5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상사-동료-하급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가르침-지원

-도움-협력-헌신-경쟁 속에서 많은 것을 터득하고-이루고-실수하고-다투는 가운데 모두 추억이 된

지금, 좋은 교훈이 될 사례들을 추려보았다. 대표적으로 일을 잘하는 사례 몇 개를 뽑았는데, 내

가 실행했던 ‘캐치프레이즈 걸고 일하는 방식’도 슬쩍 끼워 넣었다.   

 

공기업 A 처장

명문대 출신에다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소문난 A씨는 세상에 발전소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은 실력파.

회의를 하면 두어 시간을 혼자서 다 지배할 정도로 달변에다가, 감히 누가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해박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었다. 실로 존경을 받을 만한 인재다.

이런 사람이 더욱 더 빛나는 방법이 있다. 상사나 타 부서를 존중해주고, 부하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해도, 그리고 삼촌처럼 부하의 모자라는 부분을 친절하게 지적만 해주어도, 특히 조직의 구성원에게 좋은 길을 안내해주기만 해도, 조직은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사람들은 충성심마저 갖게 된다. 

공기업 B처장

매우 큰 사고가 일어났는데, 이를 빨리 복구하기 위해, 일처리가 잘 안 되던 전임 처장과 교체되어 발령받은 사람이 있었다.

복구공사를 도급받은 모 회사의 책임자가 새로 부임한 처장의 일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평가한 말이 이렇다.

“새 처장은 전임처장처럼 아침부터 회의실에서 협력업체 책임자들을 붙들어 놓고 장시간 시간을 빼앗지 않았지요.  

아침회의는 거의 생략하고, 그 대신 현장에 바로 나가서 작업책임자를 만나 무엇을 도와주면 좋은지를 묻고, 동행한 참모들에게 즉각 처리를 명하여 해결해 주셨습니다”

새 처장은 물론 부임 전에 전임자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미 파악했을 것이고, 자신은 그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교체되어 부임했으니, 조심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을 것이다.

이처럼, 대책도 없는 회의 진행만으로는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회의가 일 추진이 아니라 오히려 일을 방해하는 결과가 되면 안 된다는 교훈.

일을 잘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민간기업 C소장

건설공사 현장 소장 경험이 많은 C씨는 현장의 문제점을 ‘예방조치’부터 제대로 하기로 유명한데, 이를테면 건설사무소 가건물은 한 3년 존속하는 기간에 꼭 화재가 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서, 미리 불연성 자재로 건축한다.

무거운 중기가 자리잡을 곳의 지반 상태가 약하다고 판단되면 설계보다 비용을 더 들여서 몇 십 트럭의 흙을 더 채워 흙 다짐을 탄탄히 하기 때문에 장마철에도 크레인 도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아침마다 실시하는 건설공정회의에서는 하도급자들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즉석에서 풀어주는 제도를 실시하기 때문에, 업체 간 알력이나 간섭이 없고, 이중 작업을 줄일 수 있어, 사익을 크게 높인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즉석 처리 건수는 약 400건을 넘는다.

본인의 건강문제로 은퇴를 했지마는, 건강이 회복된 사실을 알고 회사는 삼고초려하여 큰 공사 현장을 다시 맡기고 있다. 


민간기업 D소장

그는 특히 외국현장을 주로 담당해왔는데, 매우 저돌적으로 일을 수행해 나가기 때문에, 공사가 많이 지체된 현장에 투입해서 공정을 만회하는 데는 최적격 인물이다. 실제로 공정이 많이 지연되면 자사가 입는 손실은 말할 것도 없지마는, 발주자는 전력수급차질이라는 국가적인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어, 정부기관으로부터 질책을 받으므로, 무리수를 쓰더라도 공정만회는 정말로 필요하다. 그가 불도저식으로 일을 밀고 나가는 초강수를 쓸 때는 옆에서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강력하게 일을 추진하므로, 심지어는 일부 Staff들이 불평하다가 귀국하거나 퇴출당하기도 했다.

지금 그렇게 일하면 공정이야 만회가 될 터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반드시 두벌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더라도, 일단 공정부터 만회하고 본다. 이런 강점 때문에, 그 또한 은퇴와 재입사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캐치프레이즈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겉보기부터 기왕이면 멋드러지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게 속 빈 강정이라면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고 ‘다 계획을 가지고’ 했다면 사람들은 적극 호응해야 한다. 단순히 멋을 부린다기보다,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완전하게 정리’한 다음에 그것을 그림이나 구호 또는 책으로 엮어 나타내는 식이다.

 Penta-P라는 전차군단을 연상케 하는 그림을 만든 적 있는데, 모두 35개의 P자로 시작되는 영어단어로 구성하였다.

 보령1,2호기 때, 회사 일을 하는 것을 전차부대가 전쟁터에 나가서 싸우는 박진감을 갖게 하려고 만든 것이다.

 늘 긴장하면서 산 발전소 생활인데, “군대도 아닌데 무슨 전차야?”라는 비난 정도는 나는 달게 받을 수 있다.


태안5,6 ‘시운전 계획서’와 태안 제1발전처의 ‘우리 한 번 멋지게 1하자’라는 소책자도 만들었다. 

다음은, 발전소에서 매일 아침에 ‘830 미팅’이라는 이름의, 협력사를 포함한 기술계 간부 약 60여명이 회의를 하는데, 그 회의실 이름을 ‘창의모임실’이라 지어 명패도 붙이고, 회의 운영을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그림을 붙였다.

누구나 자유롭게 창의적인 발언을 하자고 한 취지인데, 화살표들이 마치 창날같이 창의를 죽이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러지 말자는 역설을 보여주고자 했다.

나는 한답시고 했는데, 이런 것의 내용은 당연히 탁월해야 하겠지만, 좀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아이디어 자체라도 좋게 평가해 준다면 좋겠다. 

다음은 바야흐로 서기 2000년을 맞이하던 해에, 우리 발전소가 ‘21세기(Century)를 리드(Lead)하는 발전소가 되자’는 뜻으로, ‘21C’를 ‘리드’라는 한글처럼 변형하여 디자인한 도안에다가, 우리가 할 일을 정리한 것인데, 그 때 마침 발전소 경영 컨설팅을 하러 왔던 몇 사람 중에 경희대 이동규 교수가 이를 보고 칭찬을 많이 해주었던 작품이다.

당연히, 이 도안에 나온 각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행동계획이 정해져 있었다. 확실한 경영 마인드의 소산이다. 

다음은 발전소 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AE회사가 “이렇게 일을 해주면 좋겠다”는 뜻으로 그린 ‘AE물레방아’인데, 『명품발전소 건설과 운영』책에 실려 있다. 나름 많은 생각을 해서 만든 것으로, ‘End User’였던 나의 생각이 반영된다면 영광이겠지.

사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발전소 건설의 5대기술’은 설계-구매-제작-건설-시운전이다. 이에 50년 넘는 오랜 기간 주로 발전소 현장일에 관여해온 나로서는 “정비를 모르는 설계는 설계도 아니다”라는 확고한 생각으로, ‘발전소 건설의 6대 기술’을 제창하여 정비를 포함시켰다. ‘구매’는, 요즘은 구매행위 자체뿐 아니라 적정 조달 차원에서 건설회사들은 ‘조달’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 ‘조달’로 바꿨다.

책에는 물론 이들 18개 항목 각각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썼다. 문제는 내가 ‘주창’했다고 하는 외람된 표현인데, 나는 그동안 일을 하면서 나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깨우쳤기 때문에 주창한 것이다. 나의 이 당돌한 행위는 학술적으로 누가 용인한 것도 아니고, 발전 기술측면의 저명인사가 인정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매우 송구스러운 일이므로 무척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일을 하다 보니 나의 필요와 생각에 의해 자연스럽게 탄생한 것이다.

요새말로 하면, 일종의 Creator라고 봐주기를 바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기억날 것이다. 나의 발명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는 많은 발명을 한 것이다.

1970년대에 한전에는 내 이름과 거의 비슷한 ‘김수영’이라는 대선배 엔지니어가 계셨는데, 그 후에 한전을 퇴사하고 미국에 건너가서 발전소 설계를 하는 일을 하신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체 얼마나 실력이 높으시면 발전소 설계를 다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분처럼 발전소를 설계할 능력은 없지만, “발전소는 이래야 한다”든지, 그러면 곤란하다든지, 뭐 그런 말은 좀 할 수 있어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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